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웹 접근성 실태조사’ 기준이 지나치게 공공기관에 유리하게 만들어져 ‘봐주기 평가’가 횡행한다는 지적이다. 평가 항목과 표본도 너무 적어 ‘겉핥기’라는 비판도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14일 ‘2009년 공공기관 웹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체 웹 접근성 수준은 86.6점으로 전년보다 5.6점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불과 두달 전 전자신문이 한국웹접근성인증위원회와 공동으로 27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웹접근성 실태조사보다 최대 30점이상 점수가 높아진 것이다.본지 1월 29일자 1면 참조 전자신문 조사에서 48.5점을 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53점에 불과했던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행안부 평가에서 나란히 80∼90점군에 포함돼 30점 이상 점수가 수직상승했다. 전자신문 조사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기관은 4곳에 불과했지만, 행안부 조사에선 무려 130곳에 달했다. 이는 평가기준이 서로 다른 데 따른 것이지만, 행안부의 평가기준이 너무 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신문과 행안부는 똑같이 △인식의 용이성 △운용의 용이성 △이해의 용이성 △기술의 진보성 등을 웹 접근성 항목에 넣고 평가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전자신문이 포함한 웹 사용성(검색의 용이성·링크 무결성·성능 등)을 평가항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웹 접근성은 평가기준에 따라 점수가 약간씩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대로 구축된 사이트는 어떤 기준에서도 좋은 점수가 나와야 한다”며 “조금 달라진 평가기준에서 점수 격차가 무려 30∼40점 난다면 이 사이트는 웹 접근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행안부 조사 방식이 ‘면피용’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행안부 평가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이번 공공기관 홈페이지 평가는 각 기관이 50개 웹페이지를 자체적으로 올리면 그 가운데 7개를 뽑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전체 수천개에 달하는 웹페이지 가운데 달랑 7개만, 그것도 평가받는 기관이 엄선해 뽑은 것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전자신문의 지난 1월 평가에는 무작위로 뽑은 50개 웹페이지를 표본으로 사용됐다. 평가항목 가운데 해당 사항이 없으면 이를 배제하지 않고 만점 처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령 동영상에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올려야 하는 항목이 있는데, 홈페이지에 동영상이 없다면 이를 만점처리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동영상의 경우 자막처리가 안 돼 있을 경우 조사기관에는 아예 빼버렸다가 조사가 끝나면 올리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평가용 웹페이지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 조사에서 기존의 5개에서 7개로 2개 늘렸다”며 “표본을 늘리거나, 공공기관에서 표본을 안 받고 무작위로 추출해 하려면 시간이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평가 이후 콘텐츠를 바꿔 올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모니터링 제도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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