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비즈니스는 ‘특정 방식이나 전략과 관련된 비즈니스 유행의 한 흐름이 아니라 기술발전 곡선의 다음 단계’ 또는 ‘다른 기술 혁명과 달리 기반과 기기, 애플리케이션과 경험, 그리고 관계와 공급체인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개념이 최근 IT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e비즈니스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자주 등장한다. 이런 논란 속에서 업계는 모바일 비즈니스를 e비즈니스의 연장선상, 즉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 수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IT기술의 발달에 따라 등장한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해 수요자들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네트워크에 이동성을 부여한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e비즈니스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할지, 가능하더라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모바일 비즈니스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그간 e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만큼 힘든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모바일 비즈니스가 e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완전히 대체하든지, 아니면 확장개념 정도로 이해되든지 현재 진행 중인 비즈니스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것은 순차적인 진화가 아닌 변혁, 혁명적인 현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또 e비즈니스 시장과 유사한 시기에 태동해 아예 주도권을 장악하는 대체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움직임은 모바일 기술발전, 그로 인한 시장의 변화에서 가능성이 보인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기존 e비즈니스와 무선인터넷이 결합한 개념이다. 무선통신 네트워크와 멀티디바이스를 통해 이뤄지는 상거래는 물론 기업의 제반 부가가치 창출과 연계된 비즈니스를 포함한다. 기업은 모바일 비즈니스를 경영에 적용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고객서비스 개선을 통한 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러 전문기관에서 발표하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 컨설팅 및 리서치 전문기관인 오붐(Ovum)은 오는 2005년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규모를 B2B부문의 상품과 서비스 구매, 유료 콘텐츠 서비스 등을 포함해 2000억달러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분석에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IMT2000 도입, 유무선 통합기술 등의 발달이라는 기술진화론적 관점이 깔려 있다. 전문기관 분석자료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유럽국가들이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아시아지역 역시 성장률면에서 다른 대륙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원천기술은 유럽 등 선진국이, 응용기술과 시장성은 아시아지역이 풍부하다. 특히 시장성은 개인에게 이동성을 부여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특성상 매우 중요하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으며 통합망 구축이 용이하다는 점, 아시아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큰 시장가치를 지닌다. 그중 우리나라의 모바일 비즈니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화를 보이고 있다. 바로 이런 특징은 국내 통신인프라의 선진성에서 기인한다. 국내 초고속인터넷은 2001년말 현재 총가구의 54%인 781만가구가 활용하고 있으며, 이동전화 가입자도 3000만명을 넘어섰다. 유무선을 망라해 전국민은 정보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엄청난 통신인프라다. 그것도 선진국마저 부러워하는 진화된 통신망 구조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사업들이 네트워크상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토대로 국내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은 향후 3∼4년 내에 4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인 IT컨설팅회사 액센추어와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한국·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6개국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은 2003년 10억달러를 돌파하고, 2004년 30억달러를 넘어서는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적용되고 있다. 모바일 단말기는 대부분 이동성이 강조되는 소비자 영역에서 우선 활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영역의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금융산업의 경우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을 중심으로 모바일화가 진행되고 있다. 잔액 및 거래명세 조회, 송금 등 주요 서비스를 휴대형 장비를 통해 처리할 수 있으며 SK텔레콤의 전자화폐 ‘NEMO’, KTF의 ‘nPayMagic’ 등이 있다. 증권분야에서는 PDA 등을 이용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SK·신한·동양·한화·교보·메리츠 등 6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Mobilo’가 대표적인 서비스다. 보험분야에서는 설계·계약조회·공지사항전달 등 고객과 일대일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모바일 비즈니스가 이용된다. 금호생명은 PDA 활용 모바일 영업지원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삼성화재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연체관리, 현금서비스 안내 등 카드 사용의 유도를 위해 텔레콤과의 제휴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모네타 카드’, LG텔레콤의 ‘M-Plus 카드’, KTF의 ‘KTF 멤버스 삼성카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자동차산업은 모바일 비즈니스가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동통신망·무선랜 등이 가세되면서 자동차는 ‘움직이는 사무공간(mobile office)’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이동통신망과 위치추적시스템·지리정보시스템 등이 결합돼 운전경로 안내, 원격차량 진단, 차량사고나 도난 감지, 교통 및 생활편의 정보 등을 운전사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GM의 ‘OnStar’ 서비스다. 대우자동차는 KTF와 제휴를 통해 ‘드림넷’ 서비스를, 르노삼성은 SK텔레콤과 ‘네이트드라이브’ 서비스를, 현대·기아는 LG텔레콤과 제휴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텔레매틱스 시장은 성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1000억원 정도의 국내시장 규모가 2005년에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비즈니스는 홈네트워킹·생활정보·교육 등 생활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서비스 모델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파트 신축단지에 사무실과 가정의 PC를 이동전화로 원격 관리하는 PC제어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전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무선 웹패드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홈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밖에 대학의 학사행정서비스·원격강의·자료실열람 등 캠퍼스 모바일화나 부동산 정보서비스, 재난경보 및 구조, 복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 비즈니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응용분야가 등장함에 따라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편이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모바일 비즈니스 활성화 정책은 크게 7가지 유형으로 안정적이며 다양한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통신인프라 구축, 민관 공동연구를 통해 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기술개발 및 표준화 지원, 사용요금산정·전자서명·전자지불 등 모바일 환경의 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법·제도 정비, 스마트카드·전자화폐 등의 활용방안 검토 및 보안·인증 체계 확립, 양질의 콘텐츠 개발지원, 유무선 통합의 고수익 신규 비즈니스 모델개발 유도, 정부·이동전화사업자·단말기제조업자·콘텐츠제공업자·솔루션업체·금융기관 등의 협력적 모바일 비즈니스의 활성화 지원 등이다. 이는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모바일분야에서는 세계적이다. 우리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해 유럽·일본·중국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이 선진기술의 테스트 베드였다는 비난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이런 현실이 세계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구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우리에게는 정보통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모바일 비즈니스에도 원칙은 있다. 결론은 역시 비즈니스에서 자주 강조되는 협업과 특성화의 원칙이다. 전문가들은 첫째,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간 협업적 비즈니스 모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바일 서비스 제공에서 어떤 기업도 단독으로 통합솔루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동전화업자·단말기제조업자·콘텐츠제공업자·솔루션업체·금융기관 등이 상호 협력적인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어떤 기술을 적용하느냐보다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바일 콘텐츠는 기존의 유선 콘텐츠와 달리 멀티디바이스와 위치기반서비스에 의존하는 점을 고려해 개인별 특성이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 셋째, 무선포털을 구축해 서비스에 만족하는 커뮤니티를 형성,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 유도하라고 충고한다. 개인단위 경영주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모바일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할 때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 비즈니스의 성패는 고객에 달렸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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