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급등 소식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주들이 동반상승했다. 21일 주식시장에서는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가 전날보다 2.50% 오른 36만9000원으로 마감돼 37만원선에 바짝 다가섰으며 반도체 장비·재료주들도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반도체 장비주 가운데선 다산씨앤아이와 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5.5%, 5.1% 올랐고 피케이엘이 7.3% 오르며 반도체 재료주 상승의 선봉장이 됐다. 국내 시각으로 이날 새벽 마감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반도체 장비주들의 목표주가 상향 소식을 호재로 전일대비 25.8포인트(8.3%) 오른 338.08을 기록했다. 또한 세계 2위의 컴퓨터 메이커인 HP(10월 결산법인)가 4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발표하면서 정보기술(IT)주 상승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오브라이언 사운드뷰테크놀로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중 반도체 장비업체의 주문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노벨러스와 KLA텐코·램리서치 등 장비업체들의 목표가격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HP는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면서 지난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66% 증가한 180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5센트 늘어난 13센트를 기록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PC 판매의 성수기인 8, 9, 10월 실적이긴 하지만 HP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하면서 PC 등 IT업체들의 실적이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미국발 호재’로 국내 반도체주들이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미국시장만큼 급등세를 타지 못한 것은 악재들이 만만치 않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DDR D램 현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주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DDR가격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때만 해도 12월 이후까지 추세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으나 이달 중순 다시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반도체주들의 상승 기세도 한풀 꺾이고 있다. 여기다 DDR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PC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드는 등 반도체주 상승 모멘텀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반도체 관련 호재와 악재가 뒤섞이면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반도체주가 전망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TFT LCD, 휴대폰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고 안정된 실적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가도 완만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과 DDR가격 하락세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추세 전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민후식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요 IT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주가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DDR가격 하락 등이 추세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며 “30만∼40만원 중반에서 박스권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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