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6일, 미국 아마존닷컴은 “크리스마스 판매 역사상 올해 처음 킨들 콘텐츠 판매가 종이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07년 킨들 등장 이후 미국 전자책 단말기 시장의 65%를 점령한 킨들의 위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아무리 좋은 전자책 단말기를 생산하고 빠른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콘텐츠가 부실하면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아마존 전자책 단말기인 ‘킨들’ 성공 전략이 풍부한 콘텐츠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전자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그에 비례한 콘텐츠 시장의 성장이 절실하다.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국내 전자책 콘텐츠 시장에 불을 붙일 시간이다. ◇‘전 세계 1위’ 아마존 킨들의 전략은=아마존 킨들은 26만권의 전자책과 35종의 신문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타임 등 36종의 잡지, 7000종의 블로그 등을 월 단위로 구독할 수 있다. 타임지를 한 달 동안 보는 가격은 1.49달러에 불과하다. 6만종의 오디오북도 살 수 있다. 이것도 모자라 아마존은 올해 콘텐츠 확대를 위해 킨들용 작가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누구라도 스스로 만든 콘텐츠를 킨들의 온라인 사이트인 ‘킨들 스토어’에 올려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킨들은 이른바 ‘도매 모델(the wholesale model)’이라 불리는 가격 책정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아마존은 대부분의 새 책과 베스트셀러를 킨들로 9.99달러라는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통신비도 포함했지만 종이책보다 60% 이상 저렴하다. 이 가격이 가능한 것은 아마존이 해당 출판사에 본래 종이책 가격의 50%를 지불하기 때문. 예를 들면 맥밀란이란 출판사가 30달러 가격의 책을 아마존에 15달러에 팔면, 아마존은 5달러의 손해를 보면서 그 책을 킨들을 통해 9.99달러에 판매한다. ◇국내 전자책 시장, 아직 걸음마=국내 콘텐츠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전자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양은 상당히 부족하다. 아마존에서는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베스트셀러 112종 중 107권이 전자책으로 제공되는 반면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00위 중 전자책으로 볼 수 있는 책은 10권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콘텐츠 가격은 50∼60%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은 종이책의 30∼40% 이하로 내려가야 경쟁력이 있다. 파일 형식에 따른 제약도 크다. 삼성전자 SNE-50K는 ePub 파일 포맷을 사용하지만 교보문고에서 지원하는 ePub 지원 도서 2000여권 중 신간은 일부에 불과하다. ◇‘발빠른’ 업체가 시장 선점=지금까지 전자책 시장이 단말기 제조사 위주로 돌아갔다면 앞으로는 통신사나 콘텐츠 제공업체가 주도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통사 콘텐츠 확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KT는 지난 20일 전자책을 사고팔 수 있는 ‘쿡(QOOK) 북카페’ 사이트를 열고 시장에 뛰어든 것. KT는 현재 도서 5만권, 만화 2만5000권, 오디오북 5000권 등 기존 책들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자기가 쓴 글을 ePub 파일로 변환한 뒤 각자 자유롭게 올려 판매할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도 전자책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청담어학원 등 교육과 연계된 사업을 검토 중이다. LG텔레콤 역시 지난달 10만여종의 콘텐츠를 확보했다는 인터파크 ‘비스킷’으로 이미 뛰어들었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알라딘도 지난해 9월 경쟁 업체지만 손을 잡았다. 두 회사가 주도적으로 만든 한국 이퍼브에는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리브로 등 대형 서점과 한길사, 비룡소, 북센 등 출판사, 일부 중앙 언론사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최대봉 인터파크 도서부문 대표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자책 콘텐츠가 활발하게 유통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시장에 맡길 부분은 시장에 맡기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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