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AIST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수강하던 김지수씨는 KT의 QOOK TV전략 수립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MBA 과정에 포함된 ‘경영자문실습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박병호 교수와 5명의 학생이 함께 꾸린 자문실습팀의 결과에 KT는 “경영자문실습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한 유료 컨설팅보다 내용이 훨씬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MBA 과정 종료와 동시에 특채로 KT에 입사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한국형 MBA’의 경쟁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학위 이상의 그 무엇’이 없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 분야에 집중하는 MBA 과정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KAIST의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에서 운영하는 MBA 과정은 IT와 미디어 분야의 경영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이 학과의 핵심 커리큘럼은 경영자문실습 프로젝트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반 MBA에선 형식적인 한 과목으로 치부하지만 이 대학원은 경영자 역량을 키우는 데 실전만큼 유용한 학습이 없다고 판단해 4개월에 걸친 프로젝트에 전 학생이 의무 참여토록 했다. 프로젝트는 교수 1명과 학생 4∼5명이 한 조가 돼 기업 하나를 맡는다. 지난해에는 8명의 팀이 KT를 비롯해 SK텔레콤·엔씨소프트·IBM 등의 기업과 함께 경영전략을 수립하며 감각을 익혔다. 프로젝트 주제로는 SKT의 e커머스 경쟁력 강화방안, 엔씨소프트의 기능성게임 시장 전략, IBM의 ‘smart workplace’ 등 각 기업의 미래 핵심 분야를 다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기업에서도 큰 호응을 보여 대학의 지식과 기업의 경험을 나누는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수준높은 컨설팅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을뿐 아니라, 필요한 인재를 발굴할 수도 있다. 기업은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가의 자문도 얻을 수 있다. 경영자문실습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가한 기업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영학 교수의 자문을 받으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든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얻을 게 많은 프로젝트”라고 귀띔했다. 프로젝트 후 기업과 정식으로 협약을 체결한 사례도 나왔다. 지난 4월 11번가는 KAIST의 정보미디어 연구센터와 소비자 행동심리 분석을 토대로 마케팅 및 서비스 개선모델을 개발하고 인터넷 상거래상 소비자 활동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여기에는 자문 프로젝트에서 선을 보인 ‘뉴로 마케팅’ 기법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자정부를 포함한 ‘유비쿼터스 경영’과 e커머스에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한 ‘m커머스’ 및 ‘IPTV커머스’를 다룰 계획이다. 김영걸 원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등의 MBA와 똑같은 내용으로는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기 힘들다고 생각해,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진 IT 경영의 실전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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