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현 정부의 최대 과기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동안의 선진국 모방 전략에서 벗어나 기초역량에 기반한 창조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이 주축이 된 과학벨트 조성이 반드시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년 이상 과학비즈니스특별법이 국회에서 계류중인 가운데 지난 1월 세종시를 입지로 하는 과학벨트 구축 종합계획이 발표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과학벨트특별법 재입법안 마련과 중이온 가속기 개념설계 착수 등 사전 준비에 속도를 냈다. ◇세종국제과학원, 과학벨트 핵심=지난 1월 새롭게 발표된 과학벨트 추진계획의 핵심은 ‘세종국제과학원’이다. 세종국제과학원은 세계적인 대형 기초연구 시설을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 석학의 기초연구를 통해 창조적 지식 및 미래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50개 연구단을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2015년까지 총 330만㎡에 용지비를 제외하고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해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등을 설립한다. 특히 외국인 교수 비율을 30% 이상으로 구성,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구축하고 연구단별 100억원 내외로 10년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서울대 이정동 교수를 중심으로 세종국제과학원 설립 운영에 관련된 세부 기획 연구를 추진 중이다. 세종국제과학원이 본격 운영되면 이곳에만 3800여명의 인력이 고용될 예정이며 노벨상 수상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착수=과학벨트 추진지원단은 최근 중이온가속기 개념 설계 용역에도 착수했다. 노벨물리학상의 20%가 대형연구시설인 가속기 기반의 연구에서 비롯됐으며 미국·영국·EU 등 선진국에서도 대형연구시설 중 가속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하면 펨토(1000조분의 1m) 수준의 극미세 분야 연구가 가능해진다. 또 과학벨트에 중이온 가속기가 건설되면 우수인력 유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한층 활발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세계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 활동을 뒷받침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우주원소지도 완성 및 별의 진화 과정 규명(핵·천체물리), 차세대 원자로 사례 및 방사성폐기물 처리 연구(원자력·핵융합), 유전자 및 돌연변이 연구 및 생체고분자 구조분석 연구(바이오), 신소재 반도체 개발 및 고온 초전도체 연구(신소재·물성) 등 활용 범위도 광범위하다. 나인광 교과부 과학벨트추진지원단 과학기획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교과서를 바꿀 만한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한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다”며 “과학벨트가 큰 틀에서의 역할모델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내 반드시 실현돼야”이견 없어=이처럼 과학계의 숙원인 과학벨트는 지난 1월 세종시로 입지를 결정됐지만 1년 이상 국회에 계류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특별법의 통과는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세종시 입지를 전제로 과학벨트 지형을 손질하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과학벨트 특별법 재입법안까지 만든 이상, 세종시 수정안의 통과를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야간 이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과학벨트가 본의 아니게 정쟁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과기계의 성명도 잇따랐다. 교과부 과학비즈니스벨트추진지원단 장기열 단장은 “세종시 수정안의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어떻게든 실현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이 없다”며 “예산 확보와 과학벨트 특별법 통과 이전에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 특별법 재입법 주요 내용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존 ‘국제과학비즈니스특별법’의 재입법을 위해 손질한 재입법안의 핵심은 △세종국제과학원 설립·운영 △과학벨트 조성계획이 적시에 세종시 개발계획의 수정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 마련 △비즈니스 환경 및 국제적 정주여건 마련의 실행력 확보 등이다. 우선 세종국제과학원과 관련, 기존에 국회 제출안에는 이사회 밑에 기초과학연구원과 부설로 중이온가속기연구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재입법안에서는 이사회 밑에 세종국제과학원을 두되 연구와 대학원 기능을 합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종국제과학원의 법인 성격도 기존의 단순 ‘연구기관’에서 ‘연구기관+석박사통합과정을 위한 대학’으로 확대했다. 연구원에게 석학을 활용한 인재육성을 위해 대학원 기능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기반 구축 및 정주환경 조성 측면에서는 외국인 석학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외국인 주택공급 가능’이라는 소극적 조항을 ‘국토부와 지자체의 외국인 거주환경 조성 및 주택공급에 대한 시책 마련 의무화’로 강화했다. 추진 절차상에서는 과학벨트 사업의 기본구상을 교과부가 먼저 수립한 뒤 이를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에 적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한편 추진체계와 관련해서는 기존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을 과학벨트 조성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원·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의 특성에 맞게 과학벨트추진본부로 변경하기로 했다. ◆해외 대표 사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세종국제과학원에 대학원 기능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참고한 해외 모델 중 하나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이다. 이스라엘은 2차 대전 및 이스라엘 독립 전쟁을 통해 축적된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세계 과학연구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최고의 연구소 설립에 착수했다. 지난 1949년 9개 분야, 60개 연구소(Lab)으로 구성된 와이즈만과학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1958년에는 대학원을 설립, 미국 뉴욕의 고등교육기관으로 등록했다. 지난 2007년 현재 2500명의 인력을 보유한 이 연구소는 기초과학 연구와 석박사 학위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학·물리학·수학·생명 등 5개 학과별 학장과 소속 교수가 연구와 교육을 병행한다. 석학급 교수와 우수 과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고급인력을 양성한다는 방침 아래 석박사 과정 학생은 보통 3개의 연구실을 경험하면서 연구 테마와 지도교수를 직접 선정한다. 보통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5∼10편의 논문을 최상급 저널에 발표한다. 또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경력경로를 ‘교수 트랙’과 ‘과학자 트랙’으로 분리해 교수는 나이를 불문하고 잠재력이 있는 과학자를 과감히 교수로 채용한다. ‘과학자 트랙’에서는 우수 과학자로서 기초과학연구 또는 장비 운영에 전념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연구성과를 도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지주회사 ‘YEDA’를 1959년 설립, 특허지원·기술료관리·벤처회사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와이즈만과학연구소의 예산은 2억9000만달러로, 예산의 50%를 세금(국방비)으로 충당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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