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맹주. 삼성전자를 일컫는 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이후 20여년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시킨 경쟁력의 상징이자 뿌리다. 지난 1995년 국내 기업 최초로 1조원의 영업이익을 돌파한 것도 메모리 사업이 기반이 됐다. 이후 TV, 휴대폰 등 일류 세트사업을 탄생시킨 캐시카우 역할을 했으며 관련 사업을 육성 발전시킨 동력이자 대들보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반도체 사업을 통해 수조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수십조원의 매출을 경험한 경영자들은 삼성 곳곳에 배치돼 1등 삼성을 일구고 있다. 선대 회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이제 삼성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메모리 왕국 삼성전자의 현주소와 미래를 알아본다.
◇신기록 제조기, 삼성 메모리 반도체=삼성전자는 지난 22일 나노시티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생산라인 가동과 세계 최초 20나노급 D램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이번에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 화성 16라인은 최대 생산규모가 월 20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 이상으로 기존 메모리 생산라인 중에서는 가장 크다. 20나노급 D램 양산 진입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최대·최초 기록을 다시 수립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기록 역사는 20여년에 걸쳐 진행됐다. 신기술 선도와 양산 공정 기술 개발 등이 어우러져 내놓은 성과인 셈이다. 첫 신기록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는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 선두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1996년 1Gb, 2004년 2Gb, 2009년 4Gb D램을 연달아 개발하면서 신기록 제조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술 수준과 가격경쟁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인 미세공정에서도 단연 톱이다. 지난 2002년 90나노 D램 공정을 개발한 이후 미세공정을 선도해왔다. 2009년 7월부터 40나노급 D램을 처음으로 양산했고 지난해에 30나노급 양산, 이달 들어 20나노급 양산 돌입으로 글로벌 경쟁기업들과 격차를 평균 1년여로 벌려 놨다. 삼성전자는 올해 30나노급 이하 비중을 절반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D램반도체 사업의 기록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시장 점유율이다. 20여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은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의 D램 세계시장 점유율은 27.7%였으나 이듬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상승, 지난 2분기에는 40%대(41.6%)에 진입했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도 ‘메이드인 삼성’ 명성을 오랫동안 높여왔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지난 2002년 이후 시장 1위를 계속 지키면서 독보적인 선두자리를 굳혔다. 최근 모바일 제품 확산으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될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개발에서도 삼성전자는 한 걸음 앞서 있다. 지난해 4월부터 20나노급 공정을 업계 처음으로 양산에 돌입,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낸드플래시는 올해 말까지 20나노급 이하 공정 비율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반도체 신기록 중에 하나가 투자 규모다. 신장비 도입과 반도체 공장 설립 등에 투여되는 규모가 이미 여타 경쟁 반도체 기업의 서너 배에 달할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반도체 투자에 5조5000억원을 투자한 이후 6조원대로 계속 늘려오다 반도체 불황기인 2008년·2009년에 5조1800억원, 4조1600억원으로 축소했다. 이후 최대 호황기였던 지난해 12조7300억원을 쏟아부으면서 전년 대비 3배를 높였다. 올해도 10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2의 치킨게임에서 완전한 시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신기록 달성은 여기가 끝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 2007년 반도체 불경기 때 치킨게임이 벌어지면서 시장이 재편됐다”며 “지난해 다시 시작된 반도체 경기 불황에서 과다한 투자에 나설 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표1> 삼성전자 D램 반도체·낸드플래시 연도별 시장 점유율 (자료 : 아이서플라이) <표2> 삼성전자 반도체 연간 투자 현황 (단위: 조원) (자료 : 삼성전자)
<그림> 삼성전자 D램 미세공정 추이 (자료 : 아이서플라이) <표> 삼성전자 반도체 주요 연혁 -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로 반도체 사업 개시 - 1983년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 64k D램 개발 - 1992년 64M D램 세계 최초 개발, D램 시장 세계 1위 달성 - 1993년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 1994년 256M D램 세계 최초 개발 - 1996년 1Gb D램 세계 최초 개발 - 2002년 낸드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 2003년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 2006년 세계 최초 50나노 D램 개발 - 2007년 세계 최초 30나노 64Gb 플래시 개발 - 2008년 세계 최고속 MLC 기반 256Gb SSD 개발 - 2009년 세계 최초 4Gb DDR3 D램 개발 - 2010년 30나노 D램 개발/양산, 20나노 낸드플래시 양산 - 2011년 20나노 D램 양산
◇스페셜D램 영역 확대, 미래 안정성 갖춰=지난해 말부터 PC 수요 감소에 따라 PC용 D램 가격이 급락하면서 메모리 경기가 냉각됐다. 대만 기업들은 그 여파에 몸살을 앓다가 최근 감산에 돌입했고 연내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면에 D램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1, 2분기 안정된 실적을 거둔데다가 감산 여부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한 발 빠른 D램 미세공정 전환으로 인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데다가 정확한 시장 예측에 따른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D램, 서버용D램 등 이른바 스페셜D램 비중이 전체 D램 중 70%에 달한다. 가격 변동 폭이 큰 PC용 D램 비중을 계속 낮춰온 결과다. 올해 PC용 D램 가격 하락에도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스페셜D램 분야에서 주요 제품은 이미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중도 계속 상승세다. 모바일D램은 시장 점유율 46%로 2위인 일본 엘피다와 격차를 두 배가량 넓혔다. 서버용 D램도 42.5%로 독주를 하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정보기술(IT)총괄 상무는 “삼성전자의 최근 경쟁력은 스페셜D램과 낸드플래시로 집중된 포트폴리오에서 나오고 있다”며 “스페셜D램은 모바일 수요 확산과 클라우드 컴퓨팅 확대에 따라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선두권 지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메모리로 지평 넓힌다=삼성전자는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 PC용 D램에 이은 스페셜D램, 그 다음 수순으로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도 일찌감치 투자를 해오고 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메모리 왕국 삼성전자의 향후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중에는 낸드플래시보다 저전력으로 빠르게 읽기·쓰기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P램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 P램 기술 확보에 이어 2004년 세계 처음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세계 최초로 512MB P램 양산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강유전체 분극 특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F램도 주요 후보다. 지난 1999년 4Mb F램을 업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2002년 10월에는 32Mb 제품에 적용이 가능한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이 밖에 자성메모리인 M램, 저항변화형 메모리인 R램 등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박스> “잘나갈 때 대비하자” 삼성 반도체의 또 다른 경쟁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2일 화성 16라인 가동식과 20나노 D램 양산 돌입 기념식에서 ‘위기론’을 꺼내들었다. 세계 최대, 최초 기술을 자축하는 잔칫날과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다. 이른바 ‘이건희식 위기론’이 다시 나온 것이다. 한마디로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하자는 뜻이다. 닥쳐올 위험 신호를 미리 파악해 이를 막아낼 방안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0년간 메모리 1위 자리를 지켜온 실질적인 비결 중에 하나다. 이 회장은 이날 “반도체 업계발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을 코앞에 닥쳐올 3대 위기로 인한 시장재편에 대한 사전 대비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선 ‘장기 불황’에 따른 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반등 여지가 불투명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년 전에 2.5달러에 육박하던 1Gb D램이 3분의 1 토막난 상태인데 여전히 반등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며 “또 낸드플래시도 절반 수준까지 내려앉은 상태여서 이 같은 불황이 이어질 경우,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또 다른 위협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나노급 D램 양산에 이어 내년에 10나노급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일본 엘피다도 20나노급 양산을 발표하고 도시바는 19나노 낸드플래시를 밝히는 등 기술 선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반면에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로 대만 기업들은 감산에 나서면서 그 위기 타결책으로 업계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도시바가 샌디스크와 합작을 하거나 엘피다가 파워칩의 D램 부문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기 불황으로 경쟁기업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합종연횡을 통해 강력한 경쟁기업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다른 위협은 ‘기술적 한계’다. 미세공정에 단연 앞서 있는 삼성전자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기술 차별화다. 하지만 20나노급 이하 미세공정 전환은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세공정 전환대신 차세대 신물질 반도체가 그 자리를 대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누구도 승기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쟁판이 벌어질 수 있어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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