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00억달러(약 116조원)짜리 공룡 기업 월드컴의 파산보호 신청은 최근 사상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 통신 업계에 ‘연쇄 도산’이라는 또 하나의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6개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이동통신 업계가 첫번째 희생양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표참조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 그룹이 최근 펴낸 보고서(Wireless Technologies and Services in the US:Perspectives)는 그 이유를 3,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90년대 들어 매년 30∼50%씩 증가했던 이통 가입자 성장률이 최근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신규 이통 가입자는 지난 2000년 2080만명을 최고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2000만명에도 못 미쳤다. 이통 업체들이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비용은 최근 수직 상승하는 반면 휴대폰 이용자가 미성년자와 노인 등 비생산 계층으로까지 확산되면서 1인당 평균 매출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이통 업체들간 가격경쟁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휴대폰 사용 요금은 지난해 16%나 떨어지는 등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최근 미국 이통 업체들의 수익성을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6개 이통 업체들의 주가는 지난해 60∼87%나 떨어졌고 특히 최근 수주 사이에 주가 폭락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경쟁을 버티지 못하고 탈락하는 업체가 올 연말부터 속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암로은행의 통신 애널리스트 케빈 로는 “지금까지 미국 이통시장을 사이 좋게 나눠 가졌던 6대 이통 업체들 중 적어도 2개 회사는 앞으로 1∼2년 안에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미국 이통 업계가 4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미국 이통 업계에서 3위를 달리고 있는 스프린트PCS를 비롯해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5위), 보이스스트림와이어리스(6위) 등이 최근 피인수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스프린트PCS는 오는 200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제3세대(G) 네트워크는 물론 2.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M&A 대상 기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또 176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는 넥스텔도 최근 해외사업부를 개편하는 데에만 10억∼20억달러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힌 후 최근 주가가 지난 1년 중 최저치인 3.55달러까지 폭락하는 등 M&A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이 지난해 507억달러를 들여 매입한 보이스스트림도 최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본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M&A 시장에 나온 미국 이통 업체를 인수할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업체로는 세계 최대 이통 사업자인 보다폰과 이 회사가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최대 이통 사업자 버라이존와이어리스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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