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한 분석가는 “위대한 프로그래머가 위대한 CIO는 아니다”며 “코드 한 줄 못 쓰는 최고정보책임자(CIO)가 고급 프로그래머들에게 일을 지시한다”고 블로그에 쓴 바 있다. CIO BIZ+의 ‘2011년 CIO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기업 대부분의 CIO들이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CIO는 IT 부서의 최고 임원이지만 CIO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묻는 질문에서 IT전문지식을 1순위로 꼽은 CIO는 2%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신 IT 조직 관리능력이 4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사 대상 CIO 2명 가운데 거의 1명꼴로 IT 조직 관리능력이 중요하다고 답한 셈이다. △IT전략 수립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13.7%) △현업 또는 해당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12.8%)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과 IT 조직을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 경영(12%) △비즈니스 관련 지식(12%)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이 질문은 1순위와 2순위를 선택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선택한 응답 항목의 노출 빈도를 기준으로 볼 때는 다소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노출 빈도 기준으로도 IT 조직 관리능력(29.9%)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2~4위의 순서나 비중은 달랐다. △임원과 IT 조직을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20.5%) △현업 또는 해당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17.9%) △IT전략 수립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17%) 순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CEO 등 임원과의 IT조직 연계가 CIO의 핵심 역량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IT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고 경영진의 강력한 후원이 프로젝트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것은 IT예산 규모가 커질수록 IT 조직 관리능력을 CIO의 핵심 역량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중이 비례해서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는 IT 조직과 IT예산 규모가 비례하기 때문으로, IT투자가 많은 금융, 통신 등 대기업에서는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조직 관리 및 IT전략 수립,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100억원 이하의 IT예산을 확보한 기업군에서 임원과 IT 조직을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우선순위 기준 26.3%·노출 빈도 기준 28.9%). 특히 노출 빈도 기준에서 보면 IT 조직 관리나 현업 및 산업 이해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IT예산이 적을수록 팔방미인 CIO가 요구되는 셈이다. 1000억원 이상의 IT예산 보유 기업에서는 노출 빈도 기준 △IT 조직 관리능력(30.4%) △임원과 IT 조직을 연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19.6%) △경영 및 비즈니스 관련 지식(17.4%) △현업 또는 해당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15.2%) △IT전략 수립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15.2%)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로 응답 비율의 차이와 순서는 있지만 CIO들은 조직 관리능력과 현업·산업에 대한 이해, 경영 지식과 기업 내 임원들과의 관계 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CIO들이 IT 조직의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항목으로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꼽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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