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관련법 제정을 두고 지경부와 환경부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두 부처의 의견이 엇갈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해야 할 산업계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16일 녹색성장위원회와 지식경제부·환경부·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배출권거래제법 정부안을 확정하고 의견 수렴을 위해 부문별 소관부처 및 산업계에 정부안을 배포했다. 녹색위와 환경부는 이 정부안을 이번 주 중으로 입법예고하고 의견 수렴과 공청회는 차후에 하겠다는 계획 아래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환경부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기 때문에 추후 국제무대에서 통용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산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그린크레딧’ 등에 거래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아예 글로벌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조속히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산업체 입장에서 목표관리제나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동일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거래라는 선택안을 더 주는 것이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한층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경부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인 만큼 국내외 상황과 업계의 현실 등을 면밀히 검토해 도입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무엇보다도 목표관리제를 통해 충분히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비슷한 제도를 새롭게 도입해서 산업계에 혼란을 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전 세계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곳은 유럽뿐이며, 호주 등 도입을 추진하던 국가들도 현재 이를 보류한 상황에서 의무감축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것뿐 아니라 배출권을 금융상품화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한 후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부처의 의견 대립에 산업계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를 이렇게 서두를 계획이었으면 처음부터 목표관리제 없이 배출권거래제를 추진할 것이지 왜 이처럼 혼란스럽게 정책을 수립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산업계에서 목표관리제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오는 2015년까지는 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여기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보완해 배출권거래제로 넘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경부와 지경부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둘러싼 대립이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목표관리제는 지경부에서 기인한 제도기 때문에 지경부가 이를 고수하는 것이며, 환경부는 자신들의 입김이 들어간 배출권거래제라는 새로운 법을 통해 온실가스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년이면 이명박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다소 약화될 것이란 전망에 환경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안에 배출권거래제 관련법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를 반대하는 지경부는 올해만 넘어가면 사실상 배출권거래제법 제정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버티기 작전에 나서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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