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역사는 공간과 함께한다. 우리의 일생은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공간에서 시작해 글로벌 공간 속에서 살다가 한평 남짓한 무덤이라는 공간에서 막을 내린다. 하루하루의 생활도 집이라는 공간에서 시작해 사무실·공장·시장·학교 등과 같은 공간 속에서 일하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공간이동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건축물·자동차와 기계·상품 등 모든 것)들도 공간 속에서 생성, 소멸하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을 ‘불멸의 공간(immortal space)’으로 만들 수는 없다.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들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활용해 공간과 공간에서의 활동을 좀더 완전하게 만들 수는 있다.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제3공간이 바로 ‘완전한 공간’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제3공간의 완전성은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이 두개의 공간을 긴밀하게 연계, 통합시키는 데서 실현된다. 물리공간은 원자(atoms)를 기본 원소로 하는 만질 수 있는(tangible) 공간이며 유클리드 공간으로 실존하는(real) 공간이다. 토지와 사물 등으로 구성되는 물리공간은 위치 인식을 위해 공간에 부여된 번지와 주소를 사용한다. 물리공간의 기능은 기능을 갖는 사물이 공간에 심어지면서 형성된다. 공간에 대한 접속은 자기 자신이 그곳에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물리공간 중심시대에서의 컴퓨터 활용은 전산기기로서의 메인프레임이 주종을 이뤘다. 물리공간의 네트워크는 도로망이나 철도망과 같은 네트워크형 사회간접자본들이며 공간개발의 핵심기술은 토목이나 건축기술이다. 규모와 집적의 경제원리가 작용하는 물리공간에서는 구체적인 모습을 지닌 1, 2, 3차 산업이 경제의 주류를 형성했다. 이에 반해 전자공간은 비트(bits)를 원소로 하기 때문에 만질 수 없는 공간이며 논리적이고 가상적이다. 전자공간은 인터넷과 웹서비스와 같은 가상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전자공간에서 사용하는 주소체계는 실제의 공간적 위치와는 상관없이 네트워크에 고정된 IPv4와 같은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그리고 전자공간의 기능은 전자박물관처럼 컴퓨터에 가상화(디지털화)된 사물이 심어짐으로써 형성된다.
전자공간에 대한 접속은 회사·가정·PC방 등 제한된 인터페이스 지점과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며 자신이 직접 조작할 수도 있고 가상적 대리자(소프트웨어 에이전트, 아바타)를 활용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거나 제공할 수도 있다. 전자공간 시대에서는 모든 사람이 PC를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포털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디지털 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전자공간에서는 네트워크의 외부성 원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제3공간(유비퀴터스 공간)은 원자와 비트가 원소로 연계되고 직접 만지지 않아도 공간에 존재하는 원하는 정보를 이용자가 알 수 있는 ‘현실체가 지능적으로 증강된 공간’이다. 제3공간은 언제, 어디서나, 도처에 존재하는 유비퀴터스 네트워크(브로드밴드 네트워크+모바일 네트워크+와이어리스 네트워크)와 센서, 칩 등과 같이 아주 작은 컴퓨터가 내재된 물체의 연결과 통합으로 구성된다. 제3공간은 실제적인 공간적 위치와 사용자 식별이 동시에 가능한 ‘모바일 IPv6’라는 이동공간 주소체계를 사용한다. 수많은 사물 하나하나에까지 주소를 부여함으로써 물리공간이나 전자공간이 갖는 주소체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제3공간의 출발점은 특정 기능이 내재된 컴퓨터가 환경과 사물에 심어짐으로써(embedded computing) 환경이나 사물 그 자체가 지능화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물의 일부로서 사물 속에 심어진 컴퓨터들은 주변 공간의 형상(context)을 인식할 수 있고 공간 속에서 그 자체 또는 주변 환경과 사물들의 변화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까지 지각, 감시, 추적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물 속에 내재된 컴퓨터들끼리 무선 네트워크(Internet of the Things, T2T)로 연결돼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같은 역할을 통해 제3공간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을 최적으로 연계, 통합시킨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3공간에서 활용되는 핵심기술들은 수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물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칩이나 센서들을 무선으로 연결시키는 ‘유비쿼터스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나 ‘퍼베이시브컴퓨팅(pervasive computing)’ 기술을 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 제3공간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앞으로 제3공간에서는 물리공간이나 전자공간과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와 정보산업이 전개될 수 있다. 모든 환경과 사물의 창조, 이동 등을 식별·감식·추적·최적화하는 전방위 공간 비즈니스와 산업이 독립적으로 또는 다른 산업과 연계돼 부상할 것이다. 통신과 방송은 물론이고 전자정부·교육·의료보건·상거래 등의 각종 공간기능들도 강화되거나 재편될 수밖에 없다. 그 때 우리는 제3공간에서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서로 공명하고, 공진화하는 힘의 위력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 기업들은 이미 제3공간 기술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제3공간을 공상과학 소설 속의 상상 정도로만 치부한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도 하루빨리 제3공간 개척을 위한 u코리아 종합개발계획에 착수해야 한다.
<공동집필> 하원규 ETRI 정보화기술연구소·IT정보센터장 wgha@etri.re.kr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sddhkim@cau.ac.kr 최남희 청주과학대 행정전산학과 교수 drnhchoi@cjnc.ac.kr
◆제3공간의 공간과학성 유비쿼터스컴퓨팅·네트워크 기술은 어떻게 제3공간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유비쿼터스 기술이 전자·물리공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3공간의 공간과학을 어떤 방향으로 실현시켰는가를 살펴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제3공간을 실현하는 유비쿼터스컴퓨팅과 네트워크 기술이 차지하는 영역은 배지(badge) 컴퓨팅, 퍼베이시브 컴퓨팅 등에서부터 임베디드 컴퓨팅, 센싱, 모니터링, 트래킹,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와 AUTO-ID, 포스트PC, 광대역망, 모바일, 무선망 기술 및 망간 연계, IT·NT·BT간 결합, 바코드 수준의 저가격화를 지향하는 1회용 컴퓨팅(disposable computing) 등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영역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기술영역들로부터 제3공간이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이 두개의 공간을 연계시킬 수 있는 어떠한 차원의 공간과학성을 보유하느냐에 있다. 이러한 제3공간의 공간과학성은 제3공간이 21세기 국가발전의 핵심공간이 되는 이유를 말해준다. 제3공간의 공간과학성은 무엇보다 사물과 환경에 컴퓨터를 심음으로써 그 기능을 지능화시키고 나아가 환경의 특성까지도 개인에 맞도록 전환, 지능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제3공간에서는 사물 스스로 주위에 존재하는 사물의 정체성을 식별할 수 있으며 여타 사물과 환경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의 형상도 지각할 수 있다.
또한 제3공간에서는 환경, 사물의 변화특성, 공간이동 등을 연속적으로 감식, 진단, 추적할 수 있으며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애써 의식하거나 조작하지 않아도 사물들간의 의사소통과 정보의 수발신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더욱이 유무선 네트워크의 통합과 다양한 ‘포스트PC’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형태든지 네트워크로의 접속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제3공간에서는 물리공간이나 전자공간과는 달리 고정되거나 이동하는 모든 사물과 단말기에 주소(IPv6)를 부여함으로써 사물의 위치와 주체가 일체화될 수 있다. 이러한 공간과학성을 토대로 제3공간은 정부·교육 등 기능공간들의 재편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와 산업을 창출하고 공간활용과 원리의 재정비를 통해 정부·기업·개인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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