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 IT시장이 급신장세를 보이면서 국내업체들의 현지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현지시장 진출경험 부족과 현지업체 특유의 상관습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인해 국내업체들이 무역클레임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시장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체계적인 무역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으며 여기에다 현지업체의 신용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업체들이 억울하게 클레임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현지에서 발생한 무역클레임 사례를 통해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대비해야 할 예방책 및 대응방안 등에 대해 엮어본다. 편집자
▲무역클레임 사례 1. △은행과의 공모를 통한 사기 국내 F사가 2001년 7월 이집트의 S사와 알루미늄 병마개 생산 설비를 16만4892달러에 공급하는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의 F사는 무역회사로, 경기도에 있는 J사의 병마개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것이었으며 대금 결제 조건은 이집트국제은행(NBOE)과 한국의 기업은행간 신용장(LC)거래였다. 이집트 은행은 기업은행에 대한 신용을 문제삼고 제3국 은행의 보증을 요청해 LC 개설이 지연됐고 이에 따라 설비 제작기간이 촉박해 납기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F사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신용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만들어 보내는 등의 노력으로 어렵게 LC를 개설했다. F사는 J사와 함께 LC 조건에 따라 설비를 제작하던중 S사의 엔지니어를 초청해 제작과정 및 시험운전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으며 엔지니어에게 사용되는 전기 사양(220V, 50㎐, 3상)을 공장에 준비토록 했다. 한국에 온 엔지니어는 설비 일부분을 기존 명시된 것에서 한국에서 운영중인 것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고 F사와 J사는 요청대로 당초와 상이한 설비를 제작해 납품하게 됐다. 수출된 설비는 이집트의 수에즈항에 무사히 도착했으나 통관이 지연돼 설비 일부가 녹슨 상태로 이집트 S사 공장에 운송돼 설치작업이 개시됐다. F사와 J사는 설치 운영 인력을 파견해 설비의 녹을 제거하고 아울러 전기사양도 현지 실정에 맞게 수정, 시운전했으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S사는 설비 운영팀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 LC 상에 명시된 10% 잔금(이행보증금)의 지불을 은행을 통해 중지하고 설비가 정상속도를 내지 않고 또한 녹이 슬었다는 등 갖은 구실로 트집을 잡았다. 이에 F사는 설비 운영팀에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토대로 잔금지불을 계속 주장하고 있으나 S사는 대금지불 중단을 은행에 지시했으며, 이집트 은행도 LC 유효기간이 경과했다는 핑계로 대금지불을 이행치 않고 있다.
△예방 및 대응방안 중동 기업과의 거래시 10% 이행 보증금액을 못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개의 현지 기업들은 이런저런 구실을 대면서 잔금의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S사는 F사 견적가격이 J사 견적가격보다 10% 정도 높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고의적으로 10% 잔금을 떼어 먹으려고 은행과 공모한 것으로 파악된다. LC 거래의 경우 LC 개설 당시 거래조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대금을 수출자에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치 않은 것으로 볼 때 이집트 은행의 LC를 100% 신뢰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클레임의 경우 이집트 은행의 LC는 인수도조건(DP)보다도 조건이 나쁜 경우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클레임 건은 △F사가 수출 보험공사에 보험을 들지 않은 점 △이집트 은행 LC에 대한 3국 은행 확인(컨펌)을 하지 않은 점 △10% 잔금 회수대책 미흡 등 세가지 실수로 손해를 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무역클레임 사례 2. △결제방식 전환을 통한 계약 불이행 국내 F사는 99년도부터 이집트의 N사에 베어링을 수출해 왔으며 N사는 그동안 수출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하는 등 서로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N사는 최근들어 현지 시장 상황의 악화와 이집트 파운드화의 평가절하 등에 따른 외환부족 등의 이유로 거래방식을 신용장(LC)거래에서 인수도조건(DP)거래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내 F사는 기존의 거래관계가 원만했기 때문에 바이어의 입장을 고려해 거래관계를 DP로 전환해 주고 신규로 5만3580달러 상당의 베어링을 수출했다. 그러나 N사는 은행과의 공모하에 대금지불 전에 베어링을 통관한 후 일부를 시중에 판매하던중 시황이 좋지 않자 베어링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클레임을 제기한 후 고의로 대금결제를 지연했다. 이에 F사는 N사가 주장하고 있는 불량 베어링을 샘플로 보내줄 것과 전문가 파견을 통한 불량여부 확인 및 대금지불에 관한 협의를 제안했으나 N사는 아무런 회신없이 대금지불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F사는 현지로 담당자를 보내 베어링의 불량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상당한 양의 베어링이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었고 또한 재고 잔량이 많지 않음을 확인하고 대금지불 전 베어링 통관 및 판매는 계약위반임을 강력히 경고하고 조속한 시일내에 결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N사는 다양한 구실로 대금결제를 지연했다. F사는 계약조건에 따라 즉각 한국의 상사중재원을 통해 N사의 부당한 거래행위에 대한 중재를 요청했고 상사중재원에서는 N사의 부당함과 미결제 금액 및 2000달러 상당의 소송비용을 즉각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N사는 여전히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F사는 이집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N사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집트 법원에서도 N사의 부당한 거래행위에 대해 경고하고 F사의 승소를 공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사에서 대금을 지불하지 않자 F사는 이집트 법원의 강제집행을 통한 대금회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지 변호사 비용 및 법원 공탁금 지불 등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예방 및 대응방안 F사는 비록 이번 소송에서 승소해 미결제 금액을 회수한다 하더라고 그동안 소송에 따른 시간낭비 및 소송비용을 감안하면 손실이 매우 크다. 특히 F사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이집트 바이어의 나쁜 상관행을 일소한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하나 소송에서 이겼다할지라도 득보다 실이 더 큰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러한 이집트 바이어의 상관행을 이해하고 그 대처방안을 고려했어야 했다. 보통 중동의 바이어는 2∼3회 거래 후 상대방을 테스트해 보는데 우선 결제방식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허점을 찾는다. 이때 국내업체들은 바이어에 대한 건실여부를 잘 살펴본 후 이를 수용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결제방식을 유연하게 해 줄 경우 반드시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보험가입 등 바이어의 미결제 가능성에 완벽히 준비한 후 대응해야 하며 그동안의 관계 및 체면 등은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중동의 바이어들은 판매환경이 악화될 경우 클레임 사례가 빈번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중동의 기업문화와 상관습 중동기업들은 대기업보다는 가족단위의 중소기업이 많다. 이는 과거 사막의 유목생활에서 초래된 것으로 가족 또는 부락민 이외에는 절대로 남을 못믿는 유목민들의 습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중에는 대기업만큼 충분한 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습상 중소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기업의 외부규모만 보고 기업의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또 기업들이 권위주의적인 가부장적 조직을 유지한다. 이 역시 유목생활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층의 권한은 막강하다. 조직내 위계질서도 엄격해 비즈니스 회의시 지위의식 때문에 높은 지위의 임원들만이 중요회의에 참석하며, 하위직급들과는 함께 회의를 하지 않고 직원들과 중요한 경영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또한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말을 꺼내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말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회의가 끝났을 때는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사소한 건도 사장 결재사항으로 돼 있어 조직운영이 비효율적이다. 상담시에도 가급적 고위인사를 만나는 것이 좋다. 상담시 가격이나 지불조건은 물론 샘플송부 여부 등도 실무자선에서 결정된다. 일선 부서장들의 경영권 침투배제 차원에서 업무를 지나치게 세분화한다. 아울러 개인의 능력보다는 정실 위주의 인사가 보편적이다. 중동의 상관습 문화를 흔히 ‘인샬라(I)’ ‘부크라(B)’ ‘마알리쉬(M)’의 이니셜을 따서 IBM문화라고 부른다. ‘인샬라’는 아랍어로 ‘신이 원한다면’이란 뜻으로 불성실한 행동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편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표현은 단지 알라에게 인간소망의 성취 여부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알라를 통해 자신의 소망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이 이 말의 본래 의미다. 따라서 아랍인들과 인사를 나눌 때 ‘인샬라’ 표현의 사용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이슬람의 종교적 특성에서 비롯된 점을 알아야 한다. ‘부크라’는 ‘내일’이라는 뜻으로 희박한 시간개념을 보여주는 말이다. 만약 돈을 빌려주었을 때 언제 갚을거냐고 물으면 ‘부크라’라고 대답하는데 이는 꼭 내일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렇게 해보겠다는 정도의 답이다. 책임감이나 약속관념이 희박해 불리한 경우 쉽게 약속을 파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약속이나 약정은 반드시 문서 등 근거서류를 남겨놓아야 한다. ‘마알리쉬’는 아랍어로 ‘개의치 마라, 미안하다’는 뜻으로 조금 입장이 약할 때 쉽게 쓰는 표현이다.
▲중동 주요국 비즈니스 체크포인트 -일반 : 이슬람, 라마단, 인샬라, 가족중심, 남성우월, 남녀유별, 쌀라(5회기도), 일부다처, 참수형, 코란, 흥정문화, IBM(인샬라, 부크라, 마알리쉬)문화 -이집트 : 친분, 방문, 환대, 선물필수(입찰), 타이틀, 부크라와 인샬라, 권위주의, 장기 흥정, 정보용 상담 -사우디 : 이슬람, 인샬라, 인간관계, 우선 친구, 방문, 독촉 자제, 복장, 금기물건, 수염 중시, 일일 5회기도 절대 존중 -이란 : 페르시아 자부심, 남녀유별, 외모판단 조심, 가격인하, 에이전트 요구, 장기 협상, 공동이익 추구 -이라크 : 메소포타미아, 바빌론, 한국적 호칭(아부00, 움무00), 문중의식, 아라비아 상인, 나이 중시 -리비아 : 가족친밀 비즈니스 성공, 경조사(이미지 및 인맥구축), 자녀생일 중시, 면전거절 회피, 주고받기 선호 -이스라엘 : 미국식 비즈니스문화, 전문가 중시, 시간은 돈, 첨단산업, 유대교 전통, 안식일 중시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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