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산업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1년 넘게 끝 모를 듯 패널 가격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재정 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 불안과 그에 따른 TV 수요 부진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성숙 단계에 들어선 LCD 산업 자체 성장성 한계와 거시 경제 불안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LCD 산업 역사상 전례 없는 위기라는데 이견이 없다.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세계 LCD업계의 구조조정이다. LCD 산업 현주소를 짚어보고, 업계 생존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해 4분기 세계 LCD TV용 패널 출하량은 5745만대로 전 분기(5749만대)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우리나라와 대만 LCD 업체들은 모두 적자 기조로 돌아섰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패널 가격이 약세였기 때문이다. TV 세트 및 LCD 업계는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시황 회복을 전제로 투자를 늘렸고 더욱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세웠다. 2008년과 2009년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TV 판매가 늘어났던 경험이 이번에도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밀어내기’식으로 시장에 풀린 패널 및 TV 세트 재고는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내 패널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 상반기로 예상됐던 재고 소진 시점 전망이 엇나가면서 시황 반전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유럽 소비 심리 위축이 예상보다 심했고, 유통망에 쌓여있던 세트 및 패널 재고가 당초 분석보다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 2분기 서유럽 지역 TV 출하량은 78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0만대)보다 26%나 줄었다. 재고 소진이 늦어지면서 세트 업체 LCD 패널 주문량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패널 가격 약세로 이어졌다. 현재 LCD TV 시장 주력 제품인 32인치 패널 가격은 작년 5월 이후 현재까지 35%(208달러→135달러)나 급락했다. LCD 업체들이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한달 후도 예측하기 힘든 시황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분기 시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TV 수요가 언제 회복될 것이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LCD 업계 전반을 지배했던 공식도 하나 둘 무효화되고 있다. 1~2년 주기로 LCD 시황이 순환하는 ‘크리스털 사이클’이 단적인 예다. 전반적인 성장 기조 속에서 ‘공급 과잉→패널 가격 하락→공급 부족→패널 가격 상승→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순환 주기가 무의미해졌다. 업계는 LCD 산업 자체가 성숙 단계에 접어든데다가 세계 경기 침체가 더해져 위기를 가속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제 LCD 업계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LCD 업계가 성장 기조를 이어갈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 요인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현 위기의 주 원인”이라며 “향후 1~2년 간 치열한 점유율 경쟁과 수익성 유지를 위한 업체별 체질 개선 및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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