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중견 건설업체 A사장은 여름이 기다려진다. 그동안 불법이던 건설현장의 가림막 광고가 이르면 7월부터 허용되기 때문이다. A사장은 가림막 광고로 회사 홍보를 진행, 지역 사회의 인지도를 높이고 전국 규모의 건설 업체로 도약할 꿈을 꾼다. # 작년 초 모바일게임업체를 창업한 B사장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판로가 없다. 아이폰 열풍을 보고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들었지만 국내 콘텐츠 오픈마켓은 게임 판매가 막혀 있다. B사장은 도리 없이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이 게임의 영어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두 명의 경영자가 겪는 상반된 모습은 2010년 우리나라 규제 개혁의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정부는 이후 2008년 8월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을 통해 총 1047건의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내용을 보면 가림막 광고 허용을 비롯해 진출입 통행로 점용료 감면, 시설물 안전관리 중복검사 축소 등 대부분이 건설과 제조업에 집중됐다. 그동안 20차례 회의에서 위원회가 논의한 총 55개 규제 내용 가운데 정보기술(IT) 첨단기술 분야는 지식재산 관련 단 1건에 불과하다. IT를 축으로 한 미래 융합산업이 규제에 발목이 잡힌 채 신음한다. 인터넷실명제와 사이버모욕죄는 네티즌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막았으며, 지리정보 규제는 외국 업체 못지않은 위성지도 서비스를 창고에 묵혔다.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둘러싼 오랜 논쟁 속에 스마트폰 전자상거래 업체는 문을 닫았으며, 게임사전심의제로 콘텐츠 오픈마켓에서 게임 카테고리가 사라졌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이라고 규제에 발목을 잡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소극적인 망개방 정책은 무선인터넷 시장의 개화를 가로막았다. 업계는 바뀐 정부에 이러한 규제 완화를 기대했지만 혁파는커녕 규제 남발과 중복 규제에 시달렸다. 최근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게임시간 제한 등 자율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한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똑같은 내용의 규제는 물론이고 기금까지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보급이 가져올 무선인터넷 혁명은 10년 만에 한 번 정도 오는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무선인터넷이 가져올 새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무엇보다 책임성 있는 규제 개혁의 주체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허진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재고해야 할 대표적 규제는 공인인증서 의무화와 게임 사전 등급 심의제,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며 “여기에 요금 폭탄을 걱정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무선 데이터 요금제가 나온다면 과거 유선인터넷 초기에 우리나라 IT 기업들이 보여준 혁신적 서비스를 또 다시 선보일 수 있는 토양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IT 관련 규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규제 개혁에도 부처 간 영역 다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4일 ‘IT·소프트웨어 규제 개선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방송통신위원회도 유사한 조직을 발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방통위에 규제 개혁 조직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독자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에는 규제 만든다고 불러서 야단치더니 이제는 규제 없앤다고 여기저기 불려다녀야 할 판”이라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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