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00년 이후 IT산업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e재팬 전략을 필두로 국가적 차원의 IT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시작된 e재팬 Ⅱ 전략은 종전과 달리 IT산업 자체의 경쟁력 향상이 아닌 IT 활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이어 2006년 발표된 일본의 차세대 IT국가전략인 ‘IT신개혁전략’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IT를 추진하고, IT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오는 2015년까지 ‘Digital Future for Everyone’을 목표로 IT의 사회적 확산을 도모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인 ‘iN2015’ 계획을 마련·실천 중이다. ‘iN2015’ 계획은 디지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교육, 금융, 행정, 의료, 제조 등 주요 분야에서 IT를 활용, 변화를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IT가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산업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개발·지원, 이들 분야의 발전과 IT산업의 성장을 연계시킨다는 전략이다. 독일은 지난 2007년 향후 10년의 미래를 구상, 5개 핵심분야와 IT 간 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IKT2020’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는 독일이 전통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자동차, 보건·의료, 물류·서비스, 에너지·환경 분야와 IT를 접목, 경제성, 안정성, 사용자 친화성, 자원 효율성 제고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IT 활용과 확산을 도모하고 있으며 각각의 국가가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분야와 IT와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IT융합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각국의 본격적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 IT강국의 명성을 떨쳤던 우리나라가 위상을 확고하게 다져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등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IT산업이 특정 산업으로서 수출 증대와 고용 확대 등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IT가 범용기술로,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을 견인하는 등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대에도 일조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산업성장률, 경제성장 기여율 등의 지표에서 안정 또는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IT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반의 IT활용도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IT 역할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분야에서의 IT융합을 위한 선도적 노력은 극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IT는 전통산업과 접목,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조선·건설·교통·물류·의료 등 적용되는 산업군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IT가 전통산업과 만나 새롭게 꽃피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IT가 산업의 생산성 증가에 미치는 긍정정인 효과는 IT를 많이 이용하는 산업이 IT를 적게 이용하는 산업보다 총요소생산성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연구를 통해 증명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EU의 경쟁력 차이가 IT 활용 여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은 정설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IT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반면 EU는 상대적으로 IT 활용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반의 측면에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IT의 전 사회적 확산과 IT 기반 융합화의 선도적 추진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자명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이 경쟁력을 보유한 전통산업 분야와 IT 간 융합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는 ‘IKT2020’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IT융합 신산업 창출과 IT 활용 경쟁력 강화 등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IT융합 신산업창출 전략은 자동차, 조선, 건설, 의료분야에서 우리가 이미 확보한 IT 노하우와의 조기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즉, 전통산업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IT의 융합을 촉진하는 전략이다. IT 활용 경쟁력 강화전략은 농업과 물류, 금융, 섬유·패션 등 분야에서 IT 활용을 통한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전략이다. IT융합과 관련된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향후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은 자연스럽게 국가간 선점을 위한 경쟁을 초래했고 각국의 IT융합 산업 발굴을 위한 투자와 정책을 활성하고 있다. IT융합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와 전통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작용하는 등 주요한 이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우리나라 IT 강점과 인프라를 활용, IT융합 시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IT융합화는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이다. 우리나라가 IT융합 중심의 대항해 시대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간 치열한 생존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IT융합화는 국가 역량을 결집해 다시 한 번 승부를 걸어볼 가치가 있는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IT 대항해시대의 기술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각국은 IT를 응용한 IT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과거 IT산업에 한정된 개념으로 치부된 IT융합이 다른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종산업과 접목을 통한 기술 진보 등이 구체화됨에 따라 IT 융합에 대한 인식과 이해 또한 달라지고 있다. 이에 각국은 IT뿐만 아니라 나노기술(NT)과 바이오기술(BT)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 IT융합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하느라 여념이 없을 정도다. 다양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예측하고 있는 기술은 응용 SW와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 등 IT로 수렴된다. 이는 중요성에 대한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향후 주력기술로 부상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MIT가 선정한 10대 유망 기술에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맞춤형 정보를 수집, 이용자의 요구를 사전에 인식하고 생활 패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능형 SW가 포함됐다. IBM이 인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유망기술 리스트에는 음성인식을 적용, 마우스 없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음성사용 웹 서비스와 가상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쇼핑도우미가 올랐다. 중국 국무원은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시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단말간 융합이 강화되고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도 컴퓨팅 플랫폼 가상화 기술을 유망기술로 선정하는 등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반영했다. 삼성전자가 16대 유망기술 로 선정한 모바일 헬스케어와 직감형 사용자인터페이스(UI) 기술 등은 IT융합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외에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선정한 14개 유망 기술에도 가상현실 기술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미래 유망 기술의 공통점은 IT융합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IT융합 없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IT대항해 시대의 인물-오바마, 헤르만 반 롬푸이 EU 초대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한 뉴딜 정책 중 많은 부분을 IT 활성화에 할애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8개 부양책 가운데 4개 부문이 직접적으로 IT와의 밀접한 연계성을 갖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는 4대 IT 분야는 △에너지 부문 투자 △과학기술 육성 △첨단 교육 및 인프라 개선 △의료 시스템의 IT화 추진 등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에너지 부문 투자와 관련,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에너지의 송전 및 배전, 생산 시스템을 혁신하고 공공 주거시설 내 에너지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 투자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디지털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학기술 부문의 세제 혜택 등 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광대역 인터넷의 보급을 확대하고 전자전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21세기가 요구하는 첨단 인재 육성을 위해 첨단 컴퓨터 장비와 설비를 각급 학교에 보급하고 학교 시설 자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교육 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부문에서도 IT 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발생가능한 의료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환자를 대상으로 개선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건강기록 전산화 등 의료시스템과 IT 간 접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헤르만 반 롬푸이가 유럽연합(EU) 초대 대통령에 임명됨에 따라 유럽 각 국가 및 EU 차원에서 진행한 IT융합에 대한 연구 및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이미 융합기술을 활용한 삶의 질 향상과 융합기술의 경제적 효과 등을 골자로 하는 융합기술 발전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유럽 내 개별 국가차원에서 주목한 만한 사안 중 하나는 영국이다. 영국은 공공부문이 앞장서 그린IT 확산에 기여, 사회적 인식 제고 및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영국은 특히 에너지 효율 제고 및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IT가 얼마나 효율적인 조기에 파악하고 이들 분야에 IT를 접목하기 위한 IT융합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 덴마크는 과학기술혁신부 중심으로 그린IT를 국가적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그린IT 실천계획’을 발표하는 등 IT부문의 에너지 절감과 IT를 활용한 사회 전반의 에너지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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