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기업들의 IT예산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IT투자를 보류했던 기업들이 올해 경기가 회복되면서 다시 적극적인 IT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IO BIZ+가 최근 국내 100개 주요 기업 및 기관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대상으로 실시한 ‘CIO서베이 2010’ 조사에 따르면 68개 기업이 전년보다 IT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 중 44개 기업은 1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IT예산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무엇보다 금융·통신·공공 등 곳곳에서 진행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한몫을 하고 있다. 또 제조·물류·유통기업 중심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주요 핵심시스템 재구축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응답기업 중 17개사는 IT예산이 전년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차세대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난해 완료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투자 예산이 축소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산 규모는 100억∼500억원 규모가 가장 많다. 44개 기업이 여기에 속한다고 답했고, 24개 기업은 100억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1000억원 이상과 501억∼1000억원 사이라고 답한 기업은 각각 16개씩이었다. 업종별로는 여전히 금융권의 IT예산 규모가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은행권 IT예산이 제일 많았다. 연간 IT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다고 답한 16개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7개사가 은행이었다. 올해 은행권의 IT예산은 규모 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총 9개 은행 중 6개 은행이 지난해보다 IT예산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이 중 4개 은행은 무려 2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은행권 IT예산이 올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는 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농협 국제회계기준(IFRS)시스템 구축, 우리은행 카드시스템 구축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답한 국내 주요 12개 증권사 중 7개사가 지난해보다 IT예산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 중 3개 증권사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예산 규모로는 100억원에서 500억원 규모로 IT예산을 책정하고 있는 증권사가 7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500억원 이상을 책정한 곳은 3개사다. 올해 증권사들의 IT예산 증가는 선물시장 등 신규 비즈니스 진출에 따른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따른 글로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구축이 곳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구축도 IT예산 증가의 한 원인이다. 보험·카드사들의 IT예산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특히 조사대상 13개의 보험·카드사 중 8개사는 10% 이상 증가했다. 정부부처를 포함한 공공기관들의 올해 IT예산은 전년 대비 증가와 감소가 확연하게 구분됐다. 설문에 응답한 11개 공공기관 중 7개 기관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답했다. 나머지 4개 기관은 줄었다고 답했다. 증가한 공공기관들의 경우 4개 기관이 5∼10% 증가했고 2개 기관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 이상 대폭 증가한 기관의 경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대규모 신규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IT예산이 감소했다고 답한 4개 공공기관의 경우 감소 폭이 10% 미만이었다. 예산 감소는 대부분 기관의 비용 절감 전략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다. 통신·방송업계의 올해 IT예산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인터넷기업인 NHN을 포함해 이번 조사에 응한 통신·방송기업 9개사 중 7개사가 올해 IT예산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기업은 4개사였다. 조선·철강업계의 IT예산도 전년 대비 대부분 늘어났다. 응답한 4개사 중 3개사는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고 답했고, 이 중 한 군데는 20% 이상 큰 폭으로 예산이 늘어났다. 나머지 한 군데는 지난해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답한 6개 유통업체 중 5개사의 IT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적게는 5%, 많게는 20%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개사는 지난해에 비해 IT예산이 20% 이상 늘었다. 물류·운송업계의 IT예산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늘었다. 응답한 5개사 중 4개사는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은 20% 이상 큰 폭으로 예산이 늘었다. 반면에 나머지 1개사는 IT예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전기·전자·에너지기업의 IT예산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11개 응답 기업 중 8개의 기업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3군데였다. 건설사들의 IT 예산도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6개 건설사는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이 중 4개사는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식음료·의류·주류 등 일반 소비재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IT예산이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5∼1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RP 업그레이드 및 확산에 대한 투자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약사들의 IT예산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늘었다. 설문에 응답한 7개 제약사 중 6개사는 지난해보다 IT예산이 증가했고 1개사만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신혜권·성현희·유효정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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