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플랜트 설계SW 시장은 외산 경연장’ 1000억 규모의 국내 플랜트 설계SW 시장을 노리고 글로벌 투톱인 아베바(AVEVA)와 인터그래프(INTERGRAPH)가 벌이는 ‘코리아 결투’가 시작됐다. 국내 조선사와 협력업체, SW개발자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이 곧바로 세계 플랜트 설계SW 시장 지배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언제까지 조선산업의 핵심 고부가가치 분야인 설계SW 시장을 외산에만 의존할 것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왜 한국시장인가=전 세계 조선 및 플랜트 설계SW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선박용 설계SW가 가장 크지만 육·해상 플랜트산업의 성장에 따라 최근 플랜트 설계SW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초대형 설비인 육·해상 플랜트를 수주해 설계부터 제작까지 가능한 기업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는다. 수주·건조량 부문에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우리 조선사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부산과 울산, 거제 등 동남권 및 남해안에 몰려 있다. 아베바와 인터그래프가 부산 등 동남권에 R&D센터와 SW교육센터를 집중 설치해 자사 SW 교육과 공급 확대를 집요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2010년 말 기준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가 우리나라 기업이다. 이중 6개가 모두 동남권에 위치해 있다. 또 우리나라 조선 관련 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1688개(선박건조 77개, 조선기자재 1611개)에종사자수는 13만4000여명에 이른다. 플랜트 설계SW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권을 쥐려면 이들 조선사와 협력업체, 소속 개발자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불붙은 서비스 마케팅 전쟁=아베바와 인터그래프는 전 세계 조선·플랜트 분야 설계SW의 양대 산맥이다. 조선과 해양플랜트는 아베바가, 육상플랜트는 인터그래프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아베바는 최근 대한상의와 손잡고 부산, 울산, 경남 거제·사천, 전남 목포·광양 등 동남권과 전남 남해안 7개 지역에 아베바 공인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2005년 부산에 아베바 해양기술서비스센터(MTSC)를 마련, 대고객 SW기술지원과 교육을 실시해 온 이후 5년여 만에 벌이는 대규모 서비스 마케팅 공세다. 도충기 아베바코리아 전무(MTSC 센터장)는 “고객인 조선사의 설계인력 양성에 있어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줄여 주고, 보다 전문적인 실무 설계SW 인력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고객사에 대한 SW교육지원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 말했다. 인터그래프는 지난해 말 부산 동의대에 조선해양SW교육센터를 마련한데 이어 최근 전남대까지 대학내 인터그래프SW 트레이닝센터를 7개까지 확대했다. 김세은 인터그래프코리아 대표는 “일정부분 수익성까지 노린 경쟁사와 달리 그동안 순수한 지원으로 미래 SW설계 인력 양성을 지원해왔다”며 “조만간 부산에 고객 밀착지원과 현장인력 양성을 목표로 기술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산SW는 왜 맥못추나=대형설비 설계SW 처럼 조선용 설계SW도 한번 도입해 사용하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가 매우 어려운게 현실이다. 시장이 어느 정도 고착화돼 있어 국내 SW기업들이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조선용 SW 전공의 한 부산대 교수는 “조선 설계SW는 단품이 아닌 다양한 응용·지원SW를 한데 묶은 패키지 형태여서 대체가 쉽지 않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 자체적으로, 또 몇몇 SW개발사가 조선용 설계SW 개발 및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벽에 부딪혀 무산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며 “더욱이 플랜트 설계SW는 조선 설계SW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당분간 외산의 독주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부산의 선박용 블록설계 SW개발사 캐드윈시스템의 신정훈 사장은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지금이 대형 설계SW 시장에 진출할 호기”라며 “국내 조선사의 협조와 정부의 지원, SW개발 업계의 국산화 의지라는 3박자를 갖춰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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