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로 대표되는 가전메이커와 양판점, 할인점, TV홈쇼핑 등 가전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들은 일단 협력관계이자 공생관계다. 메이커 입장에서 유통업체는 생산제품의 판로이자 소비자와의 접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가전메이커의 주요 판로는 자체 유통망인 가전대리점이었다.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 판매하는 제품 역시 대형 총판 대리점을 통해 공급됐고 단일 유통업종으로는 백화점만이 유일하게 가전제품의 또 다른 유통채널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의 80∼90%를 자체 유통망을 통해 소화했기에 삼성·LG·대우 등 가전메이커의 힘은 제조에서 유통까지 한꺼번에 장악한 형국이었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메이커와 유통업체간 힘겨루기 또는 주도권 및 세력확대, 경쟁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불과 몇년전 일이다. 90년대 들어 전자전문 양판점, 대형 할인점 등 새로운 유통업종이 등장해 가전제품의 새로운 판로를 형성하고 90년대 중반부터는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해 또다른 가전유통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면서부터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는 월마트 등 거대 유통업체가 시장을 리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국내시장도 할인점과 양판점 등 대형 신유통 업체가 주목받게 되고, 상품군 중 유일하게 유통업체가 주도권을 쥐지 못한 가전제품을 놓고 유통업체와 메이커간 주도권 다툼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가전시장 규모를 약 9조원으로 추정할 때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 등 양판점의 가전매출은 2조5000억원, 이마트와 홈플러스·까르푸·마그넷 등 대형 할인점의 경우는 1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또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의 가전매출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결국 신유통 채널의 가전시장 점유율은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양판점과 할인점은 전략적인 점포 확장 및 다양한 상품과 저가를 무기로,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은 안방쇼핑이라는 편리함을 앞세워 가전판매 및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동시에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메이커의 대리점 유통망을 압박하고 있다. 유통업체와 가전메이커간 힘겨루기는 근본적으로 제품의 공급가와 판매가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유통업체는 업체별 경쟁뿐 아니라 업종별로도 경쟁하기 때문에 타 업종이나 업체에 비해 낮은 공급가 또는 좋은 공급조건을 바라고 있다. 반면 가전메이커는 대리점을 비롯한 자체 유통망을 보호하는 동시에 전 유통업계를 상대로 제품을 공급해야 하므로 공급가와 공급조건에 대한 개별 적용 및 조정이 쉽지 않은 처지다. 이 때 유통업체들은 강력한 바잉파워를 앞세워 메이커로부터의 공급가를 낮추도록 압박하고 나아가 이를 판매가에 반영, 가격적인 측면에서 가전메이커의 유통망을 따돌리고 있다. 지난 98년 이마트를 선두로 해 시작된 유통업체의 가전 자체브랜드(PB) 도입은 현재 전 유통업체로 확대됐으며 취급 브랜드 다양화 전략은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유통업체의 내부 전략임과 동시에 가전메이커에 대한 다각도의 견제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체의 이 같은 전략은 국내 가전시장을 장악해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견제를 받아 결국 메이커의 가격 통제 및 상품 공급 조절과 이에 대응한 PB상품 확대라는 반복되는 경쟁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식품·의류·잡화 등 모든 소비재 분야에서 제조 및 공급업체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가 유일하게 칼자루를 쥐지 못한 분야가 바로 가전제품이며 가전 메이커다. 향후 고가 디지털 가전을 중심으로 가전시장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가전제품의 비중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높아지는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가전메이커에 대한 주도권 잡기는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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