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정보기술(IT) 종사자 대부분은 올 한 해 국내 IT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국내 IT경기 회복 관건이 세계 경기 회복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대선과 총선이 IT경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자신문이 국내 산업별 IT 종사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전자신문은 지난해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올해 ‘IT경기전망’을 주제로 설문을 실시했다. 전자신문 전문연구센터인 ETRC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설문은 제조업, 공공기관, 금융, 건설업, 유통업, 교육서비스업, 서비스업, 기타 업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200명이 참여했으며 공공기관과 서비스업의 참여도도 높았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업종뿐만 아니라 산업 및 협회, 학회 등 소속기관별로도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각 기업의 직급 대표와 부서장급, 팀장급, 실무자 4단계로 나눠 분석함으로써 조사 정밀도를 높였다. 또 개인 경력별, 산업성장 단계별, 회사성장 단계별, 회사 규모별로 분석 기준을 달리해 기준별로 특징 있는 데이터를 추출했다. 700명에게 던진 질문은 △2012년 IT경기전망 △IT경기 회복 기대주 △IT분야 창업 증대를 위한 필수요소 △새해 IT경기 회복의 관건 △총선 및 대선 결과가 IT경기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IT거버넌스 개편 필요성 △현재 IT인력 근무여건 △올해 근무여건 8가지였다. 일부 질문은 ‘매우 그렇다’에서 ‘매우 그렇지 않다’ 사이를 7단계로 나눠 질문에 세밀함을 더했다. 하지만 결론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해 실제 기사에는 매우 그렇다(1~2단계), 보통(3~5단계), 매우 그렇지 않다(6~7단계) 3단계로만 표시했음을 알려둔다.
◇국내 IT경기 작년과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전체 설문 참여자 중 74%는 올해 IT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나머지 26% 중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나빠진다는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의 2배를 넘어 전체적으로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최근 열린 제7차 IT정책자문회의에서 지식경제부는 2012년 IT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에 비해 IT 종사자들은 내수 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국내 IT 시장에도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IDC도 올해 국내 IT 시장이 2.9%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규모별로 비교했을 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IT경기를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전체 인력 10인 미만 기업체 IT종사자 중 25%가 작년보다 IT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3.8%에 머물렀다. 300인이상 기업체 IT종사자 중 IT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응답한 비율은 17.5%에 그친 반면에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 비율은 8.1%로 조사됐다. 산업별로 보면 금융과 제조, 교육서비스업 종사자의 20% 이상이 올해 IT경기를 안 좋게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12.5%로 가장 많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각 회사 대표와 실무자 직급은 올해 경기를 낙관했다. 기관장 및 대표의 10.7%, 실무자의 10.6%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서장급 및 팀장 등 관리자직급 약 20%가 작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팀장급의 4.2%만이 올해 경기를 좋게 전망했다.
<표>2012년 IT 경기전망 - 응답자 전체(%)
<표>2012년 IT 경기전망 - 기업 규모별(%)
<표>2012년 IT 경기전망 - 직급별(%)
◇휴대폰과 SNS가 IT경기 회복 이끌 것=새해에 국내 IT경기 회복을 이끌 기대주로는 휴대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꼽혔다. 두 분야는 자체 성장률도 높지만 관련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전체 IT 시장 경기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전체 응답자 중 39.4%가 휴대폰을 꼽았고 21.3%는 SNS를 꼽았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관련 부품 제조산업과 통신·네트워크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SNS 활성화는 비정형 데이터 증가를 유발시켜 스토리지 및 분석(BI) 시장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공생발전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전략 발표에 따른 기대감으로 소프트웨어(SW)를 IT경기 회복 기대주로 꼽은 응답(12.0%)도 세 번째로 많았다. 반도체 및 부품(10.9%), 정보가전(8.3%), 인터넷(3.7%), 하드웨어(1.6%)가 뒤를 이었다. 이런 추세는 업종별로 분석해볼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건설업 분야 IT종사자 중 62.5%가 휴대폰이 새해 IT경기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로 모바일오피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제조와 공공, 금융, 유통, 교육서비스 등 모든 산업군에서 40% 안팎의 응답자가 휴대폰을 꼽았다. 교육서비스업과 금융권은 SNS를 꼽은 응답자가 각각 35.4%와 31.3%에 달해 소셜네트워크에 관심과 기대가 높게 나타났다. 하드웨어는 전 산업군 평균이 1.2%에도 미치지 못해 IT경기 회복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조사됐다. <표>2012년 IT경기 회복을 이끌 기대주는 - 응답자 전체(%)
<표>2012년 IT경기 회복을 이끌 기대주는 - 업종별(%)
◇IT창업 전제 조건은, 원활한 자금 조달=IT창업이 늘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원활한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응답(29.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청년창업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 장려를 위해 여러 가지 예산을 마련하고 펀드를 조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어 신시장 개화(20.9%)가 뒤를 이었고 시장 진입장벽 낮추기(17.3%)와 벤처 패자부활제(11.9%)와 대기업 분사 촉진(11.5%), 창업절차 간소화(8.5%) 순으로 드러났다. 경력별 분포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유지됐다. 상대적으로 창업 의지가 강한 경력 15년 이상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지적한 비율이 32.1%로 조사됐다. 반면에 5년차 미만은 23.8%에 불과했다. 창업을 위한 원활한 자금조달 필요성은 특정 분야가 아닌 금융(31.3%)을 비롯해 건설(37.5%), 유통(33.3%), 교육서비스업(35.4%) 등 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이와 함께 대기업 종사자보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미만 기업 종사자는 44.2%, 10인에서 49인 미만인 경우는 38.9%, 50인에서 99인은 32.1%가 공감했지만 300인 이상인 경우는 25%에 그쳤다. <표>IT 분야 창업이 늘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 전체(%)
◇새해 IT경기 회복 관건은=세계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IT경기가 좌우될 것이라는 응답이 40.4%로 절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경기 불확실성에 우려감이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지속되면 IT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경제심리 불안으로 내수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IT경기 회복 변수로 세계 경기에 이어 시의적절한 정책 수립과 시행을 지적한 응답도 28.6%에 이르렀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탄력적 정책 집행 요구나 다름없다. 기타 의견으로 모바일 시장 활성화(11.4%)와 창업 활성화(8.7%), 해외 시장 개척(6.9%), 원유 등 원자재가 안정(4.0%)도 거론됐다. 300인 이상 기업 종사자의 47.5%가 IT경기 회복의 관건을 세계 경기 회복이라고 지적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부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금융 종사자 중 절반 이상(59.4%)이 세계 경기 회복이 IT경기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소속 인사 10명 중 6명이, 학계 인사는 10명 중 5명이 세계 경기 회복 여부에 IT경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새해 IT경기 회복의 관건은 - 전체(%)
◇대선·총선 결과가 IT경기에 영향 미친다=올해는 대선과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선거결과가 IT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한 자릿수의 저조한 숫자를 기록했다. 반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대체적으로 많아 선거와 경기, 특히 IT경기는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입증했다. 먼저 소속기관별로 IT경기에 선거가 미칠 영향을 살펴보니 산업계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9.2%,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44.6%를 차지했다. 협회는 60%가 보통, 영향 미친다는 응답이 40%였다. 학계는 보통이 33.3%, 영향 미친다는 응답이 58.3% 등 대체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50%가 선거가 IT경기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보통이라고 답변했고 42.5%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공공기관은 53.8%가 보통, 44.7%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건설업은 보통 50%, 영향 미친다 50%로 비슷하게 답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장은 “보통 선거가 있는 해는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공약으로 경기전망이 긍정적인 편이지만 올해 선거의 경우 복지가 키워드라 단기 경기부양책 같은 공약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최근 선거의 키워드인 복지, 청년 일자리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T산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IT산업 활성화가 이번 총선, 대선의 향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전문가들은 “IT산업에서 누가 더 장기적·발전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시대의 화두인 IT산업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오는지가 선거를 가늠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2012년 선거가 IT경기에 미칠 영향 - 전체(%)
<표>2012년 선거가 IT경기에 미칠 영향 - 업종별(%)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이 필요한가=IT정책부서 정책체계(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대체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학계에서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를 표했다. 학계 75%, 협회 70%, 산업계 61.3%, 공공기관 46.2%, 연구소 46.3%가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직급별로 보면 기관장 및 대표들이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을 더 절실히 원하고 있다. 73.2%의 기관장, 대표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부서장급 57.9%, 실무자 54.6%, 팀장급 53.4% 순으로 개편을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력별로는 15년 이상 장기 경력자들이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을 가장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이상 경력자들 62.5%가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10~15년 미만 57.1%, 5~10년 미만 53.3%, 5년 미만 54.1% 등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75%의 응답자가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해 가장 개편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서비스업 59.5%, 제조업 58%, 교육서비스업 56.3%, 공공기관 56.1%, 금융 53.1%, 유통업 36.4% 등으로 변화를 갈망했다. 이경호 시큐베이스 사장은 “IT정책부서 정책체계를 거버넌스로 바꿔보면 조직의 컨트롤타워라는 의미도 있다”며 “IT컨트롤타워를 세운다는 것은 책임만 있고 구체적인 이행이 따르지 않는 기존 정책체계에서 탈피해 실천을 뒤따르게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표>2012년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 필요성 - 전체(%)
<표>2012년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 필요성- 소속기관별(%)
<표>2012년 IT정책부서 정책체계 개편 필요성- 직급별(%)
◇IT인력, 근무여건 만족도 ‘빨간불’=국내 IT인력들이 자신의 근무환경에 불만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93.7%가 근무여건이 좋지 않거나 보통이라고 답했다.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불과 6.3%에 그쳤다. 이는 10명 중 1명도 제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내 IT인력들의 근무여건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업별로 보면 금융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불만이 가장 높았다. 각각 56.3%, 50.8%가 좋지 않다고 답해 평균 42.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들 산업군은 국내 정보화 시장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산업 특성상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가 많고, 모바일 등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변경 작업이 수시로 진행됨에 따라 근무환경 불만족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유통업 종사자들은 18.2%가 좋지 않다고 답했고, 75.8%도 보통이라고 답해 불만족 수치가 가장 낮은 곳으로 꼽혔다. 흥미로운 점은 근무여건 만족도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경력 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5년 미만 경력을 가진 IT인력은 9%가 근무여건이 좋다고 답했다. 반면에 15년 이상된 IT인력들은 4.9%만이 좋다고 응답해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표>IT인력의 현재 근무여건 만족도 - 전체(%)
<표>업종별 IT인력의 근무여건 만족도(%)
◇새해 근무여건 전망 ‘비관적’=새해에도 IT산업의 업무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좋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에 불과했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34.6%였다. 나머지는 모두 보통일 것이라고 답해 지금까지와 근무여건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년간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으나 개선된 점이 별로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급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직급이 낮을수록 근무환경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무자급은 39.6%, 팀장급은 32.3%, 부장급은 30.2%, 기관장 및 대표급은 25%가 올해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답해, 실무자들과 대표급이 14.6%의 큰 격차를 보였다. 경력별로도 유사한 결과치를 보였다. 5년 미만 경력자들이 15년 이상의 경력자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금융권 종사자가 가장 부정적이다. 금융권 종사자 중 56.3%가 올해 근무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 34.6%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어 서비스업, 공공기관, 제조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유통업 종사자들은 21.2%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고, 9.1%가 좋을 것으로 예상해 전체 산업군 중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곳으로 꼽혔다. 소속기관별로는 산업계, 학계, 연구소, 공공기관 순으로 올해 근무여건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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