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이마빌딩 5층 기업호민관실. 이민화 기업호민관(중소기업옴부즈맨) 주재로 관계자 전원이 참석하는 ‘규제애로 검토회의’가 열린다. 매주 월요일 개최되는 회의에서는 접수 또는 검토·처리 중인 규제 애로에 대해 담당자가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듣는다. 이 호민관을 포함, 12명에 불과한 직원들이 금융에서부터 기술·인력·창업·판로·환경 등 수백가지에 달하는 규제애로 해소요청을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편이다.
‘총 1019건’ 지난해 7월 23일 출범 후 지난달까지 9개월여 간 호민관실에 접수된 중소기업 규제애로 해소 요청건수다. 중소기업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다. 이 호민관의 말대로 중소기업과의 직접소통의 장인 ‘호민채널’이 제대로 가동된 결과다. 출범 초기 중소기업 말문을 트기 위해 11개 지역별 자문위원(지역호민관)과 16개 분야별 전문 자문위원(전문호민관)을 위촉한 게 큰 힘이 됐다. 이들은 각 지역과 산업에서 의견을 청취했고, 그 내용을 호민관실에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애로 해소 요청건수가 급증하면서 호민관실의 고충도 늘었다. 1000여건에 달하는 사안들을 직접 처리해야 하는 부담만이 아니다. 언제나 고객(중소기업)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이 의외의 허탈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 홍병진 전문위원이 한달가량 심혈을 기울였던 위성지도 관련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 인터넷포털업체가 미국 구글사의 인공위성 지도검색서비스인 ‘구글어스’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에서도 현행 50㎝에서 구글처럼 15㎝ 해상도 인공위성 지도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홍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국토해양부 그리고 정보담당 상위부처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다. 그러나 부처협의를 앞둔 시점에 구글이 15㎝ 서비스를 하는 곳은 몇 개 도시에 불과하고 인공위성이 아닌 항공기 촬영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홍 위원은 “황당하고 허탈했다”며 “언제나 중소기업 편에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하기 때문에 취조하듯이 물을 수는 없는 고충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행착오에도 중소기업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최근에는 호민채널을 웹3.0 기반으로 확대 구축 중이다. 기존 이메일과 뉴스레터는 물론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페이스북도 가동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블로그도 오픈한다. 이달 초 기업인들과 트위터를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 정책개선을 추진 중인 김보균 사무관은 “중소기업이 겪는 모든 애로사항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듣고 있다”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기업호민관실은 올해 총 2500건 이상의 규제애로 발굴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인터넷 포털에서 기업규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대안을 찾는 집단 지능인 ‘규제인(iN)’을 구축한다. 또 신속한 처리를 위한 규제애로 처리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한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 마련에 필요한 직접적인 연구도 펼친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그동안 외부와 연결하는 열린조직을 구축해 왔다”며 “앞으로 모든 기업에 원하는 정보와 대응책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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