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는 모두 IT·과학기술 강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회창 후보는 세계 3대 IT산업 기술국 건설을, 노무현 후보는 5년내 세계 5위권 기술강국 건설을 각각 비전으로 제시했다. 실천방안으로 제시한 공약도 두 후보가 비슷하다. 두 후보는 한결같이 기초기술 R&D 강화, 연구개발 투자확대, IT 및 신산업 육성, 전통주력산업과 IT의 접목 등을 강조했다. 두 후보의 IT·과학기술 육성정책은 국가(정부 및 민간부문) 총연구개발 투자규모를 GDP의 3%로 책정하는 등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두 IT산업 육성책은 이미 진행중인 정부정책의 계승과 발전에 중심을 두고 있어 신선감이 떨어지나 구호성 공약은 눈에 띄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신산업 육성책에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 준비부족을 드러냈다. ◇국가 R&D투자 적정선은 어디까지=두 후보는 과학기술 육성과 이에 바탕을 둔 IT산업 육성을 위해 공히 R&D 투자확대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국가(정부 및 민간부문 포함) 총연구개발 투자규모에서는 현재 GDP 대비 2.65% 정도를 두 후보 모두 3%까지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3%가 적당하다는 입장이고 노 후보는 일단 3% 이상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조금 다를 뿐이다. 과학기술인들은 현재(2.65% 기준) 국민 1인당 R&D투자액이 한국은 260달러인데 반해 OECD 국가들은 평균 535달러, G7의 경우에는 730달러이기 때문에 3%로는 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고 5∼7%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보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상향조정에 난색을 표명했다. 두 후보가 IT와 과학기술분야 종사자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난색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두 후보가 무조건적인 상향조정에 반대한 것은 이 공약에 상당히 구체적인 검토가 선행됐던 것으로 보인다. ◇IT R&D 중 정부 분담율 차이 이유 뭔가=두 후보는 정부예산 중 연구개발예산 비중에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정부예산 중 R&D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4.7%에서 6∼7%로, 노 후보는 7%로 각각 제시했다. 또한 정부 R&D예산 중에서 기초과학 연구예산 비중을 현재 17%에서 25%로 높이겠다는 점에서도 일치했다. 두 후보가 상대의 공약을 베끼지 않은 이상 이처럼 수치까지 같은 것은 상당수준의 검토가 따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IT R&D 분담률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여 그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후보는 IT 연구개발투자비중 정부의 분담률을 1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반면 노 후보는 7%를 제시했다. 그 원인은 두 후보가 민간의 IT투자 전망을 서로 다르게 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예산편성에는 한계가 따르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분담률은 민간투자 규모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민간의 IT 투자확대가 더딜 경우 이 후보의 전략이 현실적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노 후보의 생각이 현실적일 것으로 해석될 뿐이다. ◇기초기술과 신산업을 미래 성장엔진으로=이 후보와 노 후보는 모두 현정부의 IT산업정책을 양적 확대 성공, 질적 성숙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똑같이 핵심 기초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에 두고 있다. 이 후보는 광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산업 핵심기술 중점개발, 6T산업 미래 핵심 성장산업 육성, 아태지역 멀티미디어 디지털콘텐츠산업 핵심센터 육성을 외치고 있다. 노 후보도 세계 1등 기술 100개를 집중 육성,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강국 실현, IT·BT 등 미래신산업 중점육성, 디지털방송·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IT분야를 세계 일류상품화, 게임·영상 산업 등 문화콘텐츠 산업의 세계화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후보는 전통산업에 IT결합을, 노 후보는 제조산업 정보화 강화로 경쟁력 회복및 산업공동화 방지를 강조해 IT를 활용한 전통산업의 발전도 함께 추구, 산업의 균형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두 후보의 이같은 전략은 타당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의지다=신산업 육성전략에서는 IT산업에 비해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는 BT·NT 등 신산업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하면서도 기초기술 투자, R&D확대 등 총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생물기술(BT)·문화콘텐츠기술(CT) 등 신산업에는 배아복제나 줄기세포 문제, 영상물 등급이나 성인물에 대한 심의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가 함께 걸려있지만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R&D도 ‘선택과 집중’의 문제만큼이나 효율성 제고가 중요한 관건이다. 두 후보는 R&D에 상대적인 투자집중을 약속하고 R&D인력의 사기진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정권이 보여준 족적을 보아서는 집권후에도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보아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대선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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