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은 해외 생산 및 판매 확대에 기인한다. 특히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이 쓰러져가는 상황에서 굳건히 견디게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9년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년 대비 46%라는 경이로운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시장점유율도 6.9%로 지난 2008년보다 1.6%p 성장했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가 중국시장에서 초고속 성장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판매와 생산 양면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바로 공급망관리(SCM) 혁신이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 초부터 SCM 혁신 본격화=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 초부터 SCM 부문에 대한 혁신활동을 추진해 왔다. 협력업체와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바츠(VAATZ)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매·생산계획 분야의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현대자동차는 공급망관리를 위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2005년부터 연간 600만대 이상의 생산·판매가 가능한 체계를 지원하기 위해 전사적인 프로세스혁신(PI)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SCM 영역에 대해서는 기존의 생산자 중심의 구조(푸시 방식)를 시장 및 고객 중심의 구조(풀 방식)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시장 상황 및 고객의 요구를 생산부문에 유기적으로 연계해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생산체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툴과 예측된 정보를 전담 관리하는 조직이 필요했다. 또 수요계획 시 영업 내부의 합의 프로세스를 정착시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정립해 예측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했다. 이와 함께 시장 및 고객이 요구하는 차를 적기에 제공하기 위해 생산계획의 정확성도 높여야 했다. 완성차 생산계획의 정확성을 저하시키는 엔진, 변속기 등의 자원할당 기준을 수립하고 자재, 설비, 노조 등 생산상의 제약을 최소화 할 필요도 있었다. 주문이 접수되면 생산계획에 즉시 반영해 시장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객이 요구한 차량에 대한 납기일 제시도 이뤄져야 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판매·생산·재고 정보를 한눈에 파악해 문제 발생시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도 요구됐다. ◇PI로 글로벌 판매·생산 관리체계 확립=이를 위해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4년 9월 PI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우선 PI추진과제 도출 등 마스터플랜 작업을 12월까지 진행하고 이듬해 3월부터 9월까지 전략·프로세스·조직 등에 대한 상세설계를 진행했다. 이어 2006년 2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시스템 구현 등을 진행하고 2007년 4월부터 PI 확장과 고도화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는 크게 세가지를 개선할 수 있었다. 우선 시장 수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통계적 수요예측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법인, 대리점 등 시장접점의 수요를 반영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또 판매·생산 계획을 정교화 할 수 있었다. 그 일환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간의 엔진, 변속기 할당계획을 APS로 통합해 최적 할당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간의 회의를 거쳐 물량을 조정하도록 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즉, 정확한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에는 납기 예시 정보를 2주간의 생산계획에 반영된 것만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내수와 수출 모두 5개월로 확대됐다. 글로벌 판매·생산·제고 현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도 갖췄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부터 해외 판매법인·공장에 대해 표준 판매 및 생산 프로세스를 정립해 글로벌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글로벌 SCM 확산을 추진했다. 특히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 물량에 대한 통합 수요관리 체계를 정립함으로써 글로벌 판매 및 생산관리 체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적기 공급으로 중국 등에서 도요타 제쳐=전문가들은 지금의 현대자동차는 과거 도요타가 급성장 하던 시기인 1980년대와 유사한 환경을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과 글로벌 생산판매량 등에 있어 당시 도요타의 성장세와 지금의 현대자동차 성장세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이다. 각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도 유사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대자동차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도요타를 앞지르는 것이 두가지 있다. 첫째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를 월등히 앞서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1∼7월 중국시장에서 도요타 판매량은 20만8000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30만1000여대로 전년동기 대비 66.3% 증가했다. 또 2009년 도요타의 중국 승용차 시장점유율도 4.9%로 전년보다 1.6%p 하락한 반면 현대자동차는 1.9%p 상승해 7.1%가 됐다. 이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두번째는 영업실적과 시장별·차급별 수요변화에 최적화했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2009년 상반기 도요타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그 중 몇몇 완성차 업체만이 흑자를 기록했고 이중 현대자동차가 단연 돋보였다. 2009년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5.7%로 글로벌 1위 수준의 수익성을 보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신흥시장과 소형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자동차가 특정 시장에서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공급망관리 혁신을 통해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시점에 적당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러한 글로벌 생산 판매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 이후 꾸준히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경기침체를 맞은 2009년에도 매출액이 31조8593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매출액인 32조1897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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