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화두며, 최근에는 모바일 클라우드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모바일은 실로 모든 이들이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 간에도 개념과 가치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ICT서비스의 기성품화=클라우드 컴퓨팅의 본질은 무엇일까. 수요자는 ICT와 ICT서비스를 굳이 자산으로 갖고 있을 필요가 없이 필요할 때 빌려서 잘 쓰기만 하면 되는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그것도 필요할 때 바로 지금보다 저렴한 총소유비용(TCO)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요자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공급자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ICT 자원을 미리 한곳에 모으고,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표준화, 대형화해야 한다. ICT자원에는 소프트웨어(SW)까지 포함된다. 대단히 기성품화된 공급체계를 갖추지 않고서는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없다. 바로 이 점, 즉 ‘ICT서비스의 기성품화’가 클라우드 컴퓨팅의 본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치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든 가치는 본질에서 비롯된다. ‘모음과 표준화’와 ‘필요할 때 즉시 사용’ 이 두 가지 본질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치는 나온다. 또 이들 가치가 보다 강하게 통하는 분야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는 시작될 것이다. 모아서 대형화하고 표준화하면 운영 효율이 높아지고 관리가 쉬워진다. 관리라고 하면 운영관리, 자산관리, 보안관리, 서비스수준관리 등이 모두 포함된다. 혹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아놓았기 때문에 집중 공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우려다. 그러나 공략의 대상이 집중된다는 것은 취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편 관리 대상과 관리 포인트가 줄어들어 보안 정책 구현이 용이해지는 측면도 있다. 어차피 지켜내야만 할 것이라면 분산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생겨 속수무책이 될 여지를 남기는 것보다는 보안의 대상과 관리력을 집중함으로써 강력한 보안을 구현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또 모아놓으면 공유가 용이해지고 공유를 통해 협업, 지식 재창출, 활용률 제고 등도 기대할 수 있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체계에서는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자원을 쌓아놓는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는 단위 자원의 대가는 종전보다 높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 자원 보유’라는 결정적인 낭비요인을 없앰으로써 고객은 TCO 측면에서 혜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가치들을 통해 원가절감과 고객의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진다. 본질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ICT만이 아닌 모든 자원에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공급과 활용 방식의 혁신적 변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분산·비표준화 IT 환경에 우선 적용=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일까. 당연히 현재 IT 자원이 분산돼 있고 표준화가 덜 되어 있는 분야 혹은 새로이 IT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분야일 것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분야가 PC 및 SW 개발을 포함한 연구개발(R&D) 분야이고 후자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예로 들 수 있다. 기업의 IT 인프라 중 가장 완전하게 분산되어 있는 자원은 바로 PC다. PC는 그 자체가 중요한 업무 도구이자 모든 사내 정보시스템을 접속하기 위한 터미널이다. PC와 PC에 탑재되는 SW에 대한 자산관리, 버전관리, 정보보안, 백업, 공유 등에 문제가 많고 어렵다는 점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러한 PC 사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버기반컴퓨팅(SBC) 혹은 가상데스크톱환경(VDI)이라는 방식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SBC란 서버 1대를 가상화하여 PC용 윈도 여러 개를 서버에 올린 후 개인에게 윈도 1개씩 제공하는 방식이다. 개인은 윈도를 받았으므로 마치 서버 1대를 자신의 PC로 전용한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예컨대 1만명이 SBC를 사용한다면 동일한 서버 수백 대가 원격지에서 가동되는 것이고, 그러한 대규모 표준화된 인프라 운영이 필요하므로 SBC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전형적인 사례가 된다. SBC에 접속하는 단말기는 윈도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도 사용 가능하다. 즉 다양한 OS가 탑재된 모바일 기기로 기존 윈도에서 사용하던 모든 SW와 이메일시스템, 정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과 클라우드의 결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단말기로 회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SBC가 지향하는 가치다. 한편 대부분의 R&D(시뮬레이션, CAD/CAE) 및 SW 개발 업무도 PC에서 이뤄진다. 이 경우에는 PC 자체의 성능 한계가 엔지니어들에게는 참으로 아쉬운 점이다. SBC는 서버를 사용하므로 PC보다 훨씬 강력한 CPU 성능과 많은 메모리, 고속의 디스크 I/O를 제공할 수 있다. 즉 SBC를 통해 R&D 생산성 제고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IT서비스사업자의 변화 필요=이미 세상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돌입했다. 디지털 컨버전스란 전 세계 사람들이 다양한 유무선 통신을 통해 N스크린이라고 통칭되는 다양한 디지털단말기(폰, 태블릿, 카메라, PC, TV)를 사용해서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유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논할 때 인터넷, 단말기, 멀티미디어에 이어 표면에 거론되지 않는 제4의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서버와 스토리지다. 서버, 스토리지, 통신망을 사용해서 N스크린 단말기(개인)를 엮어주는 서비스, 이것이 디지털 컨버전스며,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ICT서비스 사업 기회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전 세계 6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국경 없는 비즈니스다. 물론 기존 ICT서비스 방식(아키텍처 및 공급방식)으로도 기술적 구현은 가능하겠지만 경제성까지 실현할 수는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적 접근만이 답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단말기, IT서비스,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함께 대응해야 하는 분야로서 그 규모와 성장성 측면에서 ICT서비스의 엄청난 기회임에 분명하다. 사업이란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모든 가치는 혁신에서 비롯된다. 혁신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실현 가능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아주 간단히 말하면 ICT서비스 공급체계의 혁신으로, 혁신은 기존 체계의 저항을 야기한다. 그러나 서비스 공급자가 변하지 않으면 고객이 먼저 변할 것이고, 고객은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파트너를 찾게 된다. 표준화된 서비스는 국경도 없고, 특정 고객에게만 통하는 문화적 혹은 프로세스적인 한계도 없다. 대규모 인프라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서비스를 미리 갖춰 놓고 균등한 품질의 서비스를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원하는 양만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현재 시장이 ICT서비스에 요구하는 바다. 이 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ICT서비스 사업자에게 위기일 수밖에 없다. 최윤석 삼성SDS 클라우드컴퓨팅팀장 rs8306.choi@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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