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희토류 공급권을 쥐고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반대로 세계 각국의 탈 중국화를 빠르게 이끌어내고 있다. 호주·미국 등지에서 그동안 경제성 및 환경적인 문제를 이유로 문을 닫았던 희토류 생산시설의 활동을 재개하게 했고 일본과 베트남의 사례처럼 국가 간 협력을 부추겨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EU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중단을 두고 미국·일본과 공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중국으로부터의 홀로서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잠자는 희토류 다시 깨어난다= 호주의 광산기업 라이너스는 최근 말레이시아에 세계 최대의 희토류 제련소 건설에 착수했다. 최근 30년 사이 중국 외 지역에 처음 세워지는 희토류 제련소이자 규모 또한 세계 최대다. 라이너스에 따르면 제련소가 준공되는 내년 말부터 연간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어치의 희토류가 생산된다. 세계 희토류 수요량의 3분의 1이 이 제련소를 통해 생산되는 것이다. 미국의 광산기업 몰리코프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패스산에 위치한 희토류 광산의 채굴사업을 재개했다. 희토류 사업을 접었던 지난 2002년 이후 8년만이다. 일본 히타치금속을 파트너로 2012년까지 연간 2만톤을 생산하고 이후 생산량을 연간 4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친환경적인 희토류 생산 기술을 도입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도 없앴다. 희토류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해 중국에게 당한 치욕을 반면교사 삼아 중국외 국가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희토류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 일본은 베트남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자신들의 정제기술을 통해 가공하고 발생하는 이익을 분배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밖에도 희토류 대체기술 개발에 어느 나라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호주·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응은 모두 중국이 희토류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최근 6개월 내 일어난 일로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갈 길’ 먼 대한민국=우리나라는 희토류 생산 및 해외국가와의 공조체제에 있어 아직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희토류 생산에 필요한 가공기술 또한 아직 확보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토류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일본·미국 등 일부 국가뿐일 정도로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환경오염이 심한 희토류 가공 공정의 특성상 최근에는 환경성을 확보하지 못한 가공 기술은 사용될 수 없는 상황이다. 희토류 원석과 희토류 가공품 간의 가격 차이가 6배 이상 발생하는 것도 희토류 가공 기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앞으로 해외 희토류 광산 개발에 참여하고 독자적인 희토류 생산 체계를 갖추기 위해 가공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최근 국내 6개 기업이 참여하는 희토류 가공기술개발협의회를 발족하고 뒤늦게나마 희토류 가공 기술 확보에 들어갔다. 광물자원공사를 총괄기관으로 포스코·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아주그룹·GI그룹·웰리츠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는 앞으로 3~4년 내 희토류 가공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희토류 가공기술개발협의회는 조만간 선광·분리·정제·가공 등 4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1차 소재기술에 해당하는 선광·분리·정제 부문은 광물자원공사가, 고순도 희토류 소재기술인 가공부문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이 담당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미 희토류 분리·정제기술을 선행해 중희토 분리기술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형광체 제조 기술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희토류 관련 기술의 중국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또한 기술개발과 병행해 희토류 원광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광물자원공사는 국내 광산을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지역을 포함한 해외광산 3곳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포스코 등과 함께 원료확보와 제품생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해외 현지공장 설립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희토류 비축 계획도 다시 수립됐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희토류 확보 목표를 수정하고 오는 2014년까지 100일분을 비축키로 했다. 정부와 광물자원공사가 비축한 희토류가 현재 3일분(62톤)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공격적인 목표다. 이를 위해 광물자원공사는 희토류 비축을 위한 항온·항습 전용창고를 올 8월 전북 군장산업단지에 완공할 예정이다. 또한 지경부와 함께 희토류 확보물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 외에 몽골·호주·캐나다 등지의 해외광산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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