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차를 타고 한적한 길을 달리다보면 발전소나 공장 굴뚝 위로 하얀 수증기가 하늘 높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걸 볼 수 있다. 도심과 인접한 발전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뜨거운 김이 상대적으로 차가운 대기와 만나면서 응축, 하얀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한 때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오인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온 수증기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꽤 알려져 있다. 다만 아까운 것은 고온 수증기를 그냥 공기 중에 날려 보낸다는 것이다. 이처럼 버려지는 열을 잡아 난방열로 재활용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폐열회수다. 발전소 굴뚝으로 나오는 수증기는 대부분 터빈을 돌릴 때 사용되고 나온다. 배출되는 가스의 온도는 1500도에 달한다. 마치 엔진을 돌리듯 중유나 가스를 이용, 발전을 하고 여기서 생성된 열로 스팀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복합발전의 원리다. 1500도의 고온 가스는 1차적으로 폐열회수보일러(HRSG)를 이용, 150도까지 낮춘다. 여기서 얻은 열은 지역난방용으로 활용하거나 발전소에 열을 공급, 전력생산에 쓰인다. ◇밖으로 새는 열 잡는다=폐열회수는 말 그대로 연돌(굴뚝)을 통해 대기로 방출되는 열을 회수하는 것이다. 기존 발전설비에 열교환기와 같은 부가적인 설비를 장착,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을 개선하기 때문에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으로도 분류된다. 설치할 때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존 열병합발전소에서 연돌을 통해 나가는 150도의 배기가스로부터 열을 얻기 위해서는 연돌 입구 쪽에 열교환기를 설치해야 한다. 열교환기의 튜브 내부로 물이 순환하면서 배기가스가 갖고 있는 열을 회수하는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150도의 배기가스를 85도까지 끌어내린다. 온도가 높아진 물은 105도의 상태로 지역난방에 공급된다. 자칫 그냥 허공으로 날려버릴 수도 있었던 열을 재활용하게 된 것이다. ◇환경문제 해결하니 폐열회수는 덤으로=사실 폐열회수설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10여 년 전이다. 환경문제를 이유로 정부가 수도권 내 발전소에서는 더 이상 황 성분이 많은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게 시발점이 됐다. 박석진 한국전력기술(KEPCO E&C) 부장은 “복합화력발전소에 폐열회수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은 환경문제로 인해 연료가 중유에서 천연가스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문제를 이유로 연료를 전환하니 폐열회수는 덤으로 생긴 것이다. 복합화력발전소는 원래 중유와 천연가스를 모두 연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배기가스의 온도는 중유 기준으로 150도로 맞췄다. 이는 배기가스 온도가 150도보다 낮을 경우 배기가스가 응축되면서 중유에 포함된 황 성분(SOx)이 내부 설비에 들러붙기 때문이다. 부식되지 않는 자재를 써도 되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공해물질이 거의 없는 천연가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굳이 온도를 150도로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온도를 너무 낮추는 것도 문제다.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 연돌에서 나가는 순간 대기와 만나면서 온도가 낮아져 발전소 인근 지역에 이슬비처럼 내리게 된다.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주변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은 돼야 응결되는 속도가 늦어져 최대한 먼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배기가스의 열을 무작정 회수할 수 없는 이유다. 온도의 적정성을 유지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고 어렵기도 하다. ◇폐열회수로 연간 575억원 이익=한전기술은 여러 가지 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설치하거나 추진 중인 폐열회수 설비로 인한 에너지 절감량을 연간 9만7451toe(석유환산톤)로 추산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감량만 해도 22만7615톤이다. 이는 5만 세대 난방열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와 동일한 효과며, 승용차 4만7000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과 맞먹는다. 이로 인한 인한 경제적 이익도 막대하다. 우스갯소리로 돈 놓고 돈 먹기라고 할 정도다. 현재 추진 중이 한국동서발전의 일산열병합발전소 건까지 더하면 연간 575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0㎿급 발전소에 폐열회수 설비를 설치하는 경우 1년에 약 7G㎈의 열을 회수하게 되며, 투자 회수기간도 2년이면 충분하다. 열병합발전소는 물론 소각장·시멘트공장·산업설비 등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술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열교환기 등 폐열회수와 관련된 설비나 시스템은 이미 공개된 기술이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기존 공개된 기술을 모두 조합해 해당 발전소에 최적화된 설비를 설계, 설치하는 것이다. 한전기술의 ESCO 사업을 총괄하는 선종남 상무는 “이미 모든 아이디어는 다 개발돼 있다”며 “이를 적용할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발전소에만 가능한 한계점도 있어=이처럼 확실한 성과 보장과 공개된 기술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확대 보급의 한계는 있다. 바로 모든 발전소에 적용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폐열회수라는 것 자체가 기존 발전소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가동 중인 발전소에만 가능하다. 새로운 발전소의 경우 최대한의 열을 회수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추가 설비가 필요 없다. 중유발전소는 환경문제로 일정 온도 이하로 낮추기 힘들고 천연가스 발전소의 경우 배기가스 온도가 80도 정도로 더 이상 열을 회수하면 인근 지역에 수증기 응결로 인한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 주요 대상은 천연가스로 연료전환을 한 복합화력발전소다. 이 중에서도 회수한 열의 수요처가 있는 열병합발전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미 국내 열병합발전소는 거의 다 설치됐다. 발전 전용 설비였다가 집단에너지로 전환하는 한국남부발전의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에도 폐열회수보일러가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까지 발전 전용으로 남아있는 포스코파워 복합발전소와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내에 있는 보령복합발전소와 인천복합발전소, 한국남부발전 부산복합발전소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노후한 석탄발전소도 검토 대상이다. 오래돼 효율이 떨어져 연료를 더 많이 쓰다 보니 배기가스 온도가 기존 120도에서 크게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차이만큼 회수가 가능하다.
◆선종남 한국전력기술 기계배관기술 그룹장(상무) “폐열회수설비는 버리는 열을 회수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ESCO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전력기술 기계배관기술 그룹장인 선종남 상무는 “하얗게 피어오르는 굴뚝의 수증기는 잡아야 할 소중한 에너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선 상무는 지난 2005년부터 국내 최고의 ESCO 전문가 집단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 국내에서는 폐열회수 전도사로도 불린다. 선 상무는 “에너지 회수 방법과 회수한 열의 수요처를 개발해주는 게 업무”라며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나의 사업을 제안할 때 최소 3가지 이상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미 개발된 아이디어만 해도 웬만한 발전소에는 대부분 적용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요한 건 기존 설비를 이용하는 것 인 만큼 추가되는 설비가 본래 시스템과 충돌하거나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 상무는 “최근 들어서는 폐열회수 설비에 대한 성과가 알려지면서 기존 발전소 외에 산업체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에너지 효율 사업은 주로 생산설비에 치중하고 전력이나 열 설비는 방치하던 기존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를 위해 선 상무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한다. 산업체의 경우 발전소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최대한 적용할 수 있는 데까지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ESCO는 효과를 보증해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 물론 현재까지 100%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목표로 한 효과가 실제 돈으로 환산할 수 있도록 결과로 나와야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선 상무는 반드시 현장을 찾는다. 정확한 진단이 먼저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은 보다 확실한 결과를 안겨다준다. “전력과 열효율 향상은 원가 절감을 의미합니다. 이는 산업체의 경쟁력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선 상무는 원가절감이 산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폐열회수설비는 무엇보다 성능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가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기존의 기술을 활용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아이디어에 의한 것이다 보니 예측이 쉽지 않다. 가동률이 일정하지 않은 천연가스발전소의 특성상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얻기도 어렵다. “간혹 준공 시점에서 목표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마치 심장이 멎는 기분이죠.” 그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고통이나 성과를 기다리며 가슴을 졸이는 것 모두 ‘즐거운 고통’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한전기술이 종합 엔지니어링 회사다 보니 여러 가지를 한 번에 검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다. 선 상무는 “아직까지 줄일 에너지가 많고 사회에 이바지할 것도 많다”며 “더욱 개선된 설계와 기술로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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