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등 주요 귀금속은 20년, 인듐과 같은 희소금속은 10년 이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반면 광물자원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원 보유국가의 광물공급제한·수출관세부과·고가정책 등 자원무기화 전략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원시장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은 금속자원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물 개발을 위해 해외자원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숨어있는 금속자원을 찾아 재활용하는 하는 도시광산산업의 육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도시광산의 경제성=천연광물자원은 날이 갈수록 매장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도시광산자원은 이에 반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폐가전제품·폐자동차 등 도시광산자원의 가치는 상상을 훌쩍 뛰어 넘는다. 국내 폐금속자원 보유량의 경제적 가치는 46조4000억원, 매년 발생하는 폐금속자원은 4조3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폐가전제품 약 3억3000만대(통계 추정)의 가치를 분석해보면 무려 9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가금속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있으며 폐자동차·각종 스크랩·폐슬러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폐금속자원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6대 비철금속의 수출입통계를 고려하면 약 82조원 규모의 도시광산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광물을 채취의 효율성을 고려할 경우 도시광산의 경제성은 더욱 높아진다. 1톤의 금광석과 같은 무게의 폐 휴대폰에서 얻을 수 있는 금의 양의 양을 비교해 보면 땅속에서 캐낸 금광석 1톤을 정련해 얻을 수 있는 금의 양은 5g 남짓이다. 하지만 같은 양의 폐 휴대폰을 분해·정련하면 금 400g, 은 3㎏, 구리 100㎏, 주석 13㎏, 니켈 16㎏, 리튬 5㎏을 얻을 수 있다. 지금도 각 가정에서 몇 대씩이나 그냥 방치되고 있는 폐가전제품이 엄청난 고부가가치의 ‘광산’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자원화되고 있는 광물의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도시광산산업은 갈 길이 멀다. ◇ 도시광산 아직은 초기단계=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중간처리업 신고업체는 2006년말 기준으로 5600여개다. 하지만 대부분이 재활용품 수집상이고 전문적인 제련기술을 갖춘 도시광산 기업은 50여개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적인 연구소를 갖춘 기업은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을 제외하면 몇 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기술과 관련해서는 구리·아연 등 수요가 많은 일부 비철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회수기술은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희소금속 회수기술은 아직 해외수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상황이다. 폐자원의 수거율도 높지 못하다.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2003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도입 후 수거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평균 43%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저조하다. 기초 자치단체, 생산자 및 기타 개인 수거업자로 분산된 수거구조가 문제다. 자동차의 경우 2008년 기준 재활용 의무대상 폐자동차 재활용률은 75.6%으로 사용가능한 부품은 재사용하고 고철은 재활용이 잘되고 있다. 하지만 재활용 기술이 부족한 백금 등 희유금속 회수·재활용은 저조하다. 사업장의 폐금속자원의 경우 고철 및 비철 스크랩은 80% 이상 재활용되고 있으나 여타 부산물(폐액·슬러지·분진)에서의 금속 수거·재활용은 10∼15% 수준이다. 재활용 대상 지정부산물의 수가 적고 목표율이 낮아 재활용 미흡하기 때문이다. ◇도시광산 산업의 활성화 위해서는=도시광산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통계기반구축 △도시광산산업관련법령개정 △재자원화기술확보 등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광물이 해외로부터 수입되고 있지만 국내 도시광산자원 축적량통계가 구축된 분야는 철강분야가 유일하다. 국내에 들어와 각 산업별로 투입되고 나면 이후부터 관리는 현재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물별 수입량과 비례해 사용량과 재자원화 되는 양을 정확히 파악해야 광종별 확보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광산자원 이용활성화에 있어 광물의 전주기적인 통계 확보는 필수다. 특히 재활용된 제품이 해외로 수출되더라도 재활용실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통계의 허점이 있어 도시광산자원의 해외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2007년 폐차로 등록된 57만대의 자동차로부터 약 2700억원 가량의 백금과 구리를 회수했다는 통계가 있으나 그중 약 20만대는 수출돼 1000억 규모의 금속자원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품과 중고품의 수출입에 동일한 HS코드가 적용돼 수출입물량의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HS코드체계의 개선 또한 시급하다. 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도시광산자원의 재자원화 사업의 허가 절차부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서 규정하는 허가절차는 사전적합성검토와 시설설치 및 허가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사전적합성검토의 법적 기간은 무려 2년(실제소요기간 3∼6개월)이나 된다. 시설설치기간까지 고려하면 사업자에게는 사업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불합리하다. 현재 이러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상정돼있지만 넉 달째 계류중이라 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폐기물 관리법상의 폐제품에 대한 수출입신고 의무화도 절실하다. 폐PCB 스크랩을 동 스크랩류로 신고해 유출하는 등 편법으로 대상물질을 다르게 신고해 수출함으로써 폐자원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재자원화기술 확보는 도시광산자원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분야다. 도시광산사업은 단순 폐기물 처리 수준이 아닌 높은 수준의 제련기술을 요구하는 기술집약형 사업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다양한 도시광산자원이 함유되어있는 폐기물을 가공하지 못하고 국외로 대량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으로 싼값에 수출된 스크랩이나 폐가전제품은 다시 고품위의 원자재나 소재로 가공돼 우리나라에 비싼 값으로 역수입되고 있다. 선진화된 도시광산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희소금속이 함유된 폐기물의 해외수출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는 차이가 크다. 폐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내는 회수기술은 물론 6단위 이상의 고순도 품질을 요구하는 정련기술 또한 국내 기업은 대부분 4단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08년 동·알루미늄·아연·주석·니켈·납 등 주요 금속의 스크랩 및 가공품의 수출입 통계를 살펴보면 가공품의 수입금액(68억9100만달러)이 스크랩 수입금액(24억5900만달러)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가 희소금속 수입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인 나라의 순위에서 광물자원매장량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할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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