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일부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 5일 근무제에다 마침 공교롭게도 급여일·카드결제일 등이 겹친 탓이다. 최근의 대우증권 전 직원의 불법 온라인 주식거래 사건에 이어 확산일로에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까지 불안한 시선을 드리우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잦은 사고는 대개 제한적인 시스템 용량 때문이라는 점에서 악의적인 보안사고와는 구별되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는 1448만명. 은행마다 중복 고객 수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인터넷뱅킹은 대중화단계에 들어선 반면, 은행들의 서비스체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날로 확산되는 신규 금융서비스 요구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전자금융서비스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인터넷뱅킹 서비스의 실태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 본다. ◇시스템 처리용량 부족=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관람 티켓을 온라인으로 예매한 부산은행은 서비스 당일 큰 홍역을 치렀다.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한꺼번에 사용자가 몰려 접속조차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는 온라인 주택청약서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 옛 주택은행의 인터넷뱅킹에서 청약신청은 가능하지만 청약일 당일에는 사이트 접속 자체가 힘들다. 금융결제원이나 전문업체인 뱅크타운에 위탁서비스를 맡기면서 나아지긴 했으나 고객들의 항의는 여전하다. 지난 26일 주말과 급여일·카드결제일 등이 겹치면서 일부 시중은행들에서 유사한 사태가 벌어진 것도 같은 상황. 이런 실태는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용량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데서 기인한다. 통상 인터넷뱅킹 서버 한대가 소화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 한계는 500명 수준. 대다수 은행이 10대 미만의 웹서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량의 한계를 개략적으로 추산할 수 있다. 최대 규모라는 옛 국민은행마저도 동시접속자 수 한계는 1만3000명 정도다. 주요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등록고객이 200만명에 육박할만큼 이용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접속불능’은 이미 예견된 셈이다. ◇근본적인 변화 필요=그러나 현재로선 처리용량 부족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데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평소에는 뜸하다가도 특정일에 고객들이 몰리는 등 편차가 크다”면서 “그렇다고 최대 사용일에 맞춰 무작정 시스템을 확장하면 상당수 장비를 놀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종전처럼 영업점 단말을 통해 은행거래를 처리할 경우 평균적인 이용실적과 처리용량을 산출할 수 있지만, 인터넷뱅킹은 ‘예측 불가능’이라는 속성도 어려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 99년 인터넷뱅킹 첫 도입 이후 많게는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시스템 용량을 증설해왔다. 서버 한대당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합치면 3억∼4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투자규모인 것이다. 특히 놀라운 점은 현재 시중은행 가운데 인터넷뱅킹 백업환경을 갖춘 곳은 부산은행이 유일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용량문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전산실 사고로 인해 인터넷뱅킹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은행들의 전자금융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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