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특구 사업비가 5000억원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당 가격으로 보면 6만8000원밖에 안된다. 특구로 지정된 곳은 재산권에 중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구에 제대로 성장한 기업이 있는가. R&D특구 지정을 통해 대구에 더 많은 자금이 온다면 결국 대구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R&D특구가 딜레마에 빠졌다. 2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3차단지 내 신기술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대구R&D특구 사전환경성검토서 주민설명회와 특구육성계획안 공청회는 특구를 반대하는 쪽과 특구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자칫 다 잡아놓은 특구를 놓치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공청회에서는 특구 지정에 포함된 산업단지 내 기업들과 특구 지정을 추진해 온 대구시 등 관련 기관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특구 지정을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특구 지정을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소수이며 해당 지역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인과 토지소유주는 각종 규제로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3차단지의 한 입주기업 대표는 “대구시가 특구 지정을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 기업인들에게 제대로 홍보를 한 적이 있느냐”며 “아무리 특구도 좋지만 특구 지정으로 입을 재산권 침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또 한 기업인은 “특구 지정을 통해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기업은 연구개발비 투자가 연간 3% 이상 되거나 연구개발인력, 매출액 등이 기준 이상되는 기업”이라며 “성서3차단지 내 기업 가운데 이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특히 “3차단지 내 총 359개 기업 가운데 288개 기업들로부터 특구 지정 반대 서명을 받았다”며 “이들 대다수가 영세하기 때문에 대구특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신순희 모든넷 대표는 “대구는 첨단산업이 아니고서는 더 이상 미래의 먹을거리가 없다”며 “특구 지정을 통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역 기업을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덕특구 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대덕특구와 대구특구는 태생부터 다르다”며 “대구특구는 연구개발보다는 지역 기업에 기술을 접목시켜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민용기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 부단장은 “광주보다 늦게 시작해 홍보가 부족했던 점은 인정한다”며 “특구 관련 예산은 아직 확정된 단계가 아니어서 밝힐 수 없지만 오늘 도출된 의견은 향후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청회는 최근 대구R&D특구 지정과 관련해 특구로 지정될 예정인 성서3차단지 내 입주 기업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부랴부랴 마련된 자리다. 대구시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적극 수렴할 예정이지만, 해당 기업인들 상당수가 특구 지정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어 자칫 대구R&D특구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지적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 지원기관의 한 관계자는 “반대하는 기업인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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