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절전’이 일본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전력 공급량은 줄어든 반면 제조업 생산라인의 재가동이 이어지고 있어 절전이 대지진 피해 복구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10일 일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물론 산업계 역시 절전 대책을 속속 내놨다. 산업계는 일본 정부의 15% 절전 방침보다 강력한 25% 자율 규제를 결의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여름철 절전 목표를 25%로 잡았지만 병원이나 철도·상하수도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공공 서비스가 지장을 받지 않도록 15%로 조정했다. 반면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게이단렌(〃〃連)은 지난달 26일 정부의 원안을 지키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게이단렌 소속 543개 기업 중 77%에 해당하는 418개 사가 이에 동의했다. ◇일본 기업, 휴일 전면 재조정 결의=지난 4월 초 도시바는 예정에 없던 노사협의를 열었다. 테마는 ‘휴일 전면 재조정’이었다. 도시바 노사는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대책을 만들었다. 기존 휴일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상대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적은 5월과 10월에 토요 근무를 결의했다. 대신 토요 근무 일수만큼 여름 휴가를 늘린다는 내용이 노사 합의의 골자다. 냉방 및 조명의 전력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내려진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남는 새벽과 심야시간 조업을 감수하기로 결의했다. 도시바 측은 “1인당 노동시간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피크 타임 전력 소모를 30% 가량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절전 노력은 도시바에 그치지 않는다. 소니도 7월부터 12월 사이의 공휴일에 모두 근무하는 대신 여름에 2주일 가량의 휴가를 주기로 했다. 니콘은 이미 4월 말이나 5월 초에 휴일이 몰려 있는 골든위크를 반납하고 여름 휴가를 늘리기로 했다. 일본 전력 소비의 30%는 가정에서 이뤄진다. 여름철 전력난을 대비해 절전형 가전제품 출시가 눈에 띈다. 도시바는 오는 7월 배터리 내장형 LC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선 19인치 제품을 시작으로 32인치 제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긴 사용 시간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시간 동안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도시바는 이 제품을 내수 시장은 물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정전이 잦은 신흥개발국까지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다이킨공업은 가정 내 전력 과소비 주범인 에어컨의 사용을 PC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에어컨의 리모컨에 최대 40일 분의 전력 사용 데이터가 저장돼, 전용 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매일 전력 요금 및 사용 데이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9월까지 전력 사용량과 올해 같은 기간 공급 가능 전력량을 비교하면 최대 1500만㎾ 이상 부족하다. 경제산업성은 사회적 절전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여름 피크 타임에는 수요와 공급의 800만㎾ 격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렸다. 대기업의 절전 노력을 감안하더라도 255만㎾가 부족해 결국 전력난 방지의 열쇠는 중소기업과 가정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1960년대 완공한 후 작년 가동을 중지한 요코스카 화력발전소를 정비해 다시 전기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야간의 잉여 전력을 사용하여 낮에 전기를 만드는 방안도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일본 열도가 절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만 만일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면 그 피해는 막대할 전망이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측은 “3일 정전은 실질 국내 총생산(GDP)을 1% 정도 떨어뜨린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지나친 절전도 문제다. 닛코증권 측은 “전력을 15% 절감하면 7~9월 생산의 침체는 전기 대비 2.8% 감소에 그치지만, 25%를 줄이면 7.2%로 심각해진다”라고 밝혔다. 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전력이 부족하다는 발상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경제 성장과 에너지 사용량이 비례하는 20세기형 사고에서 벗어나 백열등에서 LED 전구로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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