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27일 16대 대통령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대선 레이스에 들어섰다. 보수와 진보라는 색깔을 띠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두 후보는 각각 부패정권 심판론과 세대교체론을 내걸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두 후보는 서로 다른 정치색과 노선을 걷고 있지만 IT와 과학기술의 육성과 발전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IT코리아와 과학기술강국을, 노 후보는 정보통신 일등국가와 사이언스코리아를 각각 외치고 있다. 양측이 모두 IT·과학기술분야의 육성과 발전이라는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IT산업은 국내총생산의 12%, 수출의 30%를 넘어설 정도로 한국을 먹여살리는 최대 효자산업이며 과학기술은 IT강국으로 가는 밑거름이다. 그러나 두 후보가 IT와 과학기술의 육성과 발전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견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정책제시가 미흡하고 공약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은 채 당위성이나 목표만 설정해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가 내건 공약이 무엇인지, 공통점과 차이점은 어떤 게 있는지, 기존 정책과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리고 실현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점검한다. 편집자
<어떤 공약 있나> 이 후보와 노 후보는 IT·벤처 활성화, IT·과학기술 육성, 인력양성 및 사기진작, 국민에게 편리한 복지형 전자정부 구현 등 정보화의 질적 제고를 똑같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두 후보의 이 네가지 공약은 구체적인 정책에서도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관련부처 개편 또는 통폐합, 방송·통신 정책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드러냈다. 관련부처 개편 또는 통폐합과 관련해 이 후보는 전문성있는 부처로의 일원화를, 노 후보는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방송정책에서는 이 후보가 대부분 유보적 자세를, 노 후보가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방송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개방 재고를, 노후보가 반대라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의 통합에서도 이 후보는 법제도 정비를, 노 후보는 방송통신위 설립 추진을 밝히고 있다. 통신정책에서는 두 후보 모두 지속적인 요금인하를 약속했다. ◇IT·벤처 활성화=인터넷 거품이 빠진 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와 벤처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두 후보는 침체에 빠져있는 IT와 벤처를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후보는 모두 정부의 정보화 투자확대로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 후보는 벤처자금 조달을 민간중심, 시장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쪽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벤처캐피털 활성화, 기술담보 대출제도 활성화,기술평가와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대출을 신용위주로 전환하며 벤처심사제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똑같이 내놓았다. ◇IT·과학기술 육성=이 후보는 세계 3대 IT강국을 실현해 IT코리아를 건설하고 한국을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노 후보 역시 세계 5위권 산업기술국을 이룩해 정보통신일등국가를 건설하겠으며 세계 5대 과학기술 강국의 토대를 마련, 사이언스코리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한국의 초고속망이 최첨단기술 및 콘텐츠기술의 시험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6T 신산업을 미래핵심 성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정부 및 민간부문 총연구개발 투자규모를 GDP대비 3%이상으로 계속 늘려나가고 정부 예산중 연구개발 비중을 6% 이상으로 높이며 그중 25%를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인터넷·무선통신·디지털방송·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IT분야를 세계 일류상품화하고 세계 1등 기술 100개를 집중육성해 세계 최고의 디지털기술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 역시 R&D투자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기초과학분야 투자비율을 전체 R&D의 2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인력양성과 사기진작=이 후보는 앞으로 5년간 8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첨단분야 핵심 고급인력 2만명, 5년내로 소프트웨어 고급인력 7만명을 양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노 후보는 디지털콘텐츠·소프트웨어 개발인력 등 IT고급인력 10만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인력양성을 위해 이 후보는 과학기술분야 특성화대학 및 대학원을 중점 육성하고 과학영재교육원, 과학고, 국내 유수의 이공계 대학으로 이어지는 과학영재 양성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노 후보는 이공계 대학생 3명중 1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우대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이 후보는 과학기술인 공제제도를 정착시키고 연금제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인의 계약연봉제를 실현하고 연구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할 방침이다. 노 후보는 과학기술인들에게 국회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이공계 전공자 신규 공무원 임용시 이공계 출신자를 우대하며 임용비율할당제를 도입해 현재 17% 비중에서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회창 후보는 과학기술특보를 신설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자문회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이고 노무현 후보는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하고 각 부처의 과학기술예산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등 국과위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자정부 및 정보화=전자정부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그동안의 행정위주에서 탈피해 국민편의 위주로 전환하고 전자정부를 통해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두 후보는 똑같이 모든 민원을 안방에서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맞춤형 민원서비스 체제를 구축해 대국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개인휴대단말기 등을 이용해 이동중에도 업무처리 및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모바일 정부의 기반을 구축하고 교육·문화·복지 등의 분야에서 디지털 공공서비스를 확충, 국민 삶의 질 제고에 앞장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노무현 후보는 전자정부사업 추진시 정보기술 도입보다 먼저 업무를 혁신하고 개혁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노 후보는 불필요한 규제조항을 과감히 삭제하고 민원신청시 필수가 아닌 서류는 아예 없앤 후 정보시스템을 도입토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회정보화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두 후보는 농어촌 지역, 도시영세민 거주지역 등 전국 모든 지역에 초고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농어촌 지역과 장애인 등에 요금감면제도를 도입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관련부처 개편 또는 통폐합=관련부처의 개편 또는 통폐합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과학기술정책, IT산업정책, 콘텐츠산업정책, 통신정책, 방송정책, 정보화추진정책 등에서 각 부처간 중복과 마찰이 계속 발생되기 때문이다. 양 후보 또한 정부구조 개편을 표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부구조개편기획단을, 노 후보는 정부조직진단위원회를 각각 설치해 정부조직 개편을 하겠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워낙 뜨거운 감자여서 양 후보가 명확한 표현을 회피한 채 대략적인 방향성만 제시하고 있다. 정보화추진체계에 있어서 이회창 후보는 정보화책임관(CIO)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국가정보화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부처가 국가CIO를 맡도록 하고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청와대 내에 두거나 관련 수석 또는 특보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 후보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직접 국가CIO를 맡고 현재 기획관리실장이 겸직하고 있는 각 부처 CIO를 차관이 맡도록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처조직에 있어서는 이 후보는 통폐합보다는 기능조정을 통한 일원화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후보는 정보화및 정보통신산업 육성과 관련된 기능을 단계별로 일원화하겠다는 생각이다. 또 산업자원부,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중소기업지원 행정체계도 일원화된 체제로 정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 후보는 통폐합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노 후보는 우정사업본부를 민영화하고 한국전산원과 정부전산정보관리소를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방송·통신정책=방송정책에도 두 후보는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지 못한 채 부분적인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최대의 현안인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의 통합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법제도 정비를, 노후보가 설립논의 의사를 밝혔다. 방송시장개방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그동안의 당론에 없던 개방정책의 재고를 표시했고 노 후보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방송민영화에서는 이 후보가 기존의 민영화방침에서 독립성과 자율성,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고 노 후보는 공영성 강화를 위해 민영화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광고 분야에서는 두 후보 모두 방송광고공사 폐지와 경쟁체제 도입을, 디지털 전환사업에 대해서도 지원방침을 공히 밝히고 있다. 통신정책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통신요금의 지속적 인하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노 후보는 통화품질 향상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양 후보 IT·과기 공약의 평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IT·과기 공약은 일단 방향성에서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IT와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이의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갈수록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반면 전문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어 과학기술인력의 사기진작과 양성은 국가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침체에 빠진 IT와 벤처산업의 활성화는 경제회복을 위한 차기정부의 최대 과제나 다름없다. 국민편의 위주의 정보화전략도 전자정부의 틀이 완성된 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큰 방향성에 비해 구체화된 정책제시는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표적으로 가장 논란이 돼온 관련부처 통폐합과 관련, 두 후보 모두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선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논란의 불씨를 만들기 싫어하는 것은 십분 이해가 가지만 후보가 자신의 IT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기능조정이나 기존 조직의 고수가 더 효과적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된다는 지적이다. IT정책을 두고 부처간 갈등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정책누수와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001년 부처간 업무조정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작업도 실효성이 없이 유야무야되고 부처간 마찰과 중복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 같은데도 대선주자들이 명확한 정책이나 입장이 없다는 것은 준비부족이나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중 한가지 때문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IT·벤처 활성화 정책에서처럼 당위성만 나열하는 무성의함 내지 정책대안 제시 부족이다. IT업계와 벤처들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쓰러져가고 있는 상황인데도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정부의 정보화투자를 통한 수요유발과 민간투자 유도라는 전통적인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 정책은 현정부는 물론 과거 정부들이 답습해온 정책이다. 더욱이 KT가 민영화되고 민간통신사업자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3세대 시설투자를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보화투자는 과거에 비해 양과 질에서 효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IT경기 침체가 그동안의 과잉투자로 인한 후유증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인데도 정부투자 확대가 민간투자 유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벤처활성화를 위한 민간중심의 자금조달방식이나 기술거래 활성화, 기술담보 대출 같은 정책은 현정부에서도 이미 시행된 정책들이다. 더욱이 이 정책들은 코스닥이나 거래소 등 증시가 침체돼 있고 부동산 담보 없이 대출이 힘든 현실 때문에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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