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과학과 종교는 공존할 수 없으며, 극단적으로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종교는 초월적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적 숭배라는, 도그마틱한 무언가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고(실제로 그러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과학은 반대로 절대적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조차 회의를 품고 ‘과연 그것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를 따져보려 드는, ‘이성적 회의주의’의 결정체로 간주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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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그러한 것인가? 과학과 종교는 항상 대립항을 이룰 수밖에 없는가? 베로니크 루아의 <살인의 방정식>은 이러한 통속적인 시각에 대해 통렬한 비판의식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식의 중심에는 바로 근대 과학의 출발점 중 하나이며, 아직도 미국 사회의 최대 논란거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소재가 놓여 있다. 작가는 이를 둘러싼 양자 간의 갈등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보아 네 사람 정도이다. 주인공 피터 오스몬드 교수는 실증적 자연과학의 열렬한 신봉자로서, 신학자인 마냐니 교수에 대한 적대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으며(“저는 우리 직업이 같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진리라고요? 그거 좋죠!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지라도 말입니다.”, 33페이지)자신을 둘러싼 살인사건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전형적인 탐구자로서 설정되어 있다. 반면 마냐니 교수는 예수회 소속 신학자이자 물리학자로서, 합리성과 종교적 도그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성인의 전형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사실 소설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미미한 편이다. 그에게 있어 신앙과 과학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것인 듯하다. 이러한 그의 과학관은 그의 다음과 같은 말에 잘 집약되어 있다. “과학 법칙을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신의 창조의 절대적 완벽함에 대한 경탄은 더욱 커져만 갔어요. 우주는 어쩌면 그처럼 조화롭게 만들어졌을까요?”(293쪽)이러한 그의 견해는 신학의 입장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효과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사서인 레오는 박물관 관리인으로서, 동종업계에 종사하면서 경력을 쌓아왔던 소설 작가의 실제 경험이 투영되어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그녀는 사건 전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주변인물로 등장한다. 끝으로, 요한 키르허 는 후반부의 살인사건들의 배후로서, 신성을 모독하고 훼손하는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실증 자연과학에 대한 무한한 반감을 가진 인물로서, 거대 근본주의 자본과 손을 잡아 흉계를 꾸미는 인물로 등장한다. 소설은 크게 이 인물들을 둘러싼 살인사건의 전개로 이어지는데, 그 과정에는 근본주의자들의 진화론에 대한 반감이 거리낌없이 표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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