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달러짜리 아이패드2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애플의 전략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 게임의 법칙을 바꾸려는 스티브 잡스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잠시 ‘아이폰’ 출시 당시로 시계를 돌려 보자. 삼성·노키아·모토로라 등 글로벌 강자가 주도하는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은 후발업체였다. 시장에 진출할 때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애플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에도 아이폰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바로 ‘게임의 룰’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경쟁 기준은 브랜드와 인지도, 제품 라인업, 성능과 디자인 등이었다. 애플의 전략은 달랐다. 단 한 모델에 ‘올 인’하고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스마트폰의 선택 기준을 바꿔 놓았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업체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앱’이라는 보지 못했던 무기를 들고 나왔다. 기존 게임의 규칙을 넘어섰기 때문에 아이폰은 주목을 받았다. 499달러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 첫 제품이 나왔을 때 불과 한 달 만에 수십개 ‘짝퉁 아이패드’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1’에는 무려 80개의 스마트패드가 선보였다. 사실 기술이 이미 보편화한 상황에서 제품 컨셉트만 잡히면 개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애플이 기존 가격을 고수했다면 결국 기능으로 경쟁해야 하는 데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애플은 다시 이를 뒤집었다. 바로 499달러라는 가격으로 한방을 날렸다. 물론 애플이 파격적인 가격을 쓸 수 있는 데는 엄청난 ‘바잉 파워(buying power)’ 즉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자체 프로세서로 비용을 줄이고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터치패널·디스플레이·낸드 플래시 등을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게 구매했다. 430억달러 현금을 두둑하게 보유한 애플은 부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현금으로 결제하기로 유명하다. 부품회사는 애플에만 제품을 공급해도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해 앞다퉈 줄을 선다. 대규모 유통망도 한몫했다. 아이패드 출시 후 판매량의 약 3분 1이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는 ‘애플 스토어’라는 자체 매장에서 판매됐다. 그러나 제 아무리 애플이더라도 가격을 낮추면 수익률이 줄 수밖에 없다. 애플은 가격이 아닌 더 큰 비즈니스를 노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바로 ‘앱’ 시장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애플 주도의 생태계 시스템이다. 아이폰 출시 때부터 애플이 보여준 신세계, 운용체계(OS)를 중심으로 ‘디바이스-플랫폼-콘텐츠’로 이어지는 에코 시스템을 겨냥하고 있다. 초기 ‘아이폰 쇼크’에서 어리둥절했던 삼성·모토로라 등은 역시 하드웨어 강자답게 재빠르게 애플 제품을 따라잡았다. 이들이 내놓은 스마트패드는 결코 아이패드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기능과 사양은 훨씬 뛰어나다. 그러나 앱 시장은 다르다. 애플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이 뒤쫓고 있지만 올해 초 등록 프로그램 수가 30만개를 넘어서고 100억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전체 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 장터를 만들었다. IDC·가트너와 같은 시장조사업체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세를 불린다고 해도 2014년께 30%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략을 선회한 삼성과 같은 글로벌 업체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늦었지만 제품 자체보다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를 제대로봐야 한다. OS를 포함한 플랫폼 전략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는 플랫폼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플랫폼 주도권을 가져야 하드웨어 시장도 평정할 수 있는 시대다. 국내 업체가 플랫폼을 우선순위에서 밀쳐 내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면 영원한 2인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 주도의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장 성패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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