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Virtualization) 신천지가 열린다.’ 가상화 시장이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이다. 1∼2년 전만 해도 하드웨어(HW) 자원 통합을 통한 그린IT 측면에 머물던 가상화 기술이 클라우드컴퓨팅, 보안, 업무 환경 개선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버에 머물렀던 가상화 기술 영역도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한 데이터센터 전반으로 확장됐다. 단말기 분야에서도 데스크톱과 모바일 부문으로 가상화가 필수요소로 자리 잡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세계 가상화 관련 서비스 시장 규모는 작년 96억달러에서 오는 2013년에는 159억달러로 6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가상화 기술이 IT 시장에서 단순한 기대주 수준이 아닌 주축으로 급부상한 데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클라우드컴퓨팅 확산의 영향이 컸다. 가상화의 핵심은 물리적인 단위로만 나눠 쓰던 IT 자원을 논리적인 가상의 영역으로 구분해 공유하는 것이다. 가령 하나의 서버시스템이라도 가상화를 적용하면 마치 두세 대의 시스템을 쓰는 것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IT 투자·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자연히 가상화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경제 불황 속에서 더 적은 투자로 더 많은 효과를 얻기를 원하는 기업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급증하는 IT업무를 수용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 CIO로서는 가상화 기술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클라우드컴퓨팅이 확산일로에 접어든 것도 가상화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클라우드컴퓨팅은 IT 사용자가 HW·소프트웨어(SW) 등 IT 자원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외부 서비스업체 혹은 내부의 중앙 시스템에서 빌려쓰는 모델이다. 수많은 사용자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IT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합 IT 자원을 각 사용자에게 맞춰 쪼갤 수 있는 가상화 기술이 필수적이다. 가상화는 IT 보안 측면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가상화는 하나의 데스크톱 PC를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말 그대로 PC 한 대를 두 대처럼 쓰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별도의 HW 비용을 추가하지 않고도 사용자 PC 환경의 보안성을 높이는 효과를 얻는다. 가상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본격화됐다. 가상화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여러 환경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IT 인프라를 통합하는 것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가상화 시장 경쟁에서 밀리면 사업 확대 기회가 물거품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기존 고객 사이트마저 경쟁사에 빼앗기는 이중고를 겪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 기능을 구현하는 SW업체에서 가상화 기술로 보다 효율적인 IT 인프라를 구성하는 HW업체와 서비스업체까지 사실상 모든 IT업체가 가상화를 올해 주력사업으로 내걸었다. 이른바 ‘VCE연대’로 불리는 VM웨어·시스코시스템스·EMC의 제휴처럼 가상화 시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나타났다. 장순열 한국IDC 이사는 “클라우드컴퓨팅이 확산하면서 이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인 가상화에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스템 관리 수요 등과 맞물려 가상화가 IT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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