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성수동 신도리코 본사 1층에 마련된 디지털 인쇄 체험장 ‘UV스퀘어’에서는 프린터를 이용해 표면이 거친 타일에 화려한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한 디자인 업체 사장과 신도리코 기술진들이 다양한 색판과 도면 등을 펼쳐놓고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 회사 김동규 신규사업팀 부장은 “UV시리즈는 전용 잉크와 자외선을 이용해 어떤 표면에도 인쇄를 할 수 있어 이를 눈으로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UV스퀘어를 24시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는 한국HP가 디지털 출판인쇄 콘퍼런스인 ‘디지털 어드밴티지-출판의 미래’를 개최했다. 출판유통진흥원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한국HP는 본사 임원과 세계적 출판 전문가를 초청해 디지털 인쇄의 장점과 성공사례 등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40여명의 전문 출판인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디지털 인쇄(디지털 프린팅)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프린터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존 프린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창출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HP는 지난 2월 잉크젯 기반 디지털 윤전기 ‘T200 컬러 잉크젯 웹프레스’와 ‘T300 컬러 잉크젯 웹프레스’를 출시하고 디지털 인쇄 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디고 프레스 시리즈와 함께 디지털 인쇄기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해 디지털 인쇄기 ‘Color 1000 Press’를 출시한 한국후지제록스는 올해도 관련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에노 야스아키 한국후지제록스 사장은 “하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해 디지털 인쇄기 라인업을 탄탄하게 할 것”이라며 “시장 확대를 위해 고객 초청 세미나 등을 자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세계적 디지털 인쇄기 기업인 네덜란드 오세(Oce)와 협력하기로 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도 올해 디지털 인쇄 분야에서 7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하고 하반기 분당 75장 컬러 인쇄가 가능한 신제품 ‘Color Stream 3500’을 공개할 예정이다. 신도리코 역시 지난 3월 디지털 인쇄기인 ‘UV(Ultra Violet) 프린터’를 12종이나 공개하고 가정용부터 상업용 프린터까지 업계 최대의 라인업을 구축한 바 있다. 디지털 인쇄란 기존 옵셋 인쇄 방식과 달리 따로 필름을 만들 필요가 없이 디지털화된 문서를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인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수정사항을 즉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파일을 소량 인쇄할 수도 있어 포토북 등 맞춤형 인쇄시장에서 인기다. 현재 전체 인쇄 시장의 10%(8500억원) 수준인 디지털 인쇄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체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프린터 업계가 디지털 인쇄에 집중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기업용 프린터 시장이 ‘성장 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국IDC 자료에 따르면 복사기 기반 레이저 복합기의 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2008년 27%에서 2009년 25%, 2010년 23%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 역시 2008년 73%, 2009년 72%, 2010년 74%로 성장곡선이 옆걸음질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교세라미타·코니카미놀타 등 신규 업체들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레이저 복합기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졌다. 장원희 한국IDC 선임연구원은 “프린터 업체들이 기존 복합기 시장에서 더이상 판매를 확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발전 가능성이 훨씬 큰 디지털 인쇄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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