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사각지대를 이젠 없앨 수 있을까.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이 23일 다시 국회 심의대에 오른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추진체계에 대한 이견으로 끝내 합의에 실패한 이후 2개월만에 재도전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상당수 쟁점이 해소돼 극적인 합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도 새로 구성돼 심기일전의 심의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생법안인 개인정보보호법이 정치쟁점화하면 개인정보 유출 사각지대가 여전히 방치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상임위원 규모가 관건=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은 23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 첫번째 안건으로 상정된다. 법안소위를 통과하면 다음날 행안위 전체회의, 법사위를 거쳐 국회 전체회의에서 법이 제정된다. 6월 임시국회 일정이 짧아서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법안소위와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나머지는 절차상의 문제여서 이들 회의 통과가 관건으로 꼽힌다. 현재 쟁점은 ‘추진체계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둘 것인가’와 ‘상임위원을 자리를 만든다면 몇명으로 할 것인가’다. 지난 4월 국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크게 물러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의결권을 부여하는 한편 집행조직인 사무국 설치까지 합의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 심의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상임위원을 만들되 그 수를 4명으로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막판 합의가 좌절됐다. 그동안 정부안과 대치해온 민주당 변재일 의원안에는 상임위원 숫자를 1명으로 명시했으나, 이 보다 3명이나 늘어나 정부와 여당이 난색을 표명했다. 현재 정부에서도 사무국 설치에 맞춰 상임위원 1명 정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상임위원을 크게 늘리자는 일부 의원의 주장이 거둬지면 무리없는 합의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치쟁점화 여전히 변수=이번 국회는 후반기 원 구성 이후 첫 회의라서 여러가지 변수가 잠복해 있다. 지방선거 이후 4대강 살리기, 세종시 등 여러 정치 쟁점이 첨예화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이 마지막 상임위원 구성 문제만 남겨놓고 있지만, 정치 쟁점에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4대강 살리기와 세종시와 같은 굵직굵직한 이슈 이외에도 야간집시법 개정, 전교조 관련 법안 등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 중”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들 쟁점의 협상카드로 개인정보보호법 논의가 미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는 당장 국민 권익과 직결된 민생법안인데 정치 쟁점화돼 5년째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며 “EU, 캐나다 등 대다수 선진국이 개인정보보호 관련 일반법을 제정한 상태이고 국내에서는 지금 개인정보 유출로 피싱 등의 사기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치 쟁점에 법 제정의 발목이 잡힌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 발생한 6950만건의 개인정보유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면서 현재 개인정보 침해 피해규모는 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일반법이 없어 헌법기관·오프라인 사업자·비영리기관 등 현재 개인정보 침해의 68%를 차지하는 기관과 기업이 법 적용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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