올해부터 기업들의 매출액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기업 회계기준이 새로이 적용되자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수수료 기준으로 실적을 산정하면서 회사 외형이 축소되고 시장 순위가 뒤바뀌는 등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1월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백화점·할인점·인터넷쇼핑몰·TV홈쇼핑 등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새 회계기준에 따른 업계의 반응을 업계 대응책, 기업전략, 향후 시장판도 변화 등의 내용으로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상> 기업가치가 바뀐다. 유통업계의 회계기준이 ‘180도’ 바뀌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매출액을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만으로 책정토록 했다. 이에따라 종합상사·할인점·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유통업체들은 회계장부를 만들 때 재고부담을 지지 않는 상품 판매시 ‘총액’ 대신 ‘순이익’만으로 매출액을 기재하도록 회계기준을 수정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만원어치 물건을 팔았더라도 쇼핑몰 몫의 수수료, 즉 매출이익이 1만원이라면 이 금액만 매출로 잡게 한 것이다. 유통업체가 직매입을 하지 않고 재고를 납품업체(벤더)에 넘기는 운영방식은 일종의 임대업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통업체 매출액은 대폭 줄게 된다. 업계에서는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70%, 백화점은 50∼60%, 할인점은 5∼10%까지 실적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 삼성증권측은 새 회계기준을 지난해 매출에 적용할 경우 2조450억원을 기록한 현대백화점의 매출액은 56.2%나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직영 매장 형태의 이마트 매출 의존도가 높은 신세계도 16% 감소한 5조3689억원으로 축소된다고 분석했다.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각각 1조7661억원, 1조4257억원의 매출을 올린 LG홈쇼핑과 CJ홈쇼핑도 바뀐 회계기준에 따르면 각각 27%, 29%로 크게 줄어든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 인터파크도 지난해 매출(1350억원)을 새 기준에 맞추면 13% 수준인 170억원 에 불과하다. 일부 가전메이커 역시 새 회계기준에 따른 매출변화가 불가피하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회계기준 변경은 시장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거래액을 모두 매출로 잡아 상품 제조업체와 매출이 중복되는 등 거품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업가치를 보는 잣대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경영 전략의 중심이었던 외형보다 이익이 중시되는 등 수익창출이 유통업체의 지상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유통업계 순위도 바뀔 전망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의 외형이 크게 줄고 직접 매입하는 대형 할인점 등이 선두에 오를 전망이다. 오프라인은 롯데·신세계·현대·LG유통 순에서 신세계·롯데·LG유통·까르푸·현대백화점 순으로 바뀌리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바뀐 회계기준은 그동안 총액 매출을 고집해 온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새로운 경영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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