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지분을 100% 보유할 필요는 없다. (하나SK카드처럼) 통신사와 같이 해서 시너지가 난다면 (지분투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통신과 신용카드 융합을 통해 핵심서비스 사업을 발굴, 추진하겠다. 신용카드의 온오프라인 모바일결제 활성화에도 앞장서겠다.” -이종호 비씨카드 사장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스마트 금융의 선두에 나서기 위한 미래혁신을 추진하겠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금융 업계에 ‘스마트 금융’ 바람이 거세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금융업계는 스마트 금융을 생소한 개념으로 간주했다. ‘텔레뱅킹’ ‘인터넷뱅킹’처럼 결제 수단의 하나로 생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스마트 금융은 단숨에 금융계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부상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열풍을 등에 업으면서부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2월 처음 도입된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서비스는 1년 만에 이용건수 95만건, 이용금액 468억원을 기록했다. 등록 고객 수도 서비스 도입 1년여 만에 26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600만명임을 감안할 때 절반에 가까운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을 내려받았다고 볼 수 있다. 모바일뱅킹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용 건 수는 2009년 6.5%에서 2010년 8.4%로, 금액은 같은 시기 1.0%에서 1.4%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자 금융업계 수장들도 저마다 스마트 금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스마트 금융 시대가 온다=현재 스마트폰·패드를 활용한 금융 거래는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진다. 금융업계는 지난해 경쟁적으로 앱을 출시했다. 스마트폰·패드 이용자의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앱 기반 금융 거래는 스마트 금융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금융을 더욱 넓은 의미로 바라보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거래만을 스마트 금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 정보기술(IT), 전자 등과의 결합으로 기존의 금융거래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스마트 금융이다.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이 근거리무선통신(NFC)의 부상이다. NFC는 스마트폰 등 두 대의 단말기 간 10㎝ 이내의 거리에서 데이터를 양방향으로 송수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NFC 기술을 이용하면 휴대폰을 지갑처럼 사용할 수 있다. 교통과 신용·모바일카드, 신분증 같은 개인정보를 안심하고 담아둘 수 있다. 모바일쿠폰을 NFC를 통해 저장해뒀다가 물건을 구입할 때 사용하는 일도 가능하다. NFC를 지원하는 은행이라면 대기번호표를 뽑을 필요 없이 휴대폰을 특정기기에 대는 것만으로 순번과 대기시간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권영탁 하나SK카드 팀장은 “NFC는 태그에 리드(읽기)와 라이트(쓰기)도 되는 것이 장점”이라며 “NFC의 도래로 지불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를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NFC 시장의 전망도 밝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14년이면 전 세계 모바일 전자결제 거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NFC 기반 단말기 보급도 확대되는 추세다. 2015년이면 전 세계 휴대폰 공급량의 85.9%에 해당하는 27억대의 휴대폰에 NFC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는 NFC포럼 멤버로 활동하면서 NFC폰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애플, 구글 등도 스마트폰 시장에 이어 차기 핵심 사업으로 NFC 기반 서비스 분야를 채택하고 다양한 서비스 분야 발굴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스마트 금융 확산에 나서= 추세를 반영하듯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NFC 기반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 활성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스마트 모바일 근접통신 선도국가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신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서비스 기반 조성 △모바일 스마트 라이프 응용서비스 발굴 및 보급 촉진 △차세대 모바일 결제 및 응용서비스 시장 선도 등 3대 과제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스마트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인프라 구축 및 응용서비스 모델 발굴, 관리, 기술 지원 등을 전반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 U+), 카드사(하나SK카드, BC카드, 신한카드, 마스터카드, KB국민카드),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유비벨록스, KEBT, 엠텍비젼, TM리에이로직스), 통신과금서비스제공자(다날, 모빌리언스, KCP, 갤럭시아), 관련 기관(KISA, ETRI, MOIBA, 인기협)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단말기 보급 확대를 위해 신규 출시 단말기에 NFC 기능을 탑재하도록 권고하고, NFC 기반 다양한 응용서비스 표준 개발 등도 시범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스마트 금융의 주도권을 잡으려면=전문가들은 스마트 금융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표준화와 세계화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표준화와 세계화에 실패해 주도권을 빼앗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관심은 보안 문제에 쏠린다. 스마트 금융이 대중화되려면 보안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말기 보안 플랫폼, 사용자 보호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표준화 문제다. 태그와 리더 기능을 함께 쓸 때 문제점이 바로 표준화다. 정부는 NFC 기반 산업 성장에 대응한 국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 지불 및 통합 인증 기술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금융과 IT의 자연스러운 융합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스마트 금융 관련 핵심 기술과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확보를 위해서는 ‘금융+IT 융합지원센터(가칭)’ 등을 만들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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