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기술(IT)의 본산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경기침체 흔적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업률은 미국 평균치를 웃돌고, 빌딩 공실률은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여러 악재 속에서도 벤처투자가 회복되고, 기업공개(IPO)가 잇따를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악재와 호재가 교차하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2010년의 첫 장을 넘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그래픽프로세서(GPU)업체 엔비디아. 때마침 잔뜩 끼인 먹구름이 가랑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우울한 경제상황에 우울한 날씨까지 캘리포니아답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직원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기자가 로비에서 10여분 기다리는 사이에도 두세 무리의 방문객이 엔비디아를 찾았다. 스미트 굽타 마케팅매니저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GPU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찾은 인근 밀피타스의 스토리지업체 프라미스도 마찬가지였다. 대만 출신 CEO 치 첸 우 사장은 “2009년은 실리콘밸리에 좋지 않은 한 해였다”면서도 “우리 회사는 신규 사업으로 성장세를 유지했고 새해에도 25∼30% 성장을 예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전망은 불확실하지만 경기 탓을 하며 뒷걸음질치기보다는 차분하게 준비해 새로운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새해에는 반전을 기대할 만하다.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11월 주지사·상원의원 선거를 치른다. 앞서 ‘터미네이터’ 주지사의 실정으로 최악의 기간을 보냈던지라 새로운 주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높다. 공교롭게도 마거릿 휘트먼 전 이베이 CEO, 스티브 포이즈너 실리콘밸리 출신 사업가,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 등 이 곳에 정통한 인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실제로 실리콘밸리가 경제불황 직격탄을 맞은 것은 캘리포니아주의 기업활동 여건이 ‘골든스테이트’라는 별칭이 무색할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최고경영자매거진(Chief Executive Magazine)’이 CEO 5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기술·자본 접근성은 가장 높았지만 비즈니스 비용·친화도 측면에서는 바닥권이었다. 이에 따라 실리콘밸리 경영자단체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은 주 정부에 연구개발 세액공제, 판매세 면제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해 3분기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전 분기 대비 63% 급증한 것도 긍정적이다. 아직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9% 모자라지만 2분기 연속 증가세다. 새너제이 소재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의 타우 렝 제너럴매니저는 “친환경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가 회복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새너제이에 위치한 IT유통업체 마랩을 찾았을 때도 활기가 느껴졌다. 마랩의 물류창고에서는 제품출하를 준비하는 직원들이 쉴새없이 움직였다. 마랩에서 근무하는 한인 제이 킴씨는 “올해는 유통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늦은 오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앞을 지났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상징으로 불리다 지금은 오라클로의 인수합병을 기다리고 있지만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듯 선의 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쌀쌀했던 날씨도 캘리포니아답게 다시 ‘따뜻한 겨울’로 돌아왔다. 새너제이(미국)=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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