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산업을 상징하던 파나소닉 몰락의 숨겨진 원흉이 ‘산요’였다고 동양경제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겉으로는 TV 사업 부진 탓으로 보이지만 산요 인수로 입은 손실이 결정타였다. 파나소닉은 일본 제조업 최대 적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음 달 결산인 파나소닉 2011년 예상실적은 7800억엔 적자. 11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2007년 히타치가 세운 7873억엔 적자 기록에 버금간다. 파나소닉은 최근 두 번이나 예상실적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예상적자는 4200억엔에 그쳤다. 석 달 만에 3600억엔 손실을 추가했다. TV 등 주력제품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히타치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다. 파나소닉은 2009년 12월 6600억엔을 들여 산요를 인수했다. 당시 리튬이온전지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던 산요를 인수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인수금 약 80%인 5180억엔이 무형의 가치인 사업권을 사기 위해 쓰였다. 그러나 파나소닉은 지난해 이 금액 중 2500억엔을 손실 처리했다. 1위를 달리던 산요의 리튬이온전지 사업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그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결국 2500억엔은 고스란히 적자에 반영됐다. 우에노야마 마코토 재무 담당 상무는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에 엔화가 급등해 리튬이온전지 경쟁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전지는 최근 2년 동안 가격이 30% 이상 떨어졌다. 엔고로 산요의 수출 경쟁력은 더 하락했다. 이 틈을 타고 삼성SDI와 LG화학이 급속히 성장했다. 결국 2010년 삼성SDI는 산요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경영진의 오판도 한 몫했다. 오쓰보 후미오 사장은 산요 인수 당시 “양사의 기술을 합치면 리튬이온전지 사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결과는 정반대로 드러났다. 양사의 기술이 너무 달랐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양사 기술에서 서로 도움을 줄 요소가 거의 없었다”며 “억지로 둘을 합쳐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꼴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기술적 검토를 조금만 제대로 했어도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경제는 파나소닉 경영진이 아직도 산요 인수가 실패작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용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2015년까지 1000억엔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선언은 장밋빛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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