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한국보다 강한 이유 세가지.’ 첫째, 진입장벽이 높은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둘째, 200여개가 넘는 반도체 설계 벤처기업들이 첨단 정보기술(IT) 응용시스템 분야에 포진해 있다. 셋째, 실리콘밸리 및 중국 본토와 결코 끊기 어려운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대만에 위기감을 느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소유주(오너) 경영체제에서 과감한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공격적인 기술개발로 D램 설계와 제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해 온 한국이 중소기업형 대만 반도체업계의 틈새전략에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 D램, 대만은 수탁생산(파운드리)으로 비즈니스 형태가 크게 나눠져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고 볼 수는 없지만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결합되는 시스템온칩(SoC)시장의 급성장과 반도체업체들의 아웃소싱 강화를 통한 중국의 급부상은 한국업체들과 대만업체들이 전면전을 펼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고한다. 그렇다면 대만과 한국의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업계 관계자들이 분석한 대(對) 대만전의 약세부문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연간 80만장(200㎜ 웨이퍼 기준)이 넘는 대규모 생산기반과 각종 IT시스템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200여개의 주문형반도체(ASIC)업체 및 디자인하우스다. 파운드리업체 TSMC·UMC를 기반으로 비아·SiS·패러데이·미디어텍 등 세계적인 팹리스(FABless)업체들이 거대한 그물망처럼 대만 반도체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80년대 중반 우리나라가 D램 개발에 국운을 걸고 매진하는 동안 대만은 PC주변기기·오디오기기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하는 데 머물지 않고 IT기기 원천기술을 확보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선진 IT업체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부의 주도로 개발해 왔다. 주문형반도체(ASIC) 디자인하우스와 파운드리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다. OEM사업을 하면서도 시스템업체들의 핵심부품을 개발, 공급하고 종합반도체업체들에는 아웃소싱 물량을 받아낸 것이다. 10여년 동안의 꾸준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은 90년대 중반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지난해 대만 파운드리업체들은 시장침체에도 불구하고 40억달러에 가까운 매출실적을 거뒀다.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급속히 회복되면서, TSMC의 경우 지난 1분기에는 전세계 파운드리시장의 60%를 점유하기도 했다. 팹리스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약 35억달러의 총 매출을 거둔 200여개의 팹리스들은 대만 경제의 주춧돌이 되고 있다. TSMC·UMC의 미세공정과 거대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전세계 IT기업들의 반도체 설계 분야를 위한 아웃소싱 파트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세업체들이 제품 개발을 의뢰해 와도 적시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친절함과 다양한 공정기술, 라이브러리를 갖춘 것이 대만 파운드리업체와 디자인하우스들의 최대 경쟁력이다. 이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인하우스 제품 개발에만 집중해 온 한국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남반도체·동부전자가 순수 파운드리를 표방하며 수탁생산업에 뛰어들었지만 공정기술이나 생산규모 면에서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만이 두려운 것은 반도체시장에서 따로 움직이는 우리 업체들과는 달리 인텔·TI·ST마이크로·필립스·퀄컴·자일링스·알테라 등 세계 유수의 종합반도체업체(IDM) 및 팹리스들과 지분출자 및 생산대행, 공동 기술개발 등 광범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차례의 강진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어도 이들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는 무너지지 않고 있다. 중국도 큰 변수다. 최근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업체들의 중국 투자를 허용했다. 중국에 직접 진출해 외국업체와 경쟁하고 급부상하는 중국시장을 장악하라는 뜻이다. TSMC가 100억달러의 대중국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만은 중국과의 거대한 연대로 반도체시장에 ‘중화권 신화’를 심겠다는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관련 그래프/도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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