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정보사회와 미디어를 위한 정책 나침반인 ‘포스트(post)-아이(i)2010’을 손에 들었다. 경제·사회와 개인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틀(프레임워크)이다. 유럽위원회(EC)는 ‘포스트-i2010’에 새해부터 2015년까지 추진할 과제들을 담았다. 디지털 콘텐츠 접속체계 개선을 비롯한 4대 우선 추진과제 등을 통해 경제 회복에 필요한 유럽 디지털 시민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게 정책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한 유럽 정보사회 구축전략으로 해석된다. 여러 콘텐츠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복제권과 지식재산 이용권(라이선스)을 확보하는 게 EC의 첫째 과제다. 이는 소비자 친화적인 디지털 콘텐츠 접속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예술적·창의적인 창작물의 인터넷 공급과 합법적인 디지털 서비스 시장 전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안전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이동통신 결제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4대 과제에 들었다. EU를 포괄하는 이동통신 결제 표준이 없어 m커머스와 모바일 웹을 확산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것. 유럽 이동통신 가입자 5억명의 휴대폰을 ‘전자 지갑’으로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이용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EC는 또 ‘클라우드 컴퓨팅’처럼 유럽 중소기업을 위한 디지털 경제환경을 우선 구축하기로 했다. 유럽 내 중소기업에게 더 빠르게 개방적인 컴퓨팅 서비스 환경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저탄소(low-carbon) 경제를 위한 혁신적인 ICT 솔루션을 확립하는 것도 ‘포스트-i2010’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 영상회의체계로 사업 출장의 20%를 대체하면 유럽에서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2200만톤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과제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체계가 ICT 솔루션의 효율을 개선해 유럽의 컴퓨터(자산) 활동성이 80%까지 올라가면, 저탄소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게 EC의 기대다. 비비안 레딩 EC 통신위원은 “(i2010 계획에 따른) 광대역 유무선 인터넷 개발사업이 유럽에서 일자리 약 100만개를 창출하고, 약 8500억유로에 달하는 광대역통신망 관련 경제 활동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C는 이러한 광대역 인터넷 확산사업으로 지난 2004년 33%에 불과했던 유럽 가구의 고속 광대역 통신 접속률을 2013년까지 8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유럽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통신시장인 덴마크의 유무선 인터넷 접속률(가구 기준)인 89%에 가깝게 27개 회원국의 통신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EC는 특히 유럽형 2세대(2G) 이동통신(GSM)용 주파수 대역인 900메가헤르츠(㎒)를 이용해 3∼4G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허용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러한 주파수 규제 개정안을 시행, 기존 사업자나 신규 사업자의 3∼4G 이동통신 시장 진입을 촉진했다. EC는 이러한 조치가 EU 전역의 GSM 서비스에 무선 인터넷을 연계하는 효과를 내고, 유럽 이동통신산업계의 차세대 이동통신 설비 구축비용을 매년 16억유로씩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900㎒대역에서 4G 초고속 광대역통신 기술·서비스를 운용할 길을 트면서 기존 2G 이동전화를 쓰던 유럽 소비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국제 로밍(roaming) 체계도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풀이됐다. EC는 900㎒ 3∼4G 서비스가 기존 3G 서비스용 주파수인 1.8기가헤르츠(㎓)와 함께 유럽 27개 회원국의 새 무선 통신서비스를 증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을 단일 통신시장으로 묶어 규제·진흥하기 위한 EC의 노력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망 중립성(neutral)을 보장하는 등 시장에 생명력을 불어넣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올해 새로운 유럽통신규제국(BEREC:Body of European Regulators for Electronic Communications)을 구성한다. EC는 통신 관련 규제를 개혁해 모든 유럽 시민에게 광대역통신망 접속권을 보장하고, 차세대 통신망 확장을 위한 투자와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통신 규제 개혁안은 2011년 6월까지 27개 회원국별 법률로 제정될 예정이다. 아날로그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 작업도 EU 전역의 핵심 과제다. 오는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 작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EC와 각 회원국 규제기관의 목표다. 특히 영국이 디지털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해 방송과 인터넷을 연계하는 융합형 ICT의 모범 사례로 떠올랐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 리버풀, 맨체스터, 랭커셔, 체셔, 노스 스태퍼트셔 등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인 윈터힐에서 아날로그 TV 방송 스위치를 껐다. 윈터힐의 TV 시청 인구는 306만7000가구로 지난 2008년 이후 디지털로 전환한 가장 큰 지역이다. 오프컴은 2008년부터 시작한 아날로그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2012년 12월 말까지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맞춰 방송사업 허가와 방송 주파수 이용 계획 등을 정비할 방침이다. 독일의 디지털 전환율도 55%로 올라섰다. 지난해 TV 시청 인구 3741만2000가구의 55%인 2056만3000가구가 시청 환경을 디지털로 바꿨다. 이는 지난 2008년보다 8.3% 증가한 것으로 유럽 전역의 디지털 전환작업이 본격화했음을 방증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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