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다시 분석(analytics)이 화두로 떠오른다. 10여년 전 데이터웨어하우스(DW)가 국내에 소개된 이후 이름만 분석, 혹은 과거의 개념보다 한 차원 높다는 의미로 고급분석(advanced analytics)이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고급분석에서 언급하는 기술들은 이미 소개된 데이터마이닝의 내용과 비교해 전혀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고급분석에 관심을 보이는 산업분야나 적용 서비스는 광범위해지고 있다. 소위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도 서비스 사업라인을 구축하는 등 양적, 질적으로 고급분석에 대한 분위기는 10여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글로벌 차원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구글, 페이스북 등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빅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고급분석 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이 고급분석 환경은 기업분산처리가 가능하며 저비용, 고성능의 오픈소스 기반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왜 또 다시 관심을 받는가=분석이 다시 뜨거운 관심에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위치기반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에 의해 생산되는 사용자 활동 데이터가 새로운 차원의 정보로 양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가지 새로운 정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서비스 사용자(고객)의 행동패턴, 선호도와 고객경험을 파악하는 상황인지(context awareness)가 일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나 제품 등 다양한 제안을 고객의 상황에 맞게 즉시 추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다. 빅 데이터라고 부르는 초 대형데이터 처리를 분산처리 기술을 활용해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저비용·고효율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는 오픈소스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오픈소스 기반의 통계분석 엔진 성능이 상업용 소프트웨어(SW)를 훨씬 능가하기 시작했다. 고급분석이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세 번째 이유는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환경, 소셜 미디어의 놀라운 변화를 큰 비즈니스 기회로 인지한 해외업체들과 컨설팅 회사의 붐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IBM은 OLAP업체인 코그너스, 통계분석 패키지인 SPSS, 그리고 패턴 기반 의사결정을 위한 룰 엔진 회사인 아이로그와 캠페인 솔루션 업체인 유니카, 데이터 웨어하우스(DW) 어플라이언스 업체인 네티자의 인수합병을 통해 고급분석 시장을 대비했다. 액센츄어, 딜로이트컨설팅 등도 비즈니스 어낼리틱스 사업을 라인업해 기업에서 고급분석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성공사례를 전파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외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이 고급분석 시장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고급분석 결과가 각종 의사결정 단계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패턴기반의 전략수행이 현실화 됐다는 의미인 것이다. ◇성공적 도입을 위한 요소는 무엇인가=그렇다면 고급분석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성공적 고급분석이란 분석결과를 전략수행과 연계해 사용하며 그 효과를 측정하고 전략수행을 통해 생성되고 취합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을 재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발굴한 패턴에 기반을 둔 전략을 다시 수행하는 정보의 선순환이 진정한 성공의 모습인 것이다. 그간 기업에서 고급분석에 대한 수요나 도입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고급분석을 통해 마케팅 고도화를 시도했고 금융권에선 리스크 체계의 선진화를 추진해 왔다. 필자는 고급분석이 정착된 비즈니스 분야로 금융권의 신용리스크 관리 분야를 꼽는다. 신용리스크 분야는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수익 극대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도나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고민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는 정립된 분석 프로세스 하에 꾸준한 데이터의 축적, 모델링, 현장에의 적용 및 평가의 순환 프로세스에 의해 쌓인 노하우와 자신감에 의한 것이다. 반면 마케팅 분야는 고객 세분화, 타기팅 모델개발, 캠페인 관리 등을 도입했지만 벤더들이 요란하게 주장하는 도입 사례만 남았을 뿐 수익창출의 원동력으로 고급분석 프로세스가 과연 자리를 잡았는지 조금은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기업에 필요한 진정한 분석전문가의 필수조건은 무엇일까. 통계학적 지식, 실전 경험, 창의적인 능력의 세 가지 측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우선 탄탄한 통계지식을 바탕으로 본인이 사용하는 분석방법에 대해 장단점을 이해하고 항상 새로운 방법을 습득하면서 기존방법과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기가 필요하다. 또 아무리 학문적 지식이 있더라도 실전경험이 없으면 배운 지식의 현장적용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여 의미를 담고 사용자가 만족할 분석결과를 제공하여야 하는 창의적인 능력도 필요하다. ◇고급분석을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충고=고급분석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모바일 스마트 환경에서의 새로운 고객경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식스시그마의 데이터 분석 수준에서 전사 차원의 분석으로 확장하려는 제조업 분야를 비롯해 전 산업군에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도입을 고려하는 순간부터는 많은 고민을 수반한다. 고급분석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당부를 하고 싶다. 우선 고급분석을 시스템 구축으로 이해해 어떤 솔루션을 도입해 단기간에 해결할 것인지 보다는, 어떤 주제들에 대해 누가 수행하며 회사의 각종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녹일 것인가를 고민하길 권한다. 고급분석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다. 따라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지원해줄 수 있는 분석 결과를 공급할 창의적 분석가와 그 결과를 활용하는 문화와 프로세스부터 먼저 살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통계전공자 몇 명 채용하고 관련된 솔루션 업체에 던진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로 고급분석 도입의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솔루션 업체가 홍보하는 성공사례는 그 솔루션을 도입해서가 아니라 기업 스스로가 고급분석을 도입하기까지의 과정에서의 고민,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쌓인 노하우 등의 결정체인 것이다. 분석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사실을 발굴하는 과정이므로 새로운 데이터의 발생을 위해 실험적인 전략의 일부 실행을 이해하는 경영진의 문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적절한 한도전략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챔피온-챌린저와 같이 실험적으로 도전적인 전략을 병행하지 않으면 분석은 단지 과거의 답습을 수식화하는 과정일 뿐인 것이다. 경영진은 예상되고 제어되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도전적 전략을 병행해야만 현재 전략과 비교도 가능하며 경영지표를 최적화할 수 있는 전략을 발굴할 수 있다. 나는 머리와 손은 도구일 뿐, 분석은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고급분석 효과는 분석 툴을 잘 다루는 분석가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분석결과를 활용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진취적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분석이 현재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더 고도화되기 위한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분석가의 태도라고 생각하기에 지식보다는 분석의 사명감을 강조한 것이다. 진취적 태도과 사명감 하의 분석을 통해 사용하지 않고 거들떠보지 않는 분석 툴만이 덩그러니 남는 과거의 전철을 피했으면 한다.
<이미지>분석(Analytic)의 4가지 주요 요소
분석 문화 (why) -분석 주제는? -분석의 목적은? -분석결과 활용방안은? -기대효과 혹은 KPI는?
인프라 (what) -현재 가용데이터는? -필요 데이터는? -추가 데이터 취합 계획은?
기술과 프로세스 (how) -분석 방법과 과정은? -결과 표현방법은?
인력 (who) -분석의 의뢰인 혹은 결과를 활용할 주체는? -분석 담당자는? -기타 관련된 인력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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