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경영자 출신이 동양의 구루인 손자, 노자, 공자에 심취했다. 수천년이 지난 지금, 서구적이고 공격적인 ‘마키아벨리식 경영’의 한계를 동양 멘토들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혜안이다.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재조명함으로써, 동양 사상의 지평을 경영 철학으로 또 한 번 넓혔다는 평가다. 한때 지멘스의 경영인이었고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손자의 ‘병법’, 노자의 ‘도덕경’, 공자의 ‘논어’를 빌려 이상적인 경영자가 배우고 익혀야 할 전략과 전술, 태도와 덕목을 소개한다. 세 권의 시리즈 가운데 제일 먼저 출간된 ‘CEO를 위한 손자’는 병법이 추구한 그대로, 전략의 고수를 지향한다. 한마디로 ‘성공하는 경영자는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빛나는 리더십이다. 이는 전략에 의한 승리를 의미한다. 비록 기업 경영 환경이 전쟁과 동일하진 않으나 시장 경쟁 역시 탁월한 승부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업의 전략적 목표 설정부터 갈등 관리와 의사소통에 이르기까지 병법에서 배울 점을 신선한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손자는 모든 준비와 변화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군을 이동시켜야 할 때 겪는 딜레마다. 군 전체가 행군하면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탓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날렵한 선발대만 먼저 보내면 보급 부대와 단절될 수 있다. 정확한 전투 목표를 설정한 뒤 사전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CEO를 위한 노자’는 무위(無爲)를 통한 변화의 원리를 되짚는다. 지혜로운 경영자가 기업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도덕경에서 배울 수 있듯 느긋함의 고수가 되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지난 10년간 독일에서 이른바 잘나가다가 낙마한 대기업 CEO들을 거론한다. 대부분 자신의 내면보다 바깥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중시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그 흔한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구조조정을 일삼았다고 꼬집는다. 이 같은 경영자의 관행은 겉으로는 분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게 노자의 시각이다. 관리자들은 주어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때론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황에 대항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활용할 때 목표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무위적 변화가 가능하다. ‘CEO를 위한 공자’는 인간이 목적이 되는 경영이야말로 참된 경영이라는 가르침을 일깨운다. 논어에서 배우는 인간 경영 리더십을 경영자들에게 촉구하는 것이다. ‘지당하신 공자님 말씀’에 따르면 경영자는 목표와 길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 목표에만 집착해 길을 소홀히 하는 일은 부질없다. 목표가 불분명한 채 길을 설명하는 것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목표는 종종 하향식으로 전달된다. 이때 경영진이 정한 목표를 직원들에게 제시하지만 직원들은 종종 길을 찾지 못한다. 직원들이 목표에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면 결국 길을 헤매다 목표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책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간 경영으로 해법을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윤리의식과 소통·공감 능력을 갖춘 사회적 리더상이다. 베르너 슈반펠더 지음. 이미옥 외 3인 옮김. 한울아카데미 펴냄. 각 권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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