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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글로벌 현장을 가다-인텔/`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


카테고리 : 레포트 > 기타
파일이름 :110921013409_.gif
문서분량 : 1 page 등록인 : etnews
문서뷰어 : 뷰어없음 등록/수정일 : 11.09.19 / 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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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글로벌 현장을 가다-인텔/`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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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9시(현지시각), 기자가 방문한 미국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5층 맨 왼쪽. 한 평이 될까 말까 한 작은 공간에 160㎝ 정도 되는 파티션으로 가려진 창가 자리. 이곳이 바로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을 이끄는 폴 오텔리니 CEO의 사무실이다.
 폴의 ‘사무실’이라고 했지만, 달랑 ‘책상’ 하나만 놓여 있다. 사무실이라는 말이 궁색하다. ‘폴 오텔리니’라는 명패가 파티션에 걸려 있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정도다. 그의 비서와도 똑같은 넓이의 자리와 똑같은 높이의 파티션 안에서, 그는 세계 CPU 시장 90%를 이끄는 전략을 세운다. 차이가 있다면 그의 ‘사무실’ 앞에는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소파와 TV가 있는 정도라고 할까. 수백 명이 근무하는 5층 사무실, 그 누구와도 같은 크기의 자리에 앉은 CEO. 이것이 인텔 문화의 시작이다.
 인텔은 세계 PC 프로세서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과거에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는 무어의 법칙을 만들었고, 수십 년간 반도체 넘버원 기업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이 PC을 위협하고 있다. 여전히 인텔은 신흥시장을 배경으로 성장 중이지만, 인텔이 중심에 있던 IT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해 IT 시장의 강자로 다시 군림하기 위한 인텔의 전략과 이를 가능케 하는 인텔의 저력은 무엇일까. 폴 오텔리니 책상이 인텔 저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인텔의 현주소=지난해 인텔의 매출은 430억달러로, 처음으로 4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24% 성장한 수치였다. 매출 성장률은 예상보다 20%포인트 상회했다. 2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10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브랜드로 선정됐다. 세계 120여 개국에 고객을 두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PC 시장 침체를 경고하고 있지만 인텔 PC 비즈니스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신흥시장 덕이다. 최근 중국과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PC 수요가 인텔의 성장을 이끌었다. 신흥 시장에서 성장 곡선은 1990년대 PC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같은 형태를 그릴 것이라는 게 인텔의 예측이다.
 이뿐만 아니다. 인텔은 서버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다. 스마트폰 시장에 아직 진출도 못한 인텔이지만 스마트폰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기도 하다. 시스코의 분석에 따르면 휴대폰이 600대 증가할 때 서버 한 대 증설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서버 수요가 늘면 이는 고스란히 인텔 성장으로 돌아온다.
 1968년 설립된 인텔은 단순히 상품보다는 그 상품이 잘 사용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인텔의 상품은 프로세서지만, 인텔이 개발하는 것은 프로세서가 아니다. 인텔은 전체 시스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생태계(에코시스템)도 구축한다. 무선 중심의 센트리노 플랫폼을 만들어 노트북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새로운 시스템이 나오고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어야 프로세서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류문화나 사회조직을 연구하는 조직도 있다.
 ◇기술 중심에서 창조 중심 기업으로=인텔이 지금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다. 기업 문화도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큰 초점을 맞춘다. 기자가 찾은 실리콘밸리 사무실이 인텔 본사라고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CEO가 근무해 본사일 뿐이다. 오리건에 위치한 인텔의 사무실이 훨씬 더 큰 규모다. 그것은 뛰어난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인력들이 오리건에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채용하고 공장을 짓는 데 최적의 장소를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무실이 흩어졌다. 스마트워크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동안의 전략은 기존보다 좋은 기술을 내놓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텔은 매년 개최되는 IDF(인텔개발자포럼)에서 늘 개선된 기술을 들고 나왔다. 경쟁자는 다른 프로세서 업체 또는 자기 자신이었다. 보다 좋은 프로세서를 내놓아서 PC나 서버 교체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컨버전스 시대 인텔은 경쟁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누가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시장의 경계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혁신이 우선인 시점이 됐다.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채용하고, 이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국 최고 인기그룹인 블랙아이드피스의 리더 ‘윌 아이엠’을 혁신담당 이사로 채용한 것은 이의 일환이다. 구글TV 전략을 짜는 에릭 휴거스 부사장은 BBC 출신이다.
 사무실의 환경도 바뀌고 있다. 파티션이 낮아졌다. 협력과 감성교류를 위해서다. 5층 사무실은 성인여자 키만 한 파티션들이 일하는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었지만 4층은 달랐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도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간단한 파티션만 남았다. 마치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듯, 인텔 사무실의 작은 벽들도 허물어지고 있었다.
 지난 주 인텔은 얇고 가볍고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울트라북 전략을 발표했다. 최근 스마트패드가 PC 시장을 잠식하는 데 대한 새로운 카드를 내건 것이다. 인텔은 울트라북에 대해 ‘사람들이 필요한 것’보다 ‘사람들이 정말 갖고 싶기를 원하는 것’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제 인텔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에서 혁신 기업, 창조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에서 CPU 회사로, CPU 회사에서 IT 회사로 발전해온 인텔. 미래 인텔의 모습은 저스틴 래트너 인텔 CTO의 말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기술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샌타클래라(미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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