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고객을 빼앗아라.” 다국적 컴퓨팅업체들이 경쟁사 고객을 뺏아오는 ‘윈백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으로 단번에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심지어 어제의 동지가 갑자기 적으로 표변하는 살벌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가장 공세적인 기업은 오라클이다. 지난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인수 이후 HW사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주요 HW업체와 잇따라 결별을 선언했다. 오라클은 최근 HP 유닉스서버 ‘아이태니엄’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후지쯔와 공동 개발한 ‘스팍’ 프로세스를 탑재한 선의 유닉스서버를 밀기 위한 전략이다. 그동안 오라클의 지원으로 유닉스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온 HP는 이젠 ‘어제의 동지’에게 시장을 빼앗길 위협에 놓였다. 오라클과 HP의 격돌을 지켜보는 IBM은 한국에서 양쪽을 겨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솔루션(DBMS) ‘DB2’를 국내 SW에 임베디드 형식으로 제공하면서 초저가 판매에 나선 것. DB2 보급이 확대되면 오라클 DBMS 아성도 깨고, 자사의 유닉스서버 판매에도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HP도 뒤질세라 스토리지사업에서 ‘윈백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스토리지 가상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3PAR를 인수한 것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현재 발표가 임박한 SK텔레콤 통합구매에 EMC와 히타치 가운데 한 곳을 밀어내고 연간 파트너로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SKT 통합구매 파트너는 매년 1~2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HP가 윈백에 성공할 경우 EMC나 히타치 가운데 한 곳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웨어(DW) 시장도 고객 뺏기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오라클이 선 서버에 DW 어플라이언스 ‘엑사데이타’를 적용하기로 한데 이어 EMC는 지난해 인수한 그린플럼의 최신 DW 솔루션을 탑재한 DW 어플라이언스 신제품 3종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국내 DW 시장을 장악해온 사이베이스 타도에 나서 뜨거운 시장 쟁탈전이 예상된다. 지난 주말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터지면서 은행권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의 ‘윈백 경쟁’도 변수로 떠올랐다. 문제가 된 IBM으로선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IBM 파트너 한 관계자는 “이번 농협 사태로 IBM 제품에 대한 불신이 전 은행권에 퍼질까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HP와 오라클이 결별하면서 IBM이 경쟁관계에 있던 HP와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윈백(win back)=현재 운용 중인 경쟁사의 시스템을 자사의 제품군으로 바꿔 넣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경쟁사 제품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 성공할 경우 대대적인 홍보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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