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을 비롯한 아웃소싱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HP와 한국IBM 등 다국적 IT기업의 영향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CJ그룹과 아웃소싱 서비스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HP(대표 최준근)는 12일 일진그룹(회장 허진규)과 ‘IT 아웃소싱 실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아웃소싱 시장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이 분야에서 사업을 먼저 시작한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이달 말부터 PwC코리아 인수작업에 본격 나설 방침이며 이 회사의 인수작업이 완료되면 PwC코리아가 그동안 국내 대기업과 맺어온 제휴관계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90년대 말 이후 잠잠했던 IT 아웃소싱 시장이 또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30∼100위권 그룹 우리에게 맡겨라=‘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HP가 아웃소싱 서비스를 포함한 IT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수건의 ‘빅딜’을 벌이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HP가 당장 타깃으로 삼고 있는 기업은 10대 그룹이 아니다. 이들 그룹은 SI 계열사에 정보시스템 관리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아웃소싱 서비스를 따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매출 1조원 전후 수준의 그룹들은 자체 SI사를 둘 형편이 못되지만 대부분의 SI업체들이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선뜻 아웃소싱을 의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HP나 한국IBM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업체는 이들 그룹이다. 한국HP 매니지먼트서비스(MS)사업부 관계자는 “연간 IT투자 규모가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내외인 많은 그룹사들은 오히려 아웃소싱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공급자를 못찾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국적인 특수 상황 때문에 중견그룹 대상의 아웃소싱 서비스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HP, 단순 전산업무 위탁이 아니다=한국HP와 일진그룹간의 이번 제휴는 단순한 아웃소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비록 일진그룹의 연간 IT예산이 1000억원 미만 수준이지만 일진그룹이 IT를 통한 경영선진화, 신규사업발굴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공조를 주목할 만하다. 한국HP 관계자는 “일진그룹은 67년 창업이래 전기·전자·신소재 등 소재·부품 분야에서 순수 자체기술로 400여 품목을 개발하는 ‘벤처형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ERP 도입을 비롯해 다양한 경영혁신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며 “그룹을 이끄는 허진규 회장의 마인드를 고려할 때 다양한 형태의 공조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국HP와 SK텔레콤이 벤처투자를 위해 만든 100억원 규모의 자금활용을 비롯해 일진그룹의 경영혁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IBM, PwC 인수 이후 대공세=한국IBM은 PwC코리아의 인수 이후 아웃소싱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PwC코리아가 한국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과 조인트벤처 형태를 빌려 추진해온 다양한 사업을 수용해 IT 아웃소싱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IBM 관계자는 “본사가 9월말 로컬별 지침을 내릴 계획이고 한국IBM 차원에서 팀을 구성해 PwC코리아를 통해 벌인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PwC코리아가 본사와 달리 특화된 사업을 벌여와 다양한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0년대 후반 대한항공을 비롯해 동국제강, 충남방적 등 크고 작은 아웃소싱 사업을 벌여온 한국IBM은 최근엔 ‘아웃태스킹’이란 개념을 만들어 아웃소싱 시장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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