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온리원 부품소재를 향해] <4부-3> 메모리 신성장시대의 준비된 강자, 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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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자에서 사명을 변경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하이닉스반도체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글로벌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경기불황 파고와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매각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닉스는 다양한 대내외 변화 바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시장에서 위상 유지와 첨단 기술력 확보를 위해 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래가고 좋은 회사’를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하이닉스의 지난 여정과 미래 청사진을 살펴본다.
◇확고하게 굳힌 2강 체제=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는 1위 삼성전자와 함께 선두권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메모리’로 표현되는 국가대표 반도체 선수단에 포함된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 2강 체제를 굳히면서 지난 2분기 한국 D램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64%까지 올라섰다. 세계에서 판매된 D램 반도체 10개 중 한국산이 6개인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2강 체제를 확실하게 굳힌 것은 2~3년 전. 2004년부터 2위에 올라서기는 했으나 3, 4위 업체와 근소한 격차로 ‘턱걸이 2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미국 마이크론, 일본 엘피다 등과 함께 2군으로 분류돼 2006년까지 ‘1강(삼성전자) 3중(하이닉스, 마이크론, 엘피다)’으로 나뉘었다. 2위 자리에 확실하게 안착한 것은 20%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다. 2007년 처음으로 21.3%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극심한 반도체 경기 불황 여파로 다시 19.4%로 내려앉았다. 하이닉스는 당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반도체 치킨게임이 한창 벌어졌던 2008년 큰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연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는 결단을 내렸다. 공격적인 투자는 성과로 되돌아왔다. 이듬해부터 점유율 20%대를 회복한데다 2010년에는 반도체 경기 호황기라는 호기를 만나면서 탄력이 붙어 경쟁기업과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반도체 불경기가 다시 찾아온 올해는 2위 자리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소폭이지만 점유율을 계속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올 1분기 하이닉스 D램 점유율은 23.2%, 2분기는 23.4%로 3위 엘피다와는 10%가량 점유율 격차를 냈으며 4위 마이크론과는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제 하이닉스가 ‘강한 2등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D램 경기 불황이 불어닥친 올 상반기는 하이닉스에도 쉽지 않은 기간이었다. 올 초부터 진행한 30나노급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2분기까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메모리 구조를 ‘6F2’로 전환하는 작업까지 맞물려서 진행하다 보니 수율 개선은 기대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6개월 고전 끝에 이제는 안정 단계로 돌입했다. 3분기 30나노급 전환 비중을 20%까지 높였으며 연말에는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D램 반도체 미세공정 전환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었으나 기술적 난점을 대부분 해결했다”며 “연말 30나노급 비중을 40%대까지 끌어올리고 20나노급도 연말에 개발에 착수, 기술 리더십을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낸드플래시·스페셜 D램 ‘선전’=하이닉스는 범용 D램 시장에서 강한 2위로 자리를 굳힌 데 이어 낸드플래시, 스페셜 D램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도 고른 선전을 나타내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른 안착이 돋보인다. 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에 진출한 것은 경쟁기업에 비해 늦은 지난 2004년이다. 시작 2년 만인 2006년 4분기에 점유율을 19%까지 확대하면서 성공적인 진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치킨게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채산성이 낮은 200㎜ 팹을 정리한데다 기술 개발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시장 점유율이 8%대로 급락했다. 이후 다시 점유율을 꾸준히 올리면서 신기술 확보에 노력을 기울인 덕에 지난해 3분기 20나노급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연말에는 차세대급인 20나노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을 시작해 선두 업체와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모바일 D램·그래픽 D램·서버용 D램 등 스페셜 D램 시장에서는 선두권에 고루 포진해 있다. PC용 D램 시장의 위축에 대비한 수익 모델 다변화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이닉스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지탱할 미래 기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 D램은 가장 앞서있다. 지난 2009년 2분기부터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서면서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그래픽 D램 시장 점유율이 1분기 53.2%, 2분기 52.8%로 안정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D램과 서버용 D램에서는 견고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D램은 2009년 4분기부터 꾸준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스> 협력으로 힘 기른다 하이닉스가 세계 2강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비결 중의 하나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의 힘’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하이닉스가 맺어온 협력 관계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도시바와 차세대 메모리의 하나인 STT-M램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제휴는 하이닉스가 지난 2004년 ST마이크로와 중국에 합작사인 하이닉스ST를 설립한 이후 가장 대표적인 협력사례로 평가된다. ST마이크로와 협력으로 하이닉스는 경쟁업체보다 뒤처져 있던 12인치 반도체 투자를 진행, 이를 바탕으로 메모리 2위 업체로 도약했다. 도시바와의 협력은 현재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 개발과 시장조기 선점 등이 가능할 것으로 하이닉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휴렛패커드와 ‘멤리스터’ 기술을 적용한 Re램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Re램은 외부 전압 및 전류에 의해 물질의 저항특성이 변화하는 원리를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하나다. HP가 자체 개발한 멤리스터 기술은 Re램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다. 공동개발로 하이닉스는 Re램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으며 HP는 상용화된 Re램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협력을 바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 우군을 확보하는 지혜는 자금 측면에서 1위 기업에 뒤질 수밖에 없는 하이닉스에는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뷰> 박성욱 연구소장(부사장) “하이닉스의 강점은 앞선 공정 미세화 기술과 제조에 기반으로 둔 기술경쟁력입니다.” 박성욱 하이닉스반도체 연구개발제조총괄 부사장은 ‘기술경쟁력(원가경쟁력)’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비결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요구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최고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는 ‘제품경쟁력’까지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쟁력은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이다. 기술에 이어 경험을 최대 노하우로 생각하는 것이다. 박 부사장은 “위기가 닥쳤을 때 임직원이 하나 돼 이를 헤쳐나간 경험은 다른 어떤 회사도 갖고 있지 않은 하이닉스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2001년과 2008년 반도체 경기 불황기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시장 침체기가 다시 찾아온 상황에서 ‘기술과 제품 경쟁력’이 향후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기술, 제품을 모두 갖춘 기업이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며 “공정 미세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술 난이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보유한 기술 개발 능력에 따라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기존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연구개발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공정 전환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현재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는 20나노급 D램을 연말에 개발하고 내년 1분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시기에는 30나노급과 20나노급 생산량을 동시에 증대해 내년에는 대부분 제품이 30나노급 이하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추진하는 것도 경쟁력 확대를 위한 방안이다. 그는 “하이닉스는 PC용 범용 D램 외에 고부가가치 제품(모바일·서버·그래픽)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며 “낸드플래시는 단품과 카드(Card)보다는 컨트롤러가 내장된 낸드 및 SSD 등 고성능 응용 복합제품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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