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기업에 대해 얼마나 호의적으로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성인 남녀 2000명에게 기업 호감도를 물어봤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50.8점. ‘기업호감지수(CFI:Corporate Favorite Index)’는 국민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수치다. 호감지수 50.8점은 기업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이 절반 가량씩 균형 있게(?) 섞여 있다는 의미다. 총점은 50점을 넘었으나 세부 내용을 보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기업호감지수 자체가 지난해 상반기(54.0점)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1년간 기업에 대한 비호감도가 꾸준히 높아진 것이다. 항목별 결과에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제 경쟁력’(82.8점)과 ‘생산성향상’(66.6점)은 비교적 점수가 높다. ‘국가경제 기여’(50.9점)는 겨우 낙제점을 면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37.0점)과 ‘윤리경영 실천’(23.0점)은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국내 기업의 이윤 창출 능력은 상당부분 인정하지만, 우리 사회 발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다. 얼마 전, 한 월간지가 국내 오피니언 리더 70명을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존경받을 만한 기업’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경제학 교수와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중 무려 12명이 “존경할 만한 기업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국내 기업이 과연 어느 정도 사회에 기여하고 도움을 주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 어떤 기업도 존경받을 만한 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주변을 둘러봐도 존경받는 기업과 창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들 조차 매일 거래하는 협력사와 경영자를 존경할 만한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도 기업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경제와 사회’ 인정도서에는 ‘대기업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외형 성장에만 집착하고, 중소기업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망한다’고 기술됐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모두 전태일 사건에 대해선 여러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같은 기업인을 소개한 교과서는 단 한 권에 불과하다. 그나마 간략한 사진 설명에 그친다. 자본주의 역사상 지금처럼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는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기업과 창업자는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집단’으로 매도하던 과거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성공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이윤추구’가 아니라 ‘윤리의식’이라고 강조했다. 가능한 많은 이윤을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 절약하고 타인에게 베푸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정신이 자본주의 토대라는 것이다. 기업 CEO가 비자금을 만들거나 회사 돈을 빼돌리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10원짜리 제품으로 소비자를 속여 100원에 파는 것도 자본주의적 윤리정신에 어긋난다. 연말·연시에 보육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는 이벤트만으로는 턱도 없다. 존경받는 기업이라면, 협력회사 고통을 나 몰라라 해서도 안 된다. 기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직원을 괴롭히는 것 역시 비윤리적이다. 아무리 힘들게 거둔 성과라도 자신들만의 잔칫상 벌여서는 결코 안 된다. 개인적 욕심과 집단 이익을 합리적으로 억제하고 조절하는 사회적 소명의식이 부족한 비호감 기업과 경영자들.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그들에게 잔치는 끝났다. 주상돈 경제정책부 부국장 sdjoo@etnews.co.kr <표> 2011년 기업호감지수(CFI) 요소별 점수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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