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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희망이다] 대학 내 기업가정신센터가 뜬다


카테고리 : 레포트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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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희망이다] 대학 내 기업가정신센터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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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출신대학·전공·학점·어학연수. 이는 사회 진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의 발목을 잡는 단어다. 추세를 반영하듯 취업 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방대, 토익 800점인데 A기업 서류통과가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최종 입사는 다음 문제고, 당장 눈앞의 서류통과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누군가는 떨어져야만 한다. 많은 취업 준비생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과 잠재된 가능성은 평가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점수를 매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탓이다. “없는 게 메리트라네. 있는 게 젊음이라네”라는 인디밴드 ‘옥상달빛’의 노래 가사는 취업 문턱에서 셀 수 없는 좌절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일각에서는 중소·벤처기업으로 눈을 돌릴 것을 권한다. 그러나 대기업 취업이 사회 진출의 정도(正道)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홀로 ‘다른 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 통념 탓에 벤처 창업도 저어하게 된다. 사회와 대학이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각 대학이 ‘기업가정신센터’에 주목하는 이유다.
 ◇기업가정신센터, 대안으로 떠오르다=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은 직역하면 ‘기업가’ 또는 ‘기업가 정신’이다. 시간이 흘러도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는데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는 것이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100년 이상 된 존경받는 외국 기업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 기업이 지닌 핵심적인 가치와 가치판단 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앙트러프러너십에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지용희 숙명여대 교수는 “창업을 빼놓고 앙트러프러너십을 설명할 수 없다”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처럼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정신이 바로 앙트러프러너십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바로 대표 사례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흐름=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대, UC 버클리대 등은 기업가센터를 통해 재학생에게 실전 중심의 기업가 정신 교육을 수행한다. 이곳은 구글, 퀄컴, HP 등 많은 세계적 기업 CEO의 산실이 되고 있다. 연방 및 주 정부의 지원도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MIT-GSW 행사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MIT 기업가 정신 센터 관계자는 “대학에서 체계적인 창업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수많은 성공사례를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센터의 장점으로 꼽았다.
 유럽 주요 대학은 현장 지향적인 기업가 정신 교육을 통해 혁신 주도형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기업가와 교수가 연계해 실전 지혜를 학생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 역시 장점이다. 지 교수는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는 창업의 꿈을 대학에서부터 많이 가르친 덕에 이 같은 성공 모델이 나올 수 있었다”며 “국내 대학이 최근 앙트러프러너십에 주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대학 ‘기업가정신센터’ 설립 러시=한양대학교(총장 임덕호)는 지난 2009년 7월 대학 내에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이다. 기업가가 갖춰야 할 소양과 태도, 역량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준비된 기술 창업인’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숙명여자대학교(총장 한영실)도 지난해 4월 ‘앙트러프러너십센터’를 열었다. 숙명여대는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도 함께 개설했다. KAIST도 연구센터를 통해 창업을 장려하고 있으며, 중앙대도 지난해 말 센터를 설립했다. 고려대·연세대 등도 현재 유사한 센터 설립을 논의 중이다.
 이들 대학은 △기본 소양 교육 △선배 기업가의 멘토링 △창업 아이템 경진대회 등을 통해 기업가 정신 함양에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부·교육과학기술부·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와 협력해 각종 창업 지원책을 알선하는 한편 자금 조달 등의 도움도 제공한다.
 물론 각 대학 센터가 창업만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도 기업가 정신 함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중요한 건 기업가 정신 함양”이라며 “학생들이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센터 설립의 또 다른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처럼 최근 관심을 얻고 있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학생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센터 설립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학들의 움직임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독자영역을 지닌 학문으로서의 정립과 장기적인 관점에 근거한 정부의 지원책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금세 시들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동문들의 참여로 센터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사이의 격차 역시 걱정거리다.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정부가 센터 지원에 대해 취업률 높이기라는 단기적인 이슈로만 접근한다면 센터 설립 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외국 사례처럼 학문 영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대학과 정부는 눈앞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니인터뷰/류창완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센터장>
 “70여명의 현업 CEO가 실전 교육에 참여합니다. 이것이 저희 센터의 최고 강점입니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업계 곳곳에 포진한 자문위원과 멘토그룹이 바로 센터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김쌍수 한국전력(KEPCO) 사장, 조환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은 모두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의 자문위원이다.
 한양대 학생들은 이처럼 쟁쟁한 선배 기업가와의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책으로는 채울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을 전수받는다. 류 센터장 역시 기업가 출신이다. 과거 벤처동문회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 그를 센터로 이끌었다. 학교와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지면서, 국내 최초로 개설된 센터는 현재 다른 대학에 비법을 전수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센터는 올해 총 6개 과목(24학점)을 개설했다. 기업가를 위한 실용상법, 세무 및 재무관리의 기초, 벤처 실전전략 등 실전에 필요한 내용을 전진 배치했다. “기업의 CEO가 되려면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다.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술 사업화 경진대회와 기업가캠프도 연다. 경영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기업가포럼도 매 분기 마련한다.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커리큘럼 개발, 성공사례 분석에 도움을 준다면 독자적인 학문 영역 구축도 조만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수업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이 창업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학생들이 창업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기업가에게 꼭 필요한 태도, 사고, 철학을 꼭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는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니인터뷰/김규동 숙명여자대학교 앙트러프러너십센터 센터장>
 “숙명여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학부 최초로 앙트러프러너십학과를 설립했습니다.”
 김규동 숙명여자대학교 앙트러프러너십센터장은 학부부터 시작되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숙대만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학이 아직 교양수업 개설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데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는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영역에 대해 높은 전문성을 지닌 교수진의 영입으로 가능했다. 지용희 교수, 한정화 교수 등 명망 높은 이들이 모두 숙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여대 유일의 기업가정신센터라는 점도 숙대의 강점이다. 김 센터장은 “창업은 여성의 섬세함, 친화력, 인내심 등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라며 “우리는 여성이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성 창업가 양성 지원을 바탕으로 여성 창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숙대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연계 사업을 운영한다. 우수 학생을 현지에 파견, 외국 기업가 문화와 창업 사례를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알려지면서 2년 연속 우수한 학생들이 학부에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구성원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 40대 이상의 시니어가 사회적 기업 등을 열 수 있도록 ‘시니어 창업스쿨’을 운영하는 한편, ‘서울형 사회적 기업 CEO 아카데미’와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 등도 개최해 중장년층에게도 각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앙트러프러너십센터가 내년이면 3년째 접어드는 만큼 센터를 통해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은 예비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의 확대와 사회적 기업 경영개선 교육 및 컨설팅에도 앞장서 전문성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소박스/글리니스 롱 미 행정부 중소기업 정책분석관 초청 강연>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것은 새로운 창업 시장에 맞는 사고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이다.”
 글리니스 롱 미 행정부 중소기업 정책분석관은 지난 4일 한양대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이 대학 글로벌기업가센터가 마련한 특강에서다. 그는 “그럴듯한 아이디어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며 “처음 들을 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디어도 결과적으로는 매우 기발하고 유용하다고 판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국 내 여러 창업 관련 기구와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중 하나는 ‘내 사업 만들기(www.myownbusiness.org)’라는 프로그램이다. 1992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창업 및 소규모 사업에 종사하려는 이들에게 무료 강의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2000만명 이상이 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얻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 이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는 점이다. 단지 창업을 위한 기본 교육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창업 뒤 어떻게 사업을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제공한다. 그는 한양대 글로벌기업센터에서도 학생들에게 창업을 위한 정보만 제공하지 말고 사업 시작 후 경영 방침에 대해서도 함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많은 한국인들이 다양한 업종으로 미국에 진출해 위상을 떨치고 있다”며 세계로 시선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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