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소기업들은 삼성전자와 비슷한 단가에 부품을 조달해 놀랐다. 공동 구매를 통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가 중소·벤처기업 CEO 대상 강연에서 밝힌 말이다. 당시 현장을 찾은 중소기업 CEO들에게 경종을 울린 말이기도 하다. 취약한 중소기업의 바잉파워(구매력)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e마켓플레이스업체인 엔투비 그리고 신용보증기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코업비즈(협동조합 신 공동구매사업)’가 시행한 지 1년가량 지났다. 코업비즈 사업은 e마켓(온라인)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특정품목을 공동 구매함으로써 구매력을 높여 원자재·부품의 조달 단가를 낮추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4월부터 시범사업 후 올해 본 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일단 잠재력은 확인했다. 참여업체들은 단가 인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거래가 많은 품목인 모터의 단가가 최고 15% 낮아졌으며, 베어링과 철강류는 각각 4∼7% 가격 인하 효과를 봤다. 이는 수수료와 충당금 적립을 제외한 것으로 기업들이 직접 체감하는 인하 효과라는 것이 중기중앙회 설명이다. 베어링과 전선을 코업비즈를 통해 구매하는 모터업체 A사 김 과장은 “작년부터 조금씩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데 대략 5% 정도 가격을 낮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우려도 했지만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처럼 사용법이 간단했다”며 “무엇보다 결제과정이 단순해져 좋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코업비즈는 보증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구매사는 전자상거래보증을 통해 결제를 한다. 코업비즈를 통해 베어링을 구매중인 펌프업체 B사 양 과장도 “주문후 납품까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지만 단가측면에서는 10∼15%가량 인하 효과를 봤다”고 소개했다. B사는 베어링 이외에 배관연결 부속품도 코업비즈로 돌릴 계획이었으나 공급선에서 코업비즈 단가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겠다고 전해와 공동구매를 하지 않았다. 이 같은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재 누적 거래실적은 2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기존 구매 관행을 쉽사리 바꾸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재우 엔투비 팀장은 “중소기업들이 인간적 관계를 이유로 기존 공급처를 쉽게 끊지를 못한다”며 “심지어 사장이 공급처를 바꾸라고 지시를 해도 실무에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그동안의 문제점과 한계를 개선해 사업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양찬회 공동사업팀장은 “가격 효과가 크지 않은 분야도 있고, 일부 품목은 이미 과점 공급 상태여서 도입 효과가 떨어진다”며 “해외조달 등 가격인하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최근 전자상거래보증 참여기관으로 서울보증보험에 이어 신용보증기금을 추가했으며 하반기에는 기술보증기금과도 제휴한다는 계획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코업비즈(CoUpBiz)=중소기업협동조합(Cooperative)과 위(Up) 그리고 사업(Business)의 합성어. 조합을 통해 소속 중소기업들이 원부자재 등을 공동구매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공동구매 가격인하 효과를 높이고 참여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e마켓플레이스업체(엔투비) 및 신용보증기관과 함께 진행한다. 조합이 중소기업 의견을 수렴해 품목 및 단가를 확정하면 중소기업들은 조합이 운영하는 전용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주문하는 형태다. 주문 과정에서 전자상거래보증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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